사는 이야기

달라스에서의 예기치 않은 하룻밤

몬테 왕언니 2017. 5. 19. 17:02

4월에 갔다가 5월도 저물어가는 즈음에서야 한국을 떠나 집으로 돌아가는 중입니다.

대통령선거가 있었고 참여하고 새대통령의 당선을 봤습니다.

여러가지가 변할 거란 기대를 하면서... 미국으로 들어오니

미국도 트럼프 대통령시대를 맞아 이민국과 통관의 절차가 복잡해진걸 느낄 수 있습니다.

커넥션시간 넉넉하니 하라는대로 하면 되는지라 맘 편하게 대응합니다만 2차조사까지 받는건 그다지 기분이 좋지는 않네요.

 

이멜로 내 비행기가 취소되었다고 뜨더니 곧 내일 아침 비행기편이 보내져왔습니다.

기상조건때문에 여러 편의 항공이 취소되고, 다들 길게 줄서서 새티켓과 호텔과 디너와 조찬쿠폰을 받습니다.

이럴 땐 마음비우고 일정대로만이라도 진행되기만을 바랍니다. 

 

이미 13시간을 날아온지라 얼른 집에 가서 긴여정을 마감하고 싶은데 아쉽네요.

달라스 친구가 누가 있더라 떠올리다가 바쁜 미국생활에서 갑작스러운 연락으로 삶에 불편을 주지 않기로 합니다.

 



새벽 2시에 과자 한통을 더 뜯어먹습니다.

가족들 선물로 인천공항 빠리바게트에서 산건데 내가 다 먹고 있내요

컵라면이 생각나지만 어쩔 수 없습니다.

 

 

아까는...

13시간 비행내내 영화보며 앉아오느라 피곤해서, 다리를 펴고 눕기만 하면 푹 잘거 같았지요.

 

이민국 해프닝, 항공기취소, 긴줄서서 항공재배정받고...

공항나와 전화를 두번이나 하고도 45분이상 기다린 끝에 셔틀타고 호텔첵인 성공!

아기자기한 한국이 아닌, 미국의 중급 호텔욕실은 타월, 샴푸, 비누로 심플합니다.

내 백팩에 빗과 선크림과 치솔이 있어 천만다행.

방엔 냉장고와 전자렌지, 수십개 채널의 LCD 벽면티비, 더블베드 2개..

 

뜨겁게 샤워하고...

가방은 항공사 보관인지라 갈아입을 옷은 없고 입은 채로 자자니 다 구겨질테고...

목욕가운도 없고... 참 난감합니다.

뜨거운 티 한잔과 아몬드과자 한통을 먹고 한숨 잤는데

깊고 깊게 잤다고 생각했는데 딱 한시간만에 눈이 떠집니다.

외부소음이 좀 들렸지만 다시 잠들고 눈뜨니 또 한시간..

티비를 켜고 페북을 보고 뉴스를 읽으며 시간을 흘려보내고 있습니다.

 

밤이 깊어지니 외부의 불빛과 소음이 잦아들고..

조용해지니 순간.... 내가 혼자 호텔방에 누워있음을 깨닫습니다.

문의 잠금장치를 확인하고 체인도 걸고 과자를 먹고 다시 뜨거운 차를 한잔 마십니다.

 

TV의 영어가 서서히 귀에 익숙해집니다.

내 귀와 생각체계는 다시 영어권, 스페인어권으로 돌아가고 있습니다.

수많은 항공 경험에도 불구하고 항공사 제공의 호텔에서 하룻밤을 보내는 건 처음입니다.

식권도 공항에서만 되는걸 몰라 저녁은 호텔밖으로 나가기 귀찮아 쿠키와 커피로 해결한거고... 아침식사때 쿠폰 두장을 같이 사용하기로 합니다.


밤을 꼬박 새운 뒤 다시 샤워하고 호텔의 무료식사로 커피와 요거트를 먹고 셔틀을 타고 공항으로 향합니다.

이 호텔에도 많은 이들이 머물어서 셔틀이 꽉 차 뒷트렁크에도 한사람이 앉아 겨우 출발합니다.

맥도날드의 아침패키지를 주문해 먹고 저녁쿠폰으로는 남편에게 선물한 다크초콜렛 2개를 바꿉니다. 

게이트에서 기다려도 아무런 움직임이 없어 스크린을 확인해보니 게이트변경이 일어났는데 안내방송이 없는지라 직원에게 방송하라고 시키고 나는 냅다 뜁니다. ㅎ

달라스 공항 제법 큽니다.

짐없이 달랑 백팩이지만 컴이 들어 긴거리 뛰다보면 등에 땀납니다.

정시 탑승, 이제 집에 가나보다 안도했더니 이번엔 런웨이에서 트래픽이 걸립니다.

어제 캔슬된 비행기들이 아침에 다 출발하는 모양으로 비행기들이 일렬로 쭉 줄을 서서 한시간이상 활주로 구경을 시켜줍니다. 

정말 힘들게 집으로 잘 왔습니다....

다시 한국갈 생각을 지금은 하고 싶지가 않습니다. 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