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와와, 치아빠스, 와하까

와하까 Oaxaca

몬테 왕언니 2010. 3. 21. 13:13

퍼온 글입니다. 멕시코의 남부지역인 Oaxaca를 방문하고 적은 글인데 소개가 이쁘네요.

 

화려하고 뜨거운 산책길

◇산토 도밍고 Santo Domingo 교회의 내부는 온통 금으로 장식되어 있어 놀라울 정도로 화려하다.


멕시코의 수도인 메히코 데에페 (Mexico DF·멕시코시티)에 도착했을 땐 조금쯤 실망했던 게 사실이다. 꿈꾸던 멕시코의 모습은 없고 여느 나라의 수도와 별반 다르지 않은 현대적인 모습이었다. 결국 하룻밤을 묵고 다음 날 시골 마을로 가자며 걸음을 옮기기로 한 곳은 오아하카. 그러나 버스를 타고 Mexico DF를 벗어나는 순간부터 전형적인 멕시코 풍경이 펼쳐지기 시작했다. 황량한 들판과 커다란 선인장과 강렬하게 내리쬐는 햇빛. 그러나 그 외엔 아무것도 없었다. 마치 똑같은 그림을 보는 듯한 착각이 들 정도로 이어지는 풍경을 바라보는 동안 머리에 쌓이는 건 먼지뿐. 그렇게 열 시간여를 달려 오아하카에 닿았다. 그러나 이미 가로등 불빛만 잠깨어 있는 깊은 밤.

다음 날 아침 눈을 떠 이층 창문을 열자마자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우선 색색의 집들이 두 눈을 한 번에 사로잡더니, 북적이는 사람들의 건강한 삶이 순간 귀를 멍멍하게 했다. 그러더니 길 끝에선 인디오 여인들이 걸어오고 있었다. 그 화려하고 뜨거운 풍경을 보면 누구든 마치 오래전부터 살아온 사람처럼 순식간에 오아하카로 스며들게 된다.

도시의 중심 광장인 소칼로 Zocalo 까지 가는 동안 붉고 푸른 집들이 계속해서 이어진다. 마치 누가 그려놓기라도 한 듯한 풍경 속에서 많은 사람이 꽃을 팔고 사간다. 그 꽃들마저 원색 아닌 것이 없다. 눈앞에 보이는 모든 것들의 빛깔이 화려해서 심장이 두근거릴 정도다.
 

◇멕시코의 색채를 맘껏 내뿜는 동물 목각 인형 알레브리헤.


소칼로 북쪽에 서 있는 대성당, 그리고 그 맞은편의 거대한 나무 아래 광장은 사람들이 모여드는 곳. 현지인들은 이곳에서 공연을 하고 여행자들은 이곳에서 하루 중의 가장 뜨거운 햇빛을 피해간다. 주변의 건물은 멕시코풍이 아니다. 소칼로 주변 건물들은 모두 스페인 정복 당시 지어진 것으로, 스페인 지배층의 대저택들이 오아하카 현대 미술관에서부터 산토 도밍고 교회로 가는 거리에 쭉 늘어서 있다. 그리고 그 길엔 오아하카의 민예품을 파는 고급스러운 상점들이 늘어서 있어 여행객들의 마음을 사로잡는다.

◇길게 땋은 머리를 늘어뜨린 채 꽃을 팔고 있는 인디오 여인들을 도시 곳곳에서 만날 수 있다.


구경거리가 많아 생각보다 늦게 도착한 산토 도밍고 교회. 그 안으로 들어서면 다시 눈이 휘둥그레지는데, 천장부터 제단을 비롯해 내부가 온통 금으로 장식되어 있기 때문이다. 그러니 그 화려함에 또 놀라지 않을 수 없다. 그래서 오아하카에서의 첫날은 그렇게 이 길목 저 길목에 앉아 그들의 빛깔을 보는 것만으로도 벅차다. 그리고 저녁 무렵 그 빛깔들이 나의 내부를 물들이기 시작할 때면 눈앞의 모든 것이 한없이 사랑스러워진다.

맵고 달고 뜨거운 인디오들

오아하카를 좋아하는 사람들은 말한다. 다양하고 아기자기한 풍경과 그 위로 내려앉는 기분 좋은 햇살, 몬테 알반 Monte Alban 같은 오래된 유적이 풍기는 신비로움, 색깔도 문양도 다양한 목각동물인형인 알레브리헤 Alebrige  같은 예술적인 민예품들, 그리고 처음 맛보는 다양하고 신기한 음식들. 이 모든 것이 오아하카를 오래도록 기억하게 한다고. 그중에서도 여행자에게 그곳을 자극적으로 가장 오래 기억하게 하는 것은 사람 그리고 음식이 아닐까. 그래서 오아하카를 가장 깊숙하게 느끼게 해주는 곳은 누가 뭐래도 후아레스 Juarez 시장이다. 이곳은 인디오 Indio 들이 모여드는 곳으로 음식과 물건, 즉 이들의 문화를 직접 맛보고 만질 수 있는 곳이다. 그러니 몇날 몇일이고 시장에 앉아 그들과 인사를 주고받으며 음식을 하나씩 탐미하다 보면 혀의 즐거움이 여행의 즐거움을 배가시킨다. 

◇콧수염을 기른 작은 인디오 남자들은 조금쯤 수줍다. 그들은 자신의 농장에서 가져온 열매들을 내놓고 판다.


시장의 남쪽으로 들어가면 고깃집이 즐비하고 생선가게도 죽 이어진다. 그리고 과일과 채소, 그리고 기념품과 꽃 가게들도 이어진다. 그리고 콧수염을 기른 키 작은 남자들이 자신의 농장에서 기른 과일이나 호두를 가지고 나와 파는 모습들도 종종 볼 수 있다. 그리고 환한 빛깔의 치마를 입은 할머니 인디오들이 소녀처럼 시장 입구에 앉아 채소나 꽃을 판다. 그러나 대부분이 자꾸만 쟁반을 내밀며 사라고 하는데 멀리선 그게 무언지 도무지 알 수가 없다. 가까이 다가서면 그저 곤충이겠구나 싶은데 메뚜기 Grillo 란다. 칠리와 마늘과 소금을 넣어 튀긴 이 간식은 맥주 안주로 최고의 인기를 누린다. 여행 내내 손에서 떨어지지 않을 정도다.

다시 시선을 사로잡는 건, 흰 끈을 돌돌 말아 놓은 듯한 덩어리를 쌓아놓고 파는 가게들이다. 한참을 들여다봐도 무엇인지 알 수가 없는데 한 여인이 뚝 떼어 먹어보라며 주는데 치즈 Queso 란다. 그건 정말 쉽게 잊을 수 없는 맛이다. 치즈 향이 강하지 않고 고소해서 매일 시장에서 께소 Queso 를 외치게 될 수도 있다. 그리고 이 시장에서 가장 많이 보이는 것은 몰레 Mole. 이것은 우리나라의 고추장과 비슷한 것으로 대부분의 음식에 쓰인다. 몰레의 진정한 맛을 알고 싶다면 우리 장맛을 보듯 시장에서 살짝 떠먹어 보는 것. 매콤하면서도 달콤한 맛이 입안에 가득 찬다. 몰레 맛을 보는 것은 오아하카의 맛을 보는 것과 다름없을 정도다.

그리고 거리가 어둑해지기 시작할 무렵이면 꼭 먹어봐야 할 것이 있는데, 용설란으로 만든 술 메스칼 Mezcal이다. 데킬라 Tequila 와 비슷한 술로 오아하카 지역에서 다양한 용설란을 사용해 만든 달콤한 술이다. 이토록 맵고 달고 뜨거운 음식을 먹고 사는 인디오들 속에서 여행자의 마음도 맵고 달고 뜨거워지는 곳이 바로 오아하카다.

〉〉몬테알반 Monte Alban 피라미드

◇유적지 몬테알반에서 햇살을 즐기는 여행객들.
아메리카 대륙에서 최초로 건설된 계획도시 몬테알반은 스페인 정복자들이 발견 당시 흰 꽃으로 뒤덮여 있어서 하얀 산이라는 뜻. 산 정상에 만들어진 인공적인 대지에 중앙 광장, 피라미드, 경기장, 제단, 관측소 등의 건물이 남아 있다. 분묘에서 나온 화려한 장신구들이 옆에 있는 문화박물관에 전시되어 있다. 오아하카에서 남서쪽으로 10㎞ 떨어져 있는데, 햇빛을 가려줄 그늘 하나 없는 곳이라서 오전 시간에 일찍 다녀오는 것이 좋다. 버스를 타고 가는 동안 여러 마을들을 만나게 되는데 시골마을 풍경이 무척이나 정겹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