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래의 글은 메리다를 다녀온 블로거가 적은 글을 옮겨왔습니다.
1,2편으로 나눠진 첫편입니다.
예전에 장미희가 주연을 한 ‘애니깽'이란 영화가 있었다.
영화를 본적은 없지만, 영화가 개봉될 당시에 읽었던 기사를 지금도 기억할 정도니 내게는 꽤 흥미로웠던 것 같다.
이 영화의 배경이되는 곳이 멕시코의 Merida이다.
멕시코로 여행을 계획했을 때 제일 먼저 가보고 싶었던 곳이 Merida였다.
이곳은 1905년 제물포를 출발해 멕시코에 노동자로 왔던 한인들이 정착한 곳이다.
메리다에 도착해 인터넷 검색을 해서 ‘한국 이민사 박물관'을 찾았다. 나중에 메리다 도시안내 지도를 보니 ‘Museo Conmemorativo de la Inmigracion Coreana'란 이름으로 박물관 리스트에도 있었다.
주소 : Call 65# 397-A por 44 y 46, Centro Merida, Yucatan |
숙소에 체크인을 한 후 주소를 들고 곧바로 그곳을 찾아갔다.
그러나 마침 월요일이었서 박물관은 문을 닫아 다음날 오전 다시 박물관을 찾아갔다.
박물관장 Sra. Genny Chans Song.
75%가 한국인이라는 그분은 우리나라 어디에서든 볼 수 있는 그런 한국인의 모습을 하고 있었다.
젊어서 미국에서도 살았고, 항공사에도 근무했었던 Genny씨는 영어가 아주 유창했다. 마치 수업을 하듯이 간간이 한국어 단어를 섞어서 이곳 ‘멕시코의 이민사’를 설명해 주셨다.
한국에서 출발해 이곳 메리다에 도착해 정착하는 과정에 대한 설명과 사진을 보는 순간 왈칵 눈물이 났다. 당시 여기까지 오게 된 이들의 아픔이 너무도 절절히 전해왔기 때문이다. 종이에 가계도 까지 그려가며 설명을 하던 Genny씨도 같이 눈물을 흘리며 우리는 한참동안 말을 잊지 못했다.
‘애니깽’, 스페인어로는 Henequen이라고 표기된다.
이 애니깽(Henequen)은
건조한 기후에 강한 용설란의 일종이다. 초록색 잎의 껍질을 벗겨낼 때 나오는 강하고 탄력 있는 섬유질로 선박용 로프와 그물 침대인 해먹 등을 만든다고 한다.
애니깽 재배사업은 19세기 후반 제국주의의 식민지 쟁탈전에 따른 선박 화물 운송량 증가로 필리핀의 마닐라 삼과 함께 세계 로프시장을 양분하며 전성시대를 이루다 인조섬유가 개발되면서 지금은 사양 산업으로 전락했다.
멕시코 이민 한인들은 딱딱하고 뾰족한 가시가 있는 길이 1∼2m의 애니깽을 ‘어저귀’라고 불렀다고 한다.
이 애니깽이 전성기를 이루던 시기에 한인들의 멕시코 이주가 시작되었다.
1900년을 전후해 우리 민족은 만주와 하와이 등지로 이주 러시를 이룬 시기가 있었다. 때로는 망명처로, 때로는 생활의 곤궁을 면하기 위해 신천지를 찾아 나선 선택이었다. 어떤 경우든 해외 이주는 일본이 조선을 보호국화 하려는 기도가 노골화 한 시기에 있었던 일이다. 이 시기 미주지역으로 이주는 주로 하와이 사탕수수 농장으로 가는 노동 이민이 대부분이었다. 1902년 12월 22일에 121명이 출발하는 것을 시작으로 수 차례에 걸쳐 7천2백여명이 이주하였다. 물론 공식적이고 자발적인 이민이었다.
그러나 1905년 2월 28일에 출발하여 단 한차례로 끝난 멕시코 이민은 일제의 조직적인 계략에 의해 불법으로 팔려간 이른바 '노예이민'이 있었다고 할 수 있다.
멕시코 이민은 일본인 이민회사인 '대륙식민합자회사'의 꾀임과 강제에 의해 모집된 1천33명이 이주한 노동 이민이다. 이들은 주로 서울과 인천, 부산 등지에서 거주하는 구한국군인과 전직 관리 그리고 소작농 · 부랑인 등 양반과 천민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신분 계층을 이루고 있었다. 이들 이민 중 인천 출신이 225명이나 되었다. 1904년 당시 《仁川府史》에 따르면 인천 전체인구가 9039명인 점을 감안하면 전 인구의 2.5%가 이민선을 탔을 정도로 많은 수였다.
1904년 12월 17일자 <황성신문>에 실린 농부 모집 광고의 내용이다.
북미 ‘묵서가국(墨西哥國, 당시 멕시코를 이렇게 불렀단다)’은 미 합중국과 이웃한 문명 강국이니 그 나라에는 부자가 많고 가난한 사람이 적어 노동자를 구하기 어려우므로 한국인도 그곳에 가면 반드시 큰 이득을 볼 것이다. -내용으로 봐서는 하나도 틀린 것이 없다. 당시 멕시코는 대한제국과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부유했었다. |
1905년 4월 4일 한인 1033명은 영국 상선 S. S. Ilford호를 타고 제물포항을 출발하여 태평양을 건너 5월9일 멕시코 서부의 Oaxaca주 Salina Cruz항에 도착한다. 태평양을 건너는 긴 항해 도중 3명이 사망했을 정도로 열악한 조건이었다고 한다. 이들은 이곳에서 기차로 멕시코만에 있는 Veracruz Coatzacoalcos에 도착한 후 다시 배를 타고 5월15일 Merida에 인접한 Progrcso항에 도착하게 된다.
메리다에 도착했을 때의 최종 인원은 1014명으로 이중 남자가 800명, 그리고 나머지 214명이 여자와 어린이었다. 하와이 사탕수수 농장의 이민자들이 남자들로 이루어진 ‘노동자’였던 것과 달리 이들은 가족 단위였다는 것도 또 다른 특징이다.
http://blog.naver.com/nishachoi/70175282022 에 나오는 아프리카 노예들의 경매 모습과 전혀 다를 바가 없는 모습이다.
당시 유카탄 지역의 농장을 Hacienda라고 하는데, 이들은 24개의 애니깽을 재배하는 아시엔다로 팔려 나갔다.
애니깽 농장은 섭씨 45도가 오르내리는 불같은 무더위에 독사와 전갈 등 해충이 우굴거리는 곳으로 현지 원주민도 기피하는 일터였다. 당시 이들은 농장에서 원주민인 인디오보다도 더 심한 대우를 받았다.
한인들은 애니깽 가시에 온몸을 긁히면서 하루 5000∼6000개의 애니깽 잎을 땄다. 그러나 하루 일당 1원 30전이라는 약속과 달리 35전도 못되는 돈을 받았다.
배당받은 농장 숙소인 파하(마야 원주민 집)는 돼지우리와 다를 바 없었다. 그런 악조건 속에서도 한인들은 작업용 장갑을 만들어 사용했다. 능률이 높아질 수밖에 없었다.
멕시코 농장주와의 계약이 ‘부채 노예’ 성격을 띤 것이었지만 한인들의 타고난 성실성 덕분에 전대금을 갚은 뒤 모두 계약에서 풀려난 것이다.
그러나 계약 노동이 끝나고 자유를 얻은 뒤의 현실은 더욱 참담했다. 돌아갈 뱃삯을 마련하기 위해 토르티야(옥수수 전병)에 소금만 쳐서 먹었던 한인들의 조국은 일본의 식민지가 되는 막바지 단계였다.(1910년 대한제국은 일본의 식민지가되면서 먹을 내린다) 그리고 조국은 너무 멀리 있었고, 누구도 이들에게 관심을 두지 않았다.
고국으로 돌아가는 것을 포기하고 멕시코에 정착할 수 밖에 없던 이들은 결혼을 하고 가정을 꾸려야했다.
그러나 남자는 많고 여자는 그 수가 극히 적었다. 결국 현지 멕시코인들, 정확하게 말해서는 마야인들과 결혼할 수 밖에 없었다.(백인의 피가 섞인 메스티소들이 노예나 다름 없는 ‘꼬레아노’랑 결혼 할 일이 만무하고, 만날 수 있는 기회조차 없었을 것이다)
그리고 많은 수의 사람들이 지긋 지긋한 ‘애니깽’ 농장을 떠나 유카탄의 여러 지역에 정착하게 된다. 스페인어를 하지 못하고, 하층민인 이들이 할 수 있는 일은 당연히 육체 노동이었다. 부두의 하역 노동자가 되기도 하고 염전에서 소금을 만드는 일을 하기도 했다고 한다. 그리고 일부는 보다 나은 삶을 위해 ‘쿠바’의 사탕수수 농장으로 이주하게 된다. 낙천적이고 일하는 걸 별루라하는 현지인들과 달리 한인들은 타고난 부지런함으로 점차 생활에 안정을 가지게 되고, 다시는 돌아가지 못할 조국을 그리며 단체를 만들게 된다.(일종의 한인회라 할 수 있다)
1917년에 '대한인국민회' 총회장인 도산 안창호선생이 1여년 동안을 멕시코에 머무르면서 한인 사회의 통합을 주도해 갔다. 도산은 이들을 지도하여 각종 악습을 금지하는 운동을 주도하고 한인회관 건축, 국어학교 설립, 경찰소 조직, 실업회사 설립 등의 운동을 활발하게 전개하였다.
※ 내용이 많아서 두편으로 나누어서 올림 - 다음 편에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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