깐꾼, 메리다, 유까딴반도

멕시코 (4) 死者를 위무하는 유쾌한 축제

몬테 왕언니 2010. 1. 18. 14:52
'죽음의 날 Dia de Muerto'은 10월 31일부터 11월 2일까지 펼쳐지는 멕시코의 전통 축제이다.

   켈트 족이 사신을 찬양하고 새해와 겨울을 맞이하기 위해 시행했던 핼러윈 Halloween 과 일면 닮은 구석이 있다. 하지만 '죽음의 날'은 죽은 친지나 친구를 가슴에 되새기며, 명복을 비는 날이라는 점에서 확연하게 구분된다.
  

멕시코 사람들은 이날을 위해 몇 주 전부터 무덤과 제단에 꽃과 음식을 바친다. 그리고 죽음의 날에는 기타와 트럼펫으로 신나는 곡을 연주하며 묘지 내부를 행진한다.

  묘소 앞에서는 언제나 엄숙함과 경건함을 강요받는 동아시아의 문화와는 분위기가 전혀 다르다.

  리비에라 마야 Riviera Maya의 슈카렛 Xcaret 의 묘지는 2004년 개장해 역사가 길지 않은 편이다. 2005년 초대형 허리케인 '윌마 Wilma'가 이 지역을 강타했지만, 무덤은 다행히도 피해를 입지 않았다.
  

재미있는 사실은 슈카렛의 무덤이 시신이나 유골이 묻혀 있는 진품이 아니라는 점이다. 일반 시민들이 먼저 승천한 가족이나 지인을 위해 조성해 놓은 것들이다.

   하지만 죽은 이의 사진이 붙어 있고, 이름과 멋들어진 비문이 새겨진 무덤은 충분히 아름답고 고결하다.

   죽음의 날은 슈카렛의 무덤이 더욱 고운 옷을 입는 기간이다. 붉고 노란 꽃이 정문을 뒤덮고 화환과 갖가지 먹을거리가 무덤 앞에 진열된다. 헌물은 과자나 땅콩 같은 주전부리부터 떼낄라 Tequila 나 맥주 같은 술까지 다양하다. 다른 무덤에게 사람들의 눈길을 빼앗기지 않으려는 듯, 저마다 개성이 넘친다.

   산등성이에 오밀조밀 들어서 있는 슈카렛의 무덤을 대하는 태도도 흥미롭다. 스스럼없이 사진을 찍고 낄낄거린다.

   이들은 죽음과 대면해서도 어떻게 천연덕스러울 수 있는 것일까. 해답은 멕시코의 한 건축가가 던진 말에서 찾을 수 있다.

   그는 무덤에 대해 "생활을 위한 공간, 삶의 우울함을 이해할 수 있는 곳"이라며 "나에게 우울함과 기쁨은 동의어이기 때문에 무덤 앞에 서면 행복한 순간이 떠오른다"고 했다.
  

    슈카렛의 무덤 꼭대기에는 빨강, 노랑, 파랑, 흰색 깃발이 나부낀다. 마야 사람들의 주식이었던 옥수수의 빛깔이자 세상을 지켜주는 신(神)들의 색이다.

   멕시코에서만 만나볼 수 있는 '죽음의 날' 축제가 마야의 문화와 무관하지 않음을 보여주는 증거이다.
  

사진/김주형 기자(kjhpress@yna.co.kr)ㆍ글/박상현 기자(psh59@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