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멕시코 마약과의 전쟁 5년 (연합뉴스)

몬테 왕언니 2012. 8. 15. 07:11

2011년 11월달에 연합뉴스에서 특집으로 다룬 멕시코에 대한 기사입니다.

멕시코내부에서 느끼는 것과 한국에서 신문지상에서 느끼는 것과는 좀 차이가 있지만 이 기사를 읽으면 대략적인 멕시코의 상황이 파악될 수도 있다는 생각에 올립니다.

 

<멕시코 '마약과의 전쟁' 5년> ①지금은


(멕시코시티=연합뉴스) 양정우 특파원 = 멕시코에서 가장 쉽고 흔하게 접할 수 있는 뉴스를 꼽는다면 단연 마약갱단의 폭력기사다.
하루에도 잔혹한 사진을 담은 폭력기사들이 인터넷과 '옐로 페이퍼'에 실려 숱하게 쏟아져 나온다.
때로는 대표 일간지에도 폭력 희생자들의 처참한 모습이 실리기도 한다.
언론을 통해 알려진 것만 이 정도니 드러나지 않은 사건까지 감안하면 멕시코의 일상은 사실상 폭력으로 점철됐다고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런 모습은 멕시코 외부로도 고스란히 노출되고 있다.
주요 외신들은 사건현장을 모니터하듯 피비린내나는 기사들을 쏟아내고 있다.
기사와 함께 멕시코의 폭력을 질타하는 목소리도 적지 않다.멕시코의 마약정책이 실패로 가고 있다는 분석이다.

◇과감했던 전쟁, 대담해진 폭력

 

2006년 12월 1일 취임한 펠리페 칼데론 대통령은 12일 만에 자신의 고향인 서부 미초아칸주(州)에 군과 연방 경찰력을 전격 투입했다.
취임 전부터 조직범죄 척결을 내세웠던 칼데론 대통령이 공권력을 필두로 본격적인 '마약과의 전쟁'에 나선 것이다.
미초아칸에 이어서는 전통적으로 마약조직이 활개를 쳐 온 북부 국경 도시인 티후아나에 2천명이 넘는 경찰력을 투입했고, 이듬해 2월에는 동북부 지역인 누에보 레온과 타마울리파스주(州)에 연방군과 경찰을 파견했다.
당시 멕시코 정부가 '전례없는 작전'으로 명명했을 정도로 '마약과의 전쟁'은 신속하고도 집중적인 공권력 투입으로 주요 갱단 두목을 검거하고, 범죄 조직을 와해하는 등의 굵직한 성과들을 일궈냈다.
하지만 `마약과의 전쟁' 초기 "괜한 벌집을 건드린다"는 우려가 현실로 나타나기까지는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2008년 5월 에드가르 미얀 경찰총수 대리가 갱단인 '시날로아' 조직원들의 손에 무참히 희생됐으며, 공권력이 미치지 못하거나 경찰이 허약하거나 부패한 일부 도시에서는 경찰 조직 자체가 무너지며 초유의 치안공백 상황이 발생했다. 이 때문에 주민들이 고향을 빠져나가는 '엑서더스'가 연출되기도 했다.
정부 단속에 밀린 갱단이 분열하거나 거점을 잃어버리면서 세력이 약화된 경우도 없지 않았지만 갱단들은 이전보다 필사적으로 폭력과 범죄에 매달리는 분위기다.'네가 죽나 내가 죽나 해 보자'는 식이다.
이러다보니 과거 마약밀매의 근거지인 북부와 서부 해안지역에 집중됐던 폭력은 점점 남동쪽으로 번지며 전역을 들끓게 하고 있다.
멕시코를 가로질러 미국으로 향하는 불법 이민자들이 갱단의 먹잇감이 된 지도 이미 오래다.
신분상 약점이 있는 불법 이민자들은 갱단에 납치된 뒤로 몸값을 주고 풀려나면 그나마 다행이지만 그렇지 못한 경우 조직원 복무와 죽음의 갈림길에 서고 있다.
갱단은 사이버공간마저 위협하며 참혹한 범죄행각을 벌이고 있다.
올 9월과 11월에는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 마약 갱단 활동과 관련된 비판글을 올렸던 블로거들이 잇따라 보복 살해됐다.목이 잘린 시신 옆에는 어김없이 갱단의 경고성 메시지가 남겨져 있었다.

◇마약폭력 희생자 5만명 육박

 

마약 폭력의 현실은 5년간의 인명피해를 통해 대략 짐작해 볼 수 있다.
멕시코 정부가 올해부터 `마약과의 전쟁'과 관련된 통계를 내놓고 있지 않은 탓에 정확한 인명피해를 가늠하기가 쉽지 않지만 현지 언론들은 매일 발생하는 사건을 취합해 특정한 시점에 정부 비판기사와 함께 통계를 공개하고 있다.
10월 현지 일간지인 `레포르마'는 올 1∼9월 마약폭력으로 숨진 사람이 1만명을 넘어섰다며 지난 4년 9개월간 모두 4만4천여명이 폭력에 희생됐을 것으로 추정했다.
특히 올 9개월간 희생자가 1만명을 넘어섰다는 점에서 최악의 경우 올해 말 '마약과의 전쟁' 전체 사망자수가 5만명에 육박할 수 있을 것으로 내다봤다.
이 신문은 통계치를 근거로 1시간 꼴로 1명이 마약폭력에 희생되며 하루 평균 25명이 목숨을 잃는다는 분석을 내놨다.
그간 폭력 희생자 통계에서 잘 드러나지 않았던 미성년자 사망건수를 보면 현실은 더욱 안타깝다.
멕시코 민간단체인 `아동인권 네트워크'는 7월 보건부 자료를 인용, 2006년 127월부터 4년간 4∼17세 이하 미성년자 1천300명이 폭력에 희생됐다고 밝힌 바 있다.
이 수는 2006년 이후 꾸준히 증가해 2008년에는 47%가 늘어난 것으로 집계됐다.
미국 사법당국도 멕시코 마약폭력의 현실을 우려하고 있기는 마찬가지다.
미 마약단속국(DEA)은 10월 의회에 낸 한 보고서를 통해 `마약과의 전쟁'동안 숨진 사람이 4만3천여명에 달할 것으로 추정하며 멕시코 정부가 갱단을 통제하지 못할 경우 중대한 치안위협에 직면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치안불안으로 인한 멕시코 한인동포들의 범죄피해도 우려스런 부분이다.
지난해 12월부터 올해 8월까지 한인동포 3명이 무장강도와 괴한에 목숨을 잃었으며 대표적인 조직범죄인 '청부살해'에 희생되는 끔직한 일이 발생하기도 했다.
치안문제로 속병을 앓아온 주 멕시코 한국대사관은 '범죄예방 안전매뉴얼'이라는 책자까지 만들어 동포들의 안전확보에 나섰다.

◇위기몰린 집권당, 내년 대선 위기감

 

결코 잡히지 않는 치안에 멕시코 집권 '국민행동당(PAN)'에도 비상이 걸렸다.
칼데론 대통령은 참석하는 자리마다 '마약과의 전쟁' 정당성을 설파하는 데 여념이 없지만 여론은 정부와 집권당에 싸늘한 시선을 보내고 있다.
지난해 7월 치러졌던 지방자치단체장 선거에서 PAN은 야권과 주지사 자리를 주고 받으며 선방했다고 자평했지만 정치권에서는 정권탈환을 준비 중인 제1야당인 제도혁명당(PRI)의 압승이라는 분석이 지배적이었다.
PAN은 내년 7월 대선을 앞두고 이달 13일 전초전 성격으로 치러진 미초아칸주 주지사선거에서도 대통령의 누나를 후보로 내고도 PRI의 상승세에 눌려 패하면서 집권 연장에 적신호가 들어 왔다.
그간 여론조사에서 당의 지지도가 떨어져나가는 것을 보긴 했지만 대선을 불과 7개월여 앞둔 시점에서 선거 패배는 PAN에 상당한 충격으로 다가오는 분위기다.
반면 PRI는 '마약과의 전쟁' 패배론으로 PAN이 궁지에 몰리며 지지율이 추락한 사이 2000년 이후 12년만에 정권 창출의 기회를 맞고 있다.
2006년 대선에서 칼데론 대통령에 분패했던 민주혁명당(PRD)의 마누엘 로페스 오브라도르 전 멕시코시티 시장도 좌파진영의 통합후보로 대선에 나서면서 PAN은 야권의 틈바구니에서 고전을 면치 못하게 됐다.
정부와 집권당으로선 대선을 앞두고 지지율을 끌어올릴 반전의 기회를 찾아야 하지만 사실상 막판으로 치닫고 있는 '마약과의 전쟁'에서 눈에 띄는 성과를 내기란 쉽지 않아 보인다.

<멕시코 '마약과의 전쟁' 5년> ②현장을 가다

 

州정부 청사 앞의 실종여성 명패들

 

(치와와<멕시코>=연합뉴스) 멕시코 '마약과의 전쟁'이 5년을 맞았다. 치안이 열악한 멕시코 북부 치와와시 도심 한 십자가에 지난 10여년간 실종된 여성들의 명패가 걸려 있다. 2011.11.28

(치와와시<멕시코>=연합뉴스) 양정우 특파원 = 22일(현지시간) 멕시코 북부 치와와주(州)의 주도인 치와와시(市).
'마약과의 전쟁'이 한창인 멕시코에서 치안상황이 좋지 못하기로 알려진 이 곳 도심 한복판에는 커다란 흑백의 십자가들이 자리를 지키고 있다.
주 정부 청사와 마주하고 있는 십자가들은 지난해 12월 살해된 딸과 실종여성들의 진상조사를 요구하는 시위를 벌이다 죽임을 당한 인권 활동가 마리셀라 에스코베도(여.당시 52세)의 넋을 기리기 위한 것으로 시민들의 자발적인 추모 공간이다.
그는 딸의 죽음을 밝히는 과정에서 인권활동가로 변신했지만, 갱단은 어둠의 세계를 비추려는 그를 수많은 사람들이 지켜보는 광장에서 살해했다.
검은 십자가를 받치고 있는 붉은 나무판에는 고통을 상징하는 대못 수십개와 함께 범죄의 잔혹함을 보여주는 시신 사진, 모조품들이 어지럽게 걸려 있어 그간 치와와에서 있었던 일들을 한눈에 알아볼 수 있었다.
어두운 십자가 옆으로는 지난 10년간 치와와에서 사라진 실종 여성들의 이름을 적은 명찰들이 깡마른 하얀색 십자가를 장식하고 있었다.
명찰들은 바람이 불 때마다 나뭇잎처럼 하나둘씩 흔들리면서 지나가는 사람들에게 잊혀져가는 자신들의 존재를 알리는 듯했다.
'마약과의 전쟁' 한복판에 놓인 치와와주는 지난 5년간 폭력의 정점에 있었다해도 과언이 아니다.

주도인 치와와시는 그나마 연방과 주 정부의 힘이 미친 덕분에 치안질서가 어느 정도 유지되고 있었지만 북쪽으로 네다섯시간 떨어진 시우다드 후아레스는 갱단의 무질서한 폭력으로 '살인의 도시'라는 오명을 안고 있다. 이 때문에 치와와라는 말은 오싹한 느낌과 맞닿아있다.
치와와주는 작년 멕시코 주별 강력사건 발생율에서 최상위를 차지했다.

마약폭력 희생자들의 안식처
(치와와<멕시코>=연합뉴스) = 멕시코 '마약과의 전쟁'이 5년을 맞았다. 치안이 열악한 멕시코 북부 치와와시 남부에 있는 서민들의 공동묘지 입구. 2011.11.28 

특히 인구 10만명당 살인, 납치, 자동차 강·절도 사건에서 다른 주에 비해 월등히 높은 발생률을 기록했다.
살인의 경우 10만명 당 111.7명으로 수도 멕시코시티(9.2명)의 10배를 넘었다.
치와와시의 경우 올해 하반기가 되면서 범죄가 많이 줄어들었다는 게 현지인들의 얘기지만 말끝마다 건물 뒤편의 골목길은 피하라는 충고가 돌아왔다. 특히 밤거리를 걷는 것은 상당한 위험을 초래할 수 있다고 입을 모았다. 물론 한낮의 치와와는 여느 멕시코 도시처럼 평온한 모습이다.
초조함이 없는 것은 아니지만 그렇다고 해서 길거리 한쪽에서 웃고 떠드는 사람들을 지켜볼 만한 여유조차 없는 곳도 아니다.
다만 범죄에 대한 불안감은 이 곳을 처음 찾는 관광객이나 계속 살아 온 사람 모두 가슴 한쪽에 묵직하게 갖고 있는 느낌이다.
시내에서 만난 여고생들은 있는 그대로의 치와와를 전해줬다.
밝게 웃으며 도심 횡단보도를 건너 온 사만타 올리바레스(16.여)는 길거리를 걸어다니기에 안전하느냐는 질문에 "당연히 아니다"고 말하면서 "상황 때문이다. 사람들이 죽어가고 있다"고 불안감을 나타냈다.
함께 있던 친구인 노르마 수산나 카리요(15.여)도 "어느 곳에서든 사람들이 죽어가고 있잖아요"라며 위축된 모습을 보였다.

 

[멕시코 '마약과의 전쟁' 5년] ③韓기업이 뛴다

 

(치와와 <멕시코>=연합뉴스) 양정우 특파원 = 멕시코가 `마약과의 전쟁'으로 치안상황이 악화된 가운데도 한국 기업들의 활동은 오히려 늘고 있는 분위기다.
치안 사정만 고려하면 투자를 감행하기 어려운 일이지만 난국 속에도 위기를 기회로 삼아 도전에 나서고 있는 것이다.
최근 2년간 멕시코에서 눈여겨 볼만한 한국 기업의 투자로는 한국전력과 삼성물산이 이끌어 가고 있는 치와와주(州) 복합화력발전소 건설사업을 들 수 있다.
두 기업이 현지 업체인 '테친트(Techint)'와 손을 잡고 건설 중인 '노르테 도스(Norte Ⅱ)' 복합화력발전소는 올해 1월 북부 치와와시(市)에서 첫 삽을 뜨며 멕시코 발전 시장의 문을 활짝 열었다.
이 사업은 한국 기업이 중남미에서는 처음으로 '민자발전사업(IPP)' 형식으로 사업을 따 낸 경우로 2013년 5월 준공 뒤에는 25년간 발전소를 운영하며 4억3천만달러의 투자비 회수와 함께 이윤 창출에 나선다.

포스코의 아연도금 강판공장 추가 투자도 눈길을 끈다.
포스코는 23일 멕시코 동북부 타마울리파스주(州) 알타미라시 인근에 위치한 연속용융아연도금강판(CGL) 공장에서 증설 착공식을 가졌다. 공장 증설에는 3억달러가 추가로 투자된다.
멕시코에 생산과 판매법인을 갖고 있는 포스코는 2009년 8월 알타미라 부근에 연간 생산 40만t 규모의 차량용 아연도금강판을 지어 지난해 3억달러의 매출을 기록했으며 추가 투자로 강판공장의 생산규모는 90만t으로 늘어나게 됐다.
멕시코 정부는 포스코의 추가 투자를 적극 반겨 투자 결정이 이뤄진 6월 펠리페 칼데론 대통령이 포스코 관계자들을 대통령궁으로 초청해 기념행사를 연 바 있다.

이밖에도 한국광물자원공사가 6월 멕시코 북부 바하칼리포르니아수르주(州) 볼레오 동광 개발에 착수하며 해외에서 생산한 구리를 국내에 들여오는 자원확보의 길을 열었고, 한국가스공사의 경우 2009년 컨소시엄 형태로 멕시코 서부 만사니오 LNG저장소 건설공사에 뛰어들어 공사가 한창 진행 중이다.

굵직한 사업투자 외에도 멕시코 현지에 진출한 한국 기업들도 늘어 2010년 1월 기준으로 멕시코 경제부에 등록된 한국투자 기업은 1천368개였지만 같은해 말에는 61개가 증가한 1천429개로 집계됐다.
하지만 사업 현장 대부분이 멕시코에서 치안이 좋지 못한 북부지역에 위치하고 있어 실제 현장에서 근무하는 직원들의 심적 고통은 이만저만이 아니다.
한 기업의 경우 멕시코에 대규모 투자를 하면서도 소문이 나면 혹시나 마약갱단 등 범죄조직들의 손이 미쳐오지 않을까라는 우려에 사업을 벌이고 있다는 사실 자체를 주변 지역에 '쉬쉬'하고 있기도 있다.

멕시코 북부지역의 한국 기업 건설현장 관계자는 최근 연합뉴스와 만나 "(누군가) 총을 맞았다는 얘기가 들릴 정도로 (치안불안을) 피부로 느끼고 있다"면서 "슈퍼마켓 갈 때만 가끔 나가고 '방콕' 생활을 한다"고 전했다.  다른 관계자도 "듣는 게 사람 죽는 얘기다. 그저께는 아이(자녀) 친구 아빠가 총을 5발이나 맞고 죽었다고 하더라. "이렇다, 저렇다"는 말을 끊임없이 듣는다. 우리에게 불상사가 생기지 않을 수 있나라는 생각도 한다"고 불안감을 토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