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와와, 치아빠스, 와하까

2012년 11월 15일 치와와의 엘노르떼 발전소 뉴스

몬테 왕언니 2012. 11. 21. 13:52

 

중남미에 깃발 꽂은 한전..'사막서 전기를 캔다'

[멕시코 치와와=이데일리 윤종성 기자] 비행기에서 내려다 본 육지는 제대로 지어진 건물 한채 없이 흑갈색으로 뒤덮여 있었다. 황량한 사막 한 가운데에 덩그러니 놓여있는 활주로는 이곳이 공항임을 알 수 있는 유일한 단서. 공항에서 나와 처음 눈에 들어온 왕복 4차선 도로에는 위압적인 엔진음을 내는 트럭들이 신호등 하나 없는 도로를 질주하고 있었다. 도로가에 서있는 야자수와 선인장을 보고 있자면 어디선가 총을 들고 카우보이가 튀어나올 것만 같다.

서울에서 미국 LA(로스엔젤레스)와 멕시코의 멕시코시티를 경유해 꼬박 하루 걸려 도착한 이 곳은 멕시코의 치와와 주(州). 미국 국경과 접해있는 멕시코 북부의 치와와는 선인장보다 사람 수가 적을 만큼, 인적이 드문 곳이다. 5년전 멕시코 정부가 마약과의 전쟁을 선포한 뒤로는 더욱 그렇다. 무법지대나 다름없는 이곳에서만 5년새 1만명 가량이 총기 사고로 죽어 나갔다.

▲멕시코 치와와 주에 위치한 노르테II 발전소는 내년 5월 준공을 목표로 막바지 점검에 들어갔다. 현재까지 공정률은 92%에 이른다. 사진은 노르떼II 발전소의 전경


◇사막 한가운데서 발전 시동..“내년이면 상업 운전”

공항에서 다시 차로 1시간 여를 달리자, 눈 앞에 뿌연 모래 먼지로 뒤덮인 공사 현장이 눈에 들어온다. 하얀색 바탕에 빨간색 글씨로 ‘KST’라고 쓰여진 헬멧을 쓴 채 이리저리 움직이는 사람들의 모습도 보인다. 바로 노르떼II 가스복합화력발전소 건설 현장이다. 헬멧에 쓰여진 KST는 한국전력(Kepco)과 삼성물산, 멕시코 데친트(Techint) 사의 머릿글자를 딴 멕시코 현지법인 명칭이다.

총 16ha(헥타르)의 부지 위에 건설 중인 433MW(메가와트) 규모의 노르떼II 발전소는 이미 발전소의 위용을 뽐내고 있었다. 가스터빈 I·II 건물과 증기터빈건물, 냉각기건물 등의 외형 구조물은 이미 다 지어진 상태. 각 단위기기 별로는 막바지 점검을 끝내고, 시운전에 들어갔다. 박성근 건설소장은 “단위기기별 시운전을 끝낸 뒤 다음달부터는 종합 시운전을 하게 될 것”이라면서 “내년 5월말에는 상업 운전을 시작하게 된다”고 말했다.

현재까지 공정률은 92%. 최근 들어 전력난에 시달리고 있는 멕시코 정부는 한전 측에 공사를 서둘러 달라고 재촉하기도 했지만, 한전은 이를 거절했다. 준공일자를 앞당기는 것보다 안전과 완성도를 높이는 게 중요하다는 이유에서다.

이곳 노르떼II 발전소 건설 현장에서 근무하는 인원만 총 1350명. 이들중 한국인은 한전 측 8명과 삼성엔지니어링 소속 직원 40명 등 70명에 불과하다. 인력의 98%에 달하는 1280명을 모두 현지에서 채용했기 때문이다. 한전은 발전소 완공 후에는 5명의 인력을 파견, 이곳을 25년간 운영·관리할 예정이다. 한전은 이 기간 중 연평균 10.3%의 수익률과 3억7000만달러의 영업이익을 기대하고 있다.

▲멕시코 치와와 주에 위치한 노르떼II 발전소 건설 현장에서 작업자들이 스팀터빈실에서 배관을 연결하는 작업을 진행하고 있다


◇전력 수요 급증하는 중남미..“새로운 기회의 땅”

전세계 10개국에서 21개 프로젝트를 진행 중인 한전은 노르떼II 발전소에 각별한 의미를 부여하고 있다. 발전 수요가 급증하고 있는 중남미 지역에서 첫 수주 테이프를 끊은 프로젝트이기 때문이다. 박 소장은 “한전의 해외사업은 그 동안 중동, 아시아 지역에 치우쳐 있었다”면서 “하지만 노르떼II 발전소 건설을 계기로 전력산업 투자가 활발한 중남미 쪽의 활로를 뚫을 수 있게 됐다”고 강조했다.

실제로 영국의 시장조사전문기관인 BMI에 따르면 페루(6.9%)와 브라질(4.6%), 멕시코(4.6%), 콜럼비아(4.3%) 등 중남미 주요 국가들은 오는 2014년까지 연평균 4% 이상의 전력 수요가 늘어날 것으로 예측된다. 이는 전세계 평균 전력수요 성장률인 2.9%를 크게 웃도는 수치다.

노르떼Ⅱ 발전소가 들어서는 멕시코만 해도 올 연말부터 294MW급 복합화력발전소인 바하(Haja) 캘리포니아Ⅲ를 비롯해 956MW급 노르떼Ⅲ, 1400MW급 토폴로밤포Ⅱ·Ⅲ 등의 복합화력 발전소 발주를 쏟아낼 예정이다. 금액으로 따지면 1000억달러에 육박할 전망이다.

정창진 KST 이사는 “그동안 중남미 전력시장은 미쓰비시(Mitsubishi)와 이베르드롤라(Iberdrola) 등 일본과 스페인 기업이 양분하고 있어 진입장벽이 높았다”며 “노르떼Ⅱ 발전소 건설로 중남미 신시장 개척의 교두보를 마련했다는 데 의미가 크다”고 강조했다. 정 이사는 또 “노르떼Ⅲ, 바하Ⅲ 발전소의 추가 수주를 기대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삼성ENG, 멕시코서 시작된 발전플랜트 '노다지'

 

멕시코 수도인 멕시코시티에서 북서쪽으로 1200㎞ 떨어진 사막지대 치와와 엘치노 지역. 이곳에는 삼성엔지니어링이 해외에서 수주한 첫 발전플랜트 '노르떼II' 현장이 있다.

 현장엔 큰 건물 세 개가 있다. 가장 왼쪽에 가스터빈 건물이 보일러 건물과 나란히 있고 그 옆에 증기터빈 건물과 냉각기 등 보조기기 건물이 세워져 있다.

 공정률은 92%로 외형구조물(가스터빈 I·II 건물, 증기터빈건물, 냉각기건물 등)은 거의 지어진 상태. 총 사업비는 4억2000만달러 중 공사비는 3억3000만달러로, 내년 5월 말 43만㎾(국내 화력발전 1기 분량)의 전력을 생산하는 상업운전을 할 예정이다.

 노르떼II 발전플랜트는 멕시코 연방전력위원회(CFE)와 한전 등이 포함된 컨소시엄이 디벨로퍼가 되고 삼성엔지니어링과 현지업체 컨소시엄이 EPC(설계·시공·구매)를 맡았다. 2010년 8월 일본의 미쓰비시상사와 미쓰이상사, 스페인의 Iberdrola, Abengoa 등을 제치고 수주했으며 한국기업이 사업개발, 파이낸싱, EPC, 운영에 이르는 전 분야를 수행하는 민관협력 모범 사례로 꼽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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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엔지니어링이 해외에서 수주한 첫 발전플랜트인 맥시코 노르떼II 발전 플랜트 현장 ⓒ삼성엔지니어링 제공

 삼성엔지니어링이 노르떼II 발전플랜트를 수행하게 된 배경에는 기존 멕시코에서 수행한 프로젝트를 통해 입증된 사업수행능력이 결정적이었다. 삼성엔지니어링은 멕시코 최대 국영석유업체인 페멕스(PEMEX)로부터 툴라, 살라망카, 미나띠뜰란 등 정유프로젝트 3건과 멕시코연방전력청(CFE)의 만자니요 LNG 터미널을 수주해 성공적으로 수행했다.

 발전 플랜트 분야의 경험이 없었던 삼성엔지니어링에게 기회가 온 것은 사업주의 전폭적인 신뢰 덕분. 특히 삼성엔지니어링으로선 이 프로젝트의 의미가 남다르다. 발전 플랜트를 신성장동력으로 선정하고 수주를 늘려가고 있는 분야여서다.

 삼성엔지니어링은 노르떼II 발전 플랜트를 통해 입증한 사업수행력을 바탕으로 지난해에는 1억5000만달러 규모의 멕시코 인터젠 발전 플랜트를 수주했다. 중동에서도 와싯·샤이바 발전 플랜트를 연이어 따내는 성과를 거뒀고 올해는 카자흐스탄 BTPP로부터 20억8000만달러 규모의 발하쉬(Balkhash) 발전플랜트를 수주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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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엔지니어링이 수행하고 있는 멕시코 노르떼II 발전 플랜트의 오용환 현장소장

 오용환 삼성엔지니어링 현장소장은 "해외 첫 발전플랜트인만큼 프로젝트의 성공적 수행에 만전을 기하고 있다"며 "멕시코가 앞으로 2025년까지 1000억달러를 발전설비 확충에 투자할 계획이어서 현지에서 입증된 역량을 바탕으로 수주를 늘려갈 방침"이라고 강조했다.

 한편 멕시코는 1억2000만명의 인구가 살고 있지만 전력설비 용량은 한국의 66%에 불과할 정도로 전력사정이 좋지 않다. 조만간 294㎿급 복합화력발전소인 바하 캘리포니아Ⅲ, 956㎿급 노르떼Ⅲ, 1400㎿급 토폴로밤포Ⅱ·Ⅲ 등 복합화력발전소 발주가 예정돼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