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는 이야기

결혼기념일

몬테 왕언니 2014. 8. 26. 11:48

 요즘 일이 많아 체력도 딸리고 말도 못하게 피곤을 느끼며 내삶의 스타일이 통채로 바뀐 듯한 기분이라 정신적 여유가 없어 결혼기념일을 까맣게 잊었답니다.

아침 먹을 때도 무심했는데, 출근길에 갑자기 축하해~ 하며 키스해주는 남편에게 어떻게 기억했어? 했더니 자기도 문자가 들어와 체크하다보니 날짜가 보이더라나... ㅋ

저녁외식이나 할까? 일단 일처리부터 하고 상황봐서 전화하자며 헤어졌는데, 6시경 연락와서 레스토랑으로 오라네요.

교통체증속에 부랴부랴 달려가보니 예약도 되어 있고 내가 젤 먼저 도착했네요. 

 

친구네 커플과 함께 아주 기분좋은 식사를 하고~

그 레스토랑, 밤 11시가 넘어도 끊임없이 들어오는 선남선녀들로 눈요기도 좋았고, 음식 맛도 제법이고 무엇보다 와인이 참 좋았는데 나중에 가격보니 제값 한 것이더라구요. ㅎㅎ

친구 와이프가 선물해준 팔찌인데 아주 마음에 들고, 내 결혼기념일에 선물받아본 게 처음이라 더욱 특별한 느낌입니다. 

 

 

둘 다 차를 가지고 간데다가 새벽 1시가 넘고 술기운도 제법 있는지라 (와인 세병에 다른 칵테일까지...) 음주단속 걸리면 멕시코돈 4만페소 딱지떼거나 또는 4천페소 찔러주고 쇼부봐야하는데 둘이 동시에 걸리며 엄청날테니 대리운전 문화없는 멕시코에서 가장 안전한게 바로 근처의 호텔!!

아님 택시타는 건데 치안문제가 걸리므로 그시간에 택시타는 것 또한 바람직한 일은 아니지요.

 

중년 남녀가 각자 차몰고 예약없이 한밤중에 호텔에 투숙하고 아침에도 각자 스케줄따라 남편먼저 일찍 가고 난 느즈막히 샤워하고 첵아웃하는 딱 막장드라마 설정으로 결혼기념일 행사를 마감한 줄 알았답니다.  

우린 취기도 있었고 너무 늦은 시간이고 계속 일이 많아 피곤이 쌓인지라 손도 안잡고 서로 코골며 등돌리고 잠들었지만, 설정은 ㅋㅋ 재미나더라구요~~

 

 

결혼기념일 축하를 3일은 연속으로 해야 한다며, ATV, 일명 사발이를 몰고 어드벤쳐를 떠났습니다. 고속도로를 타고 2시간정도 달려, 산길로 접어들어 다시 1시간쯤 산을 올라가 자갈길의 강을 건너 계곡으로 들어가면 폭포가 나옵니다.

El Salto라는 곳인데, 수영하려고 만반의 준비를 다하고 갔건만 아뿔사!!

물이 한방울도 없네요. 

 

 

 이렇게 물이 많고 힘차게 떨어지는 계곡인데....

저번에 갔을 때도 이랬는데, Canucula 40일동안 비는 한번도 안오고 뜨겁기만 하다보니 물이 한방울도 없네요.

 

 

내려가는 길에 있는 작은 폭포나 시냇물에 발이라도 담가야지 억울하다는 내말을 듣기라도 한듯, 하산 길에 산 가득 안개인지 구름인지 하얗게 퍼지더니 제법 큰비를 뿌려 온몸이 젖고 서늘한 바람에 한기조차 느꼈는데, 다 내려오니 햇볕가득, 어느새 바람에 옷이 다 말랐더라구요.

 

분위기 있는 이태리 레스토랑을 찾아가 3번째 날의 하이라이트, 로맨틱 디너를 했지요.

 

와인은 시라스, 피자는 세라노 햄과 올리브, 시금치, 버섯 등이 올라간 것으로 주문했는데 맛이 심상치 않습니다. 아무래도 우리의 쉐프, 안포라에서부터 따라 다니던 그 사람 같아서 물어보니 맞네요. ㅎㅎ 

   

 

Fungo Portabella di Gamberi라는 좀 어려운 이름인데, 대형버섯위에 시금치, 허브, 블루치즈등을 얹어 만든 것으로 기막힌 조화의 맛을 즐길 수 있답니다. 완전 강추!!

 

 

스테이크를 주문하면서 겉은 익히고 속은 전혀 익히지 말라고 했더니, 세상에...

정말 내가 원하는 바로 딱!!

겉의 소스도 너무나 부드럽고 맛있고, 허브뿌린 감자도 정말 향이 기막혔어요.

 

대만족의 식사를 하고, 혀와 입과 눈과 배가 즐겼으며 로맨틱한 기분도 마구 마구 들었어요.

다시 2시간을 사발이를 타고 집으로 돌아와 샤워하고 누우니 온 삭신이 노곤하니 푹 잠들었고, 이보다 즐거운 결혼기념일은 있기 어렵겠다는 생각을 했지요~~ ㅎ

 

나도 무심하고 남편도 자상하거나 챙기는 것과는 거리가 먼 남자라 기대도 안하며 살았는데, 그래서 이번에 챙겨받으니 더 특별하게 느껴지는 것 같아요.

가끔 기억날 땐 꽁알꽁알 기념일이나 생일도 안 챙겨준다고 투덜대곤 했는데, 50세 생일로 럭셔리 아프리카 여행선물받고, 결혼기념일 2박 3일 챙겨받았으니 앞으론 그저 잘해줘서 좋다고 자랑해야겠어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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