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조원 증발했나, 더 건질 수 있나
한국에서 비행기로 15시간. 현지 공항에 내려서 자동차로 다시 2시간 이상을 달려야 도착하는 멕시코 바하칼리포니아수르 주(州) 산타로살리아. 북아메리카 대륙 왼쪽 끝에 위치한 이곳은 멕시코 내에서도 20년 이상 낙후된 지역이다. 프랑스 회사가 1884년부터 1934년까지 50년 동안 광물을 캐내던 흔적이 아직도 도시 곳곳에 남아 있다. 인구도 1만명밖에 되지 않는 이 도시의 주업은 어업이었다. 작고 오래된 도시에 약 1년 전부터 변화가 일어나고 있다. 최신 시설의 대형마트나 가전제품 전문점이 들어섰고, 미국산 최신 차들이 거리를 질주하고 있다. 돈이 돌고 있다는 의미다.
이 도시에 변화를 불러온 것은 한국광물자원공사가 2008년부터 이 지역에서 시작한 '볼레오 프로젝트'다. 볼레오 프로젝트란 오래전 프랑스 회사들이 채굴하던 동(銅)광산에 아직 남아 있는 구리를 다시 캐내는 사업이다. 매장량이 적은 것이 아니라 당시에는 품위가 낮아서 사용하기 어려웠던 광물이 이제는 새로운 기술 개발로 인해 활용할 수 있게 된 것이다.
↑한국광물공사가 소유한 멕시코 바하칼리포니아수르 주 동광산 사업장. ⓒ 시사저널 박혁진
채굴·제련·선적 한 번에 이뤄져
볼레오 프로젝트는 단순히 구리를 채굴하는 데 그치는 것이 아니라 현장에 설치된 플랜트 시설에서 동광석을 잘게 부숴 이를 황산에 녹여 분리하고, 다시 전기분해를 통해 구리를 생산하는 작업까지 진행되는 과정을 통칭하는 말이다. 광물공사는 이 지역 광산에서 지난 1월부터 전기동을 생산하기 시작했다. 지난 몇 년간 이 사업을 둘러싸고 1조원이 넘는 투자비가 증발됐다는 주장이 정치권에서 제기됐는데, 시제품이 생산되면서 잠잠해졌다.
지난 4월21일 방문한 동광산 현장은 시제품 생산에 고무된 듯 활기가 넘쳤다. 갱내에서는 국내 기업 채굴 전문가가 와서 멕시코 현지 인력들을 교육하고 있었다. 최근 광물공사에 입사한 신입사원 10여 명도 이곳에서 석 달간 수습 교육을 받고 있었다. 공기업에서 해외 현장에 신입사원들을 전부 보내는 일은 이전엔 없었다고 한다. 현장에서 만난 한 신입사원은 "매일 캄캄한 굴속에서 통역을 하고 먼지를 마시는 것이 힘들지만, 회사가 하는 일이 어떤 건지 빠르게 이해할 수 있고 자원개발이 얼마나 어려운 일인지 깨닫게 된다"고 말했다. 다른 한편에서는 중장비를 동원해 굴을 파나가고 있었다. 이렇게 해서 채굴한 구리는 대형 트럭과 컨베이어벨트를 통해 플랜트 시설로 옮겨졌다. 플랜트 시설로 옮겨진 구리는 앞서 언급한 분쇄-분리-추출-전기분해 과정을 거쳐 비로소 제품화된다. 생산된 구리는 다시 현장과 맞닿은 바다에 건설한 선착장으로 옮겨진다. 산에서 채굴된 동광석이 컨베이어벨트를 통해 플랜트 시설을 거쳐 구리로 생산되고, 이것이 다시 컨베이어벨트를 타고 선적까지 이뤄지는 시스템이다. 전 세계적으로도 채굴과 제련, 선적이 한 번에 이뤄지는 현장은 손꼽을 정도라는 것이 현지 관계자들의 설명이다. 현장에서 만난 이동섭 사업기술처장은 "지난 1월부터 첫 구리 제품이 생산됐고, 망간이나 코발트도 조만간 생산될 것"이라며 "생산 과정에서 얻어지는 황산은 다른 곳으로 팔려나가고 있다"고 설명했다. 때마침 이날 현장과 연결된 선착장에는 1만5000톤급 화물선이 정박해 황산을 옮겨 싣고 있었다.
볼레오 프로젝트는 우여곡절을 여러 차례 겪은 사업이다. 이 사업은 2002년 캐나다의 바하마이닝사 주도로 시작됐다. 바하마이닝사는 2002년 멕시코 정부로부터 광업권을 인수했다. 2008년에는 한국광물공사를 비롯한 국내 기업들이 컨소시엄을 구성해 이 프로젝트의 지분 투자자로 참여했다. 한국 컨소시엄은 볼레오 프로젝트를 위해 설립된 일종의 특수법인인 'MMB(Mineray Metalurgica del Boleo)'의 지분 30%를 인수했다. 광물공사가 10%로 가장 많은 지분을 사들였고 LS니꼬(8%), 현대하이스코(5%), SK네트웍스(5%), 일진(2%) 등이 나머지 지분을 나눠 가졌다.
2012년 바하마이닝사가 자금 조달에 어려움을 겪으며 사업이 좌초될 위기에 놓이자 한국 컨소시엄의 계획도 꼬이기 시작했다. 대주주가 부도를 내면 투자했던 돈을 모두 날리게 되고, 그렇다고 더 큰돈을 투자하기에는 무리가 따랐기 때문이다. 결국 광물공사 주도로 2012년 10월 바하마이닝사가 가지고 있던 지분 70% 중 약 85%(전체 지분의 60%)를 인수해 사업을 정상화했다. 바하마이닝사의 지분은 전량 광물공사가 인수했다. 현재는 광물공사가 MMB 지분 중 70%를 가진 대주주이며 나머지 한국 컨소시엄이 20%, 그리고 바하마이닝사가 10%를 가지고 있다.
우여곡절 끝에 정상화 수순 밟아
대주주가 부도날 위기에 처해 있던 프로젝트를 광물공사가 사실상 지분 전부를 인수하면서 이 사업은 '무리한 자원외교의 전형'으로 뭇매를 맞았다. 생산 여부도 불투명하고, 건설 경기가 불확실한 상황에서 광물공사가 천문학적 돈을 낭비했다는 것이 비판의 요지였다. 광물공사는 이 사업에 총 1조원이 넘는 돈을 쏟아부었다. 광물공사가 경영권을 가지고 직접 해외 광구를 개발하는 사업도 처음이었다. 광물공사는 그동안 해외 광구의 지분을 인수하는 방식으로 자원개발 사업을 해왔다.
광구의 매장량이나 안전성에 대해서도 문제점이 지적됐다. 현지 갱내 광구는 지반이 연약해 무너지기 쉽고, 실제로 한 차례 무너져 현지 근로자가 다치는 사고도 발생했다. 또한 볼레오 프로젝트는 단순히 구리를 캐내는 데 그치는 것이 아니라 채굴(Mining)부터 제련(Processing), 선적(Shipping)까지 이뤄지는 이른바 패키지형 광산 개발 사업이다. 제련을 위한 플랜트 건설이 필수였다. 광물공사가 플랜트 시설을 지은 경험이 없었던 만큼 여기에 대한 비판도 있었다. 이런 악조건을 감안할 때 볼레오 프로젝트의 성공 가능성이 희박했던 것은 사실이다. 최근까지 진행됐던 국회 자원외교 국정조사 특위에서도 이 사업은 한국석유공사의 캐나다 하베스트사 인수 건과 함께 가장 많은 관심을 받았다.
외부적으로 '무리한 사업'이란 비판이 가해졌다면, 내부에서는 크고 작은 사고가 적지 않았다. 무엇보다 이 사업을 지휘했던 채성근 광물공사 본부장과 MMB 박경진 사장이 지난해 9월 허리케인으로 인해 갑작스럽게 목숨을 잃은 것이 광물공사 임직원들에게 큰 충격을 주었다. 채 본부장은 이번 사업의 실질적 책임자였다. 해외 플랜트 건설 경험이 풍부했던 쌍용 출신 박 사장은 플랜트 건설을 위해 광물공사가 영입한 인물이었다. 사실상 볼레오 프로젝트의 두 기둥이었다. 두 사람은 허리케인이 강타하던 날 밤, 인근 식당에서 식사를 마치고 현장의 이상 여부를 둘러보기 위해 가던 중 갑작스럽게 불어난 급류에 휩쓸리는 사고를 당했다. 이 사고로 두 달여 동안 사업에 다시 제동이 걸렸다. 새로운 전문가를 영입하며 사업을 재개했지만, 때마침 정치권에서는 이명박 정부 자원외교 사업에 대해 전면 조사를 해야 한다는 주장이 일기 시작했다. 야당 의원들은 국정조사를 주장하며 광물공사를 몰아붙였다. 다음은 국회에서 야당 의원들이 주장했던 내용이다.
↑3월 국회 자원외교 특위 소속 의원으로서 멕시코 현장을 방문했던 새정치민주연합 김현·전정희 의원이 방명록에 남긴 글. 국회에서 자원외교 문제점을 거칠게 따지던 것과는 사뭇 다르다. ⓒ 시사저널 박혁진
국제 시장 구리 가격도 변수
"예전에 (고정식 한국광물자원공사 사장이) '세상에는 절대적으로 좋은 사업도, 나쁜 사업도 없다'고 말한 것을 들었는데, 볼레오·암바토비 사업에 대해서도 그런 평가를 할 수 있나."(2월13일 국회 한국광물자원공사 기관보고에서 김현 새정치민주연합 의원 발언)
"볼레오 프로젝트는 실적과 성과에 급급해 추진한 MB 정부의 졸속 해외 자원개발 사업의 실체다."(2014년 12월7일 전정희 새정치민주연합 의원실 보도자료)
결국 볼레오 프로젝트는 국정조사로 이어졌고, 여야 의원들이 직접 현장 시찰까지 다녀왔다. 하지만 야당 의원들의 경우 현장을 다녀온 후 공세 수위가 낮아진 분위기다. 석유공사 사업 현장을 다녀온 다른 의원들의 공세 수위가 한층 높아진 것과는 대조된다. 이들은 오히려 현장 방명록에 여당 의원들보다 더한 찬사까지 남기고 돌아오기도 했다.
지난 1월 시제품 생산을 계기로 현장이 활발하게 돌아가면서 그동안 지적됐던 문제 중 상당수는 해소된 것도 사실이다. 하지만 여전히 남아 있는 문제가 있다. 특히 광물공사가 민간 회사 몫 지분까지 모두 혈세로 떠안아야 했는지가 여전히 의문이다. 국제 시장에서 거래되는 구리 가격도 변수다. 광물공사가 이 사업에 처음 참여했던 2008년의 구리 가격은 톤당 1만 달러였다. 아직까지는 당시의 구리 가격이 회복되지 않은 상황이다. 5월20일 현재 국제 구리 가격은 톤당 6208달러다. 광물공사 관계자는 "구리 가격이 톤당 7000~8000달러가 되면 수익이 난다고 보고 참여했기 때문에 수익이 나지 않는다든가, 투자금이 회수되지 못하는 일은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다행스러운 것은 최근 구리 가격이 오르는 조짐이 곳곳에서 포착되고 있다는 점이다. 국제 시장에서 구리 가격은 지난 1월을 바닥으로 조금씩 오르고 있는 추세다. 특히 지난 4월 말부터 5월1일까지 7일 연속 상승세를 보이며 9.9% 올랐다. 전문가들은 중국과 인도의 경기에 맞춰 구리 가격이 오를 가능성이 크다고 말한다.
볼레오 프로젝트는 자원외교와 관련해 여러 가지를 생각하게 한다. 광물자원공사를 비롯한 에너지 공기업들이 할 수 있는 적절한 투자 방법과 시기는 무엇인지, 정치권에서는 어디까지 독려하고 어디까지 잘못을 물을 수 있는 것인지 등이다. 자원외교를 추진했던 주체도 비판했던 쪽도 생각해봐야 할 문제다.
이 도시에 변화를 불러온 것은 한국광물자원공사가 2008년부터 이 지역에서 시작한 '볼레오 프로젝트'다. 볼레오 프로젝트란 오래전 프랑스 회사들이 채굴하던 동(銅)광산에 아직 남아 있는 구리를 다시 캐내는 사업이다. 매장량이 적은 것이 아니라 당시에는 품위가 낮아서 사용하기 어려웠던 광물이 이제는 새로운 기술 개발로 인해 활용할 수 있게 된 것이다.
채굴·제련·선적 한 번에 이뤄져
볼레오 프로젝트는 단순히 구리를 채굴하는 데 그치는 것이 아니라 현장에 설치된 플랜트 시설에서 동광석을 잘게 부숴 이를 황산에 녹여 분리하고, 다시 전기분해를 통해 구리를 생산하는 작업까지 진행되는 과정을 통칭하는 말이다. 광물공사는 이 지역 광산에서 지난 1월부터 전기동을 생산하기 시작했다. 지난 몇 년간 이 사업을 둘러싸고 1조원이 넘는 투자비가 증발됐다는 주장이 정치권에서 제기됐는데, 시제품이 생산되면서 잠잠해졌다.
지난 4월21일 방문한 동광산 현장은 시제품 생산에 고무된 듯 활기가 넘쳤다. 갱내에서는 국내 기업 채굴 전문가가 와서 멕시코 현지 인력들을 교육하고 있었다. 최근 광물공사에 입사한 신입사원 10여 명도 이곳에서 석 달간 수습 교육을 받고 있었다. 공기업에서 해외 현장에 신입사원들을 전부 보내는 일은 이전엔 없었다고 한다. 현장에서 만난 한 신입사원은 "매일 캄캄한 굴속에서 통역을 하고 먼지를 마시는 것이 힘들지만, 회사가 하는 일이 어떤 건지 빠르게 이해할 수 있고 자원개발이 얼마나 어려운 일인지 깨닫게 된다"고 말했다. 다른 한편에서는 중장비를 동원해 굴을 파나가고 있었다. 이렇게 해서 채굴한 구리는 대형 트럭과 컨베이어벨트를 통해 플랜트 시설로 옮겨졌다. 플랜트 시설로 옮겨진 구리는 앞서 언급한 분쇄-분리-추출-전기분해 과정을 거쳐 비로소 제품화된다. 생산된 구리는 다시 현장과 맞닿은 바다에 건설한 선착장으로 옮겨진다. 산에서 채굴된 동광석이 컨베이어벨트를 통해 플랜트 시설을 거쳐 구리로 생산되고, 이것이 다시 컨베이어벨트를 타고 선적까지 이뤄지는 시스템이다. 전 세계적으로도 채굴과 제련, 선적이 한 번에 이뤄지는 현장은 손꼽을 정도라는 것이 현지 관계자들의 설명이다. 현장에서 만난 이동섭 사업기술처장은 "지난 1월부터 첫 구리 제품이 생산됐고, 망간이나 코발트도 조만간 생산될 것"이라며 "생산 과정에서 얻어지는 황산은 다른 곳으로 팔려나가고 있다"고 설명했다. 때마침 이날 현장과 연결된 선착장에는 1만5000톤급 화물선이 정박해 황산을 옮겨 싣고 있었다.
볼레오 프로젝트는 우여곡절을 여러 차례 겪은 사업이다. 이 사업은 2002년 캐나다의 바하마이닝사 주도로 시작됐다. 바하마이닝사는 2002년 멕시코 정부로부터 광업권을 인수했다. 2008년에는 한국광물공사를 비롯한 국내 기업들이 컨소시엄을 구성해 이 프로젝트의 지분 투자자로 참여했다. 한국 컨소시엄은 볼레오 프로젝트를 위해 설립된 일종의 특수법인인 'MMB(Mineray Metalurgica del Boleo)'의 지분 30%를 인수했다. 광물공사가 10%로 가장 많은 지분을 사들였고 LS니꼬(8%), 현대하이스코(5%), SK네트웍스(5%), 일진(2%) 등이 나머지 지분을 나눠 가졌다.
2012년 바하마이닝사가 자금 조달에 어려움을 겪으며 사업이 좌초될 위기에 놓이자 한국 컨소시엄의 계획도 꼬이기 시작했다. 대주주가 부도를 내면 투자했던 돈을 모두 날리게 되고, 그렇다고 더 큰돈을 투자하기에는 무리가 따랐기 때문이다. 결국 광물공사 주도로 2012년 10월 바하마이닝사가 가지고 있던 지분 70% 중 약 85%(전체 지분의 60%)를 인수해 사업을 정상화했다. 바하마이닝사의 지분은 전량 광물공사가 인수했다. 현재는 광물공사가 MMB 지분 중 70%를 가진 대주주이며 나머지 한국 컨소시엄이 20%, 그리고 바하마이닝사가 10%를 가지고 있다.
우여곡절 끝에 정상화 수순 밟아
대주주가 부도날 위기에 처해 있던 프로젝트를 광물공사가 사실상 지분 전부를 인수하면서 이 사업은 '무리한 자원외교의 전형'으로 뭇매를 맞았다. 생산 여부도 불투명하고, 건설 경기가 불확실한 상황에서 광물공사가 천문학적 돈을 낭비했다는 것이 비판의 요지였다. 광물공사는 이 사업에 총 1조원이 넘는 돈을 쏟아부었다. 광물공사가 경영권을 가지고 직접 해외 광구를 개발하는 사업도 처음이었다. 광물공사는 그동안 해외 광구의 지분을 인수하는 방식으로 자원개발 사업을 해왔다.
광구의 매장량이나 안전성에 대해서도 문제점이 지적됐다. 현지 갱내 광구는 지반이 연약해 무너지기 쉽고, 실제로 한 차례 무너져 현지 근로자가 다치는 사고도 발생했다. 또한 볼레오 프로젝트는 단순히 구리를 캐내는 데 그치는 것이 아니라 채굴(Mining)부터 제련(Processing), 선적(Shipping)까지 이뤄지는 이른바 패키지형 광산 개발 사업이다. 제련을 위한 플랜트 건설이 필수였다. 광물공사가 플랜트 시설을 지은 경험이 없었던 만큼 여기에 대한 비판도 있었다. 이런 악조건을 감안할 때 볼레오 프로젝트의 성공 가능성이 희박했던 것은 사실이다. 최근까지 진행됐던 국회 자원외교 국정조사 특위에서도 이 사업은 한국석유공사의 캐나다 하베스트사 인수 건과 함께 가장 많은 관심을 받았다.
외부적으로 '무리한 사업'이란 비판이 가해졌다면, 내부에서는 크고 작은 사고가 적지 않았다. 무엇보다 이 사업을 지휘했던 채성근 광물공사 본부장과 MMB 박경진 사장이 지난해 9월 허리케인으로 인해 갑작스럽게 목숨을 잃은 것이 광물공사 임직원들에게 큰 충격을 주었다. 채 본부장은 이번 사업의 실질적 책임자였다. 해외 플랜트 건설 경험이 풍부했던 쌍용 출신 박 사장은 플랜트 건설을 위해 광물공사가 영입한 인물이었다. 사실상 볼레오 프로젝트의 두 기둥이었다. 두 사람은 허리케인이 강타하던 날 밤, 인근 식당에서 식사를 마치고 현장의 이상 여부를 둘러보기 위해 가던 중 갑작스럽게 불어난 급류에 휩쓸리는 사고를 당했다. 이 사고로 두 달여 동안 사업에 다시 제동이 걸렸다. 새로운 전문가를 영입하며 사업을 재개했지만, 때마침 정치권에서는 이명박 정부 자원외교 사업에 대해 전면 조사를 해야 한다는 주장이 일기 시작했다. 야당 의원들은 국정조사를 주장하며 광물공사를 몰아붙였다. 다음은 국회에서 야당 의원들이 주장했던 내용이다.
국제 시장 구리 가격도 변수
"예전에 (고정식 한국광물자원공사 사장이) '세상에는 절대적으로 좋은 사업도, 나쁜 사업도 없다'고 말한 것을 들었는데, 볼레오·암바토비 사업에 대해서도 그런 평가를 할 수 있나."(2월13일 국회 한국광물자원공사 기관보고에서 김현 새정치민주연합 의원 발언)
"볼레오 프로젝트는 실적과 성과에 급급해 추진한 MB 정부의 졸속 해외 자원개발 사업의 실체다."(2014년 12월7일 전정희 새정치민주연합 의원실 보도자료)
결국 볼레오 프로젝트는 국정조사로 이어졌고, 여야 의원들이 직접 현장 시찰까지 다녀왔다. 하지만 야당 의원들의 경우 현장을 다녀온 후 공세 수위가 낮아진 분위기다. 석유공사 사업 현장을 다녀온 다른 의원들의 공세 수위가 한층 높아진 것과는 대조된다. 이들은 오히려 현장 방명록에 여당 의원들보다 더한 찬사까지 남기고 돌아오기도 했다.
지난 1월 시제품 생산을 계기로 현장이 활발하게 돌아가면서 그동안 지적됐던 문제 중 상당수는 해소된 것도 사실이다. 하지만 여전히 남아 있는 문제가 있다. 특히 광물공사가 민간 회사 몫 지분까지 모두 혈세로 떠안아야 했는지가 여전히 의문이다. 국제 시장에서 거래되는 구리 가격도 변수다. 광물공사가 이 사업에 처음 참여했던 2008년의 구리 가격은 톤당 1만 달러였다. 아직까지는 당시의 구리 가격이 회복되지 않은 상황이다. 5월20일 현재 국제 구리 가격은 톤당 6208달러다. 광물공사 관계자는 "구리 가격이 톤당 7000~8000달러가 되면 수익이 난다고 보고 참여했기 때문에 수익이 나지 않는다든가, 투자금이 회수되지 못하는 일은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다행스러운 것은 최근 구리 가격이 오르는 조짐이 곳곳에서 포착되고 있다는 점이다. 국제 시장에서 구리 가격은 지난 1월을 바닥으로 조금씩 오르고 있는 추세다. 특히 지난 4월 말부터 5월1일까지 7일 연속 상승세를 보이며 9.9% 올랐다. 전문가들은 중국과 인도의 경기에 맞춰 구리 가격이 오를 가능성이 크다고 말한다.
볼레오 프로젝트는 자원외교와 관련해 여러 가지를 생각하게 한다. 광물자원공사를 비롯한 에너지 공기업들이 할 수 있는 적절한 투자 방법과 시기는 무엇인지, 정치권에서는 어디까지 독려하고 어디까지 잘못을 물을 수 있는 것인지 등이다. 자원외교를 추진했던 주체도 비판했던 쪽도 생각해봐야 할 문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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