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는 이야기

망년회 에피소드

몬테 왕언니 2015. 12. 22. 04:46

생각할수록 웃음이 나오는 망년회였어요.

제가 사는 몬테레이는 북쪽지역이라 멕시코시티와는 1000km나 떨어진 곳인데, 우리나라도 서울에서 행사있으면 지방사람들이 올라가야 하듯 우리도 멕시코시티 망년회에 맞춰 가느라고 아침 4시대에 일어나 챙겨입고 하이힐차림으로 7시 비행기타고 시티에 도착해서 택시타고 우리가 좋아하는 El Cardenal 식당가서 맛난 아침먹고는...

시간도 때울겸 새로 단장한 뽈랑꼬의 빨라시오 데 이에로 Palacio de Hierro en Polanco를 구경갔어요.

 

명품관이 따로 있어 슬슬 구경하며 사진도 찍고, 남편 벨트도 새로 장만하고 파티용 스타킹도 하나 사서 신고...

크리스탈 장식이 있긴 하지만 팬티스타킹 한켤레에 3만원이 넘으니 헐...  

 

 

빨라시오 백화점의 크리스마스 트리가 이쁘길래 남편보고 한컷 찍으라고 시키고...

 

 

요즘은 파티를 낮 2시부터 시작해 밤새 노는 구조라...

시간맞춰 파티장에 와서 인증사진도 한장 찍고...

 

 

사진 찍기 싫어하는 남편도 잡아땡겨 같이 한장 찍고...

우리집에도 이런 대리석 계단이 있으면 좋겠다는 수다도 떨고...

 

 

파티장 입구에 떡 버티고 있는 하얀 크리스마스 트리가 보통 위용이 아닙니다.

내년엔 나도 하얀트리를 사다 하얗게 장식을 하고 싶다는 생각을 해봅니다.

이정도 크기의 트리는 구하기도 어렵지 싶지만... ㅎㅎ

 

 

대규모의 크리스마스 망년회답게 세팅도 아주 고급스럽고 맘에 듭니다.

우리는 초대객이라..

난 뭐 남편옆 악세서리로 쫒아온건지라 영문도 모르고 이런 파티 자주 초대받아라.. 넘 좋다... 이랬더니 남편왈 초대는 받았어도 티켓은 우리돈주고 산거라나... 헐..

멕시코는 파티초대에 꼭 티켓은 따로 팔더라는...

하긴 그래야 이런 초대형 파티의 경비를 충당하지 싶고 이해가 됩니다.

 

 

파티장 규모가 장난이 아니고...

조금 뒤엔 모든 좌석이 꽉 찾어요.

밴드단은 보통 시간당 8000-12000페소

아주 유명한 악단의 경우는 두시간 공연에 4만페소정도 한다고도 합니다.

보통 악단이 두시간씩 4팀정도가 들어오고 파티어렌져도 따로 있어 풍선이나 가면, 각종 이벤트를 진행합니다.

 

 

대장 아저씨가 바쁘셔서 직접 참석은 못하시고 녹화를 통해 인사만 하시네요. ㅎㅎ

 

 

음식도 너무 맛있었고...

추첨을 통해 선물도 나눠주는데 난 꽝...

좀 아쉽긴 했지만 그래도 모든 여자 하객에게 주는 손거울은 받았으니 그걸로 만족!!

 

 

악단도 너무 좋은팀이라 음악좋고 춤도 신나게 춰서 하이힐신은 발이 비명을 지를 정도였는데...

밤비행기를 예약해놓은 상태라 가야하는데 파티가 너무 신나서 난 그거 포기하고 밤새 놀다가 아침비행기로 가자고 했고 남편은 좀 빠뜻하지만 시도하면 비행기탈 수 있다고 나가자고 해서 따라 나갔어요.

빗방울이 떨어지는 속에 택시잡는다고 좀 걷고 택시안에서 보니 교통체증이 말이 아니라 도저히 못 갈거 같으니 남편이 전철타고 뛰잡니다.

중간에 두번 갈아탄다고 힘들더라도 열심히 해보자길래 좋다!! 헉헉대며 두군데 환승역을 미친듯이 뛰어 세번째 전철을 탔더니 얘가 가다 서다 하면서 겨우 공항역에 내려줍니다.

도저히...

힐신고는 더이상 뛸 재주가 없어서 벗어들고 스타킹발로 공항을 누비며 들어가 탑승구까지 뛰어 갔는데... 세상에 탑승구조차도 저멀리 끝인거에요.

목에서 쇠가루맛이 날 정도로 뛰어 겨우 도착했더니 이미 비행기문은 닫혔고...

그게 마지막 비행기라는 거에요.

그런데 우리 전 비행기가 지연되서 아직 안 떠나고 있다고 그곳으로 가라길래 ... 이번에 공항 반대끝으로 뛰었는데 ㅠㅠ 진짜 죽겠더라구요 ㅎ

당연히 안태워줬고...

우리뿐만 아니라 열명쯤 비행기를 놓친 사람들이 망연자실해서 서있더라구요.

 

다시 티케팅하는데로 가서 사정설명하고 내일 아침티켓을 달라고 하니 보상없이 400불이라는 거에요. 너무 너무 비싸서 좀 도와달라고 졸라서 약간 보상... 그래봐야 60불이지만... 받았어요.  가장 저렴한 표가 뭐냐니까 새벽4시거가 20불 더 싸다나... 돈이 문제가 아니라 호텔을 못잡았으니 그냥 공항에 앉아 밤새고 그 비행기를 탈까 싶었는데 남편은 호텔가서 편히 자야겠다네요.

문제는 호텔...

항공사직원이 친절하게 4번출구가서 호텔셔틀잡으라고 해서 갔더니 호텔마다 매진이래고..

공항옆 호텔은 하룻밤에 400불... 이것들이 미쳤나? 100-200불이면 항상 방이 있는데 왜 오늘은 400불이지 하면서 인터넷으로 부킹을 하려보니 아예 뜨지를 않습니다.

미리 안해서 그런가보다 하고는 공항에서 좀 떨어진 곳에 가면 방있을거라며 택시타고 갔더니 매진... 또 새로 택시잡아타고 더 가도 매진... 택시를 수없이 타고 내리며 다 뒤져도 호텔마다 매진입니다.

부슬거리며 내리는 빗속에 여우털달린 양가죽자켓입은 상태라 털이며 가죽이며 다 망가지겠다 엄청 끌탕했지만 비상사태속에서 내색도 못하고 계속 끌려다니다가 결국 무슨 여관같이 생긴 곳에 들어가 옷입은채로 잠시 쉬다가 아침에 혹시 또 교통체증으로 비행기 놓칠까 겁나 새벽같이 공항으로 갔고 첵인후 대충 아침요기하고 비행기타고 집에 왔답니다.

 

비싼 스타킹 발바닥 다 나갔을 줄 알았는데 멀쩡해서 다행이고 자켓도 안 망가져서 다행이고.. 다만 하이힐이 비에 젖고 하도 춤도 추고 또 뛰고 난리를 쳤더니 망가져서 버렸답니다. ㅠ

올해는 시티행사가 유난히 많다보니 오며가며 에피소드가 많이 생기고 재미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