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는 이야기

망년회

몬테 왕언니 2008. 12. 12. 11:03

타국에 나와 살다보면 저절로 다 애국자가 되고, 심지가 굳은 사람도 향수와 외로움을 느끼기 마련입니다.

특히 기온떨어지고 스산해지는 겨울에, 연말다가오고 그러면 더욱 사람이 그립고 모이고 싶어지지요.

 

 

 

몬떼레이에 사는 아줌마들끼리 모여 망년회를 했답니다.

우리집 덱준공도 축하할 겸, 한동안 못만났으니까 오랫만에 살아온 이야기도 풀어놓을 겸, 한끼 함께 하는 즐거움도 나눌겸 가든파티를 준비했는데....

그 전날 밤에 기온이 2도로 급강하고 바람이 엄청나게 불어서 잠을 다 설칠정도인거에요.

걱정되대요.... 애기들도 많이 올텐데....모처럼 모였다가 애들 감기걸리면 안모이느니만 못하다 싶고....

아침에 일어나 정원에 나가보니 정성들여 심어놓은 포인세티아가 바람에 다 찢기고 날려 너무도 불쌍한 모습이라 우선 벽쪽으로 끌어다 바람막이를 해놓고 물주고 뿌리다독여줬지요.

햇살은 강렬해서 기온이 좀 떨어졌긴 해도 바람만 자주면 가든파티도 못할 건 없지 싶어서 한두시간 기다려봤지만 여전히 싸늘한 바람이 심하게 부는거에요.

결국 차고를 좀 치우고 애들 만지면 위험할 것들은 커버를 씌워놓고는....혼자서 끙끙대면서 테이블이랑 의자랑 다 차고안으로 들였답니다.

다행이도 차고가 충분히 넓어서 테이블 2개 붙여놓고 애들 놀 테이블과 보조테이블까지 다 놓이대요.  사진에서 보이는 모든 것들을 내가 혼자 다 안으로 들여야 했으니....좀 고생했지요? ^^

 

3시반이 넘으면서 도착하는데....모이기는 나까지 8명인데, 집집마다 애들이 하나나 둘이 기본이라 대충 20명쯤 되대요. ^^

20대초반의 새댁이 1달반된 애기를 안고 와서 젖먹이고, 첫애나 둘째애가 1살반정도로 한참 걷고 만지고 엄마 힘들게 하기는 했지만 그래도 서로 애봐주면서 재밌었어요.

중학생인 이쁜 선미는 애도 잘 보고 엄마들 이야기에도 잘 끼어 어른노릇을 의젓하게 했고, 초등학생부터 유치원생끼리는 같이 뛰어놀고 게임도 하면서 서로 잘 어울렸으며, 우리 엄마들은 이런저런 수다떨면서 즐겁게 3시간남짓 삼겹살 궈서 상추쌈해서 먹고, 맛난 배추김치먹고, 달랑무 김치까지 먹어보고, 커피마시고, 과일먹고, 나름대로 한식을 잘 챙겨먹었답니다.

 

요새 어쩐 일인지 몬떼레이에서 배추구하기가 힘들어서 집집마다 김치가 없다고들 하더니 신김치도 싸와서 삼겹살이랑 같이 구워먹고, 멕시코 시티에서 배추를 주문해서 담갔다는 새김치는 맛이 아주 잘 들어서 딱 먹기 좋았고, 귀한 달랑무 김치도 푹 곰삭은 것이 왔고...이렇게 김치가 다양하게 모여 더 맛있게 먹을 수 있었답니다.

 

한식상을 채릴려면....항상 뭔가 많이 만들어야 하는데....나름대로 이틀간 준비를 했는데, 막상 상채리고 먹을려고 보니 왜 그렇게 상이 허전하던지...^^  사실은 아침에 버섯전을 부칠려고 계획했었는데 가든파티가 차고파티로 변경되는 바람에 시간이 모자라 엄두도 못내고 김치찌게만 후다닥 끓이는 걸로 마무리했답니다.  나중에 보니까 냉장고에 감자샐러드도 해놓고는 꺼내질 않았더라구요. ^^ 구운 김도 있었는데....

날이 춥고 바람분다고 일하는 애도 안와서 내가 급하게 각방의 지저분한 것을 대충 치우느라고 더 정신이 없었더니....^^

그래도 다들 잘먹고 잘 놀다간다고 해서 마음은 푸근했지요.

 

멀리 레온에 사는 한 언니가 나한테 선물을 소포로 보냈는데 마침 도착해서 다같이 열어봤지요.

주홍색의 목도리, 장갑, 모자세트, 폭신한 색색의 줄무늬 양말 두켤레와 토끼털 폼폼이가 달리고 레이스장식의 검정색숄이었어요.

다들 숄은 크리스마스때 파티드레스위에 걸치면 이쁘겠다고....

사진보세요~~

정말 고급스럽고 이쁘지요?

 

양말은 정말 폭신해서 잠잘때 신으면 딱 좋겠다는 의견들인데...^^ 난 잘때 양말 신으면 못자서...그냥 낮에 색동양말 신고 돌아다녔어요. 감촉이 참 좋더라구요.

주홍색의 목도리세트는 다들 열심히 조언을 해주대요. 색이 너무 튀니까 세가지를 한꺼번에 다 걸치면 도저히 소화가 안되니까 액센트로 한가지씩만 걸치라고...^^

나이먹어서 그런가 이젠 원색이 좋고 칙칙한 색이나 흐릿한 색은 영 싫더라구요.

그래서 빨간색이 갖고 싶다고 했더니.....^^ 정말 형광색의 팍 튀는 주홍에 가까운 빨간색으로 보내줘서.....^^ 

내 계획은 하얀색 바지에 빨간부츠신고 하얀스웨터와 하얀자켓입고는 빨간색 목도리와 장갑을 끼는거에요. 좀 튀겠지만 그게 의도니까~~

나중에 사진한장 올릴께요~

 

 

소주도 있었고, 떼낄라와 위스키, 럼, 보드카등등 술은 얼마든지 있었는데 대낮에 모인거고 애들 데리고 운전해야 하고 또 모유 먹이는 사람도 있고 이래저래 첨부터 술은 꺼낼 생각도 안했답니다.

한국처럼 밤늦게 음식점에서 모여 술마시고 취해서 노래방가고 하는 그런 망년회가 아닌, 조용히 애들 데리고 단란하게 모여 이런저런 이야기 나누고는 서로 같이 상치우고 설겆이까지 싹 해놓고 가는 따뜻한 우리 한국 아줌마들끼리의 모임이었답니다.

 

다음번엔 수영장 개장한 뒤에 빨라빠 빌려놓고 애들 데리고 수영장에서 놀면서 고기구워먹는 파티를 한번 해야겠다 싶대요.

내 아이들은 어떻게 컸는지 참 쉽게 지나간거 같은데...젊은 언니들이 어린애들 돌보는 모습보니까 참 애쓴다 싶고 언제 키우나 싶고...^^

자주 모이도록 기회를 마련해주고 싶은 마음이 크고, 서로 사이좋게 동무하면서 외국에서 애들키우면서 사는 젊은 댁네들에게 힘을 실어주고 싶다는 마음이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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