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는 이야기

자식을 키운다는 건....

몬테 왕언니 2009. 7. 5. 14:52

자식을 키우는 일이 참 어렵다는 생각이 요즘들어 부쩍 자주 듭니다.

한달만 있으면 만 19세가 되는 아들녀석이, 항상 말없고 순진하고 알아서 공부 잘 해줘서 속으로 대견하고 자랑스럽기만 한 아들녀석이 뒤늦게 사춘기인지, 아님 자기 정체성을 찾는 중인지 몇 개월째 맘에 안들게 굽니다.

 

미국대학에 들어가 혼자 기숙사생활하면서 지내려니 집 그립고 친구 그립고 엄마손에 먹던 밥이 그리워서 그런 거 같기도 하고....

영어권 학교가 아닌 스페인어로만 공부하다가 미국에서 영어로 수업하려니 언어문제, 문화문제로 적응 안되서 힘들어 하는 건 아닌지 싶기도 하고...

멕시코에 두고 간 여친때문에 마치 애인두고 군대간 듯 서로 못만나고 멀리 있어 그런건가 싶기도 하고...

물어봐야 시원하게 대답을 해주는 것도 아니고, 또 아들도 자기가 뭘 원하는지 분명히 아는 것도 아니고, 그저 미국이 싫고 멕시코로 돌아오고 싶다니 참 답답하고, 한편으론 내품에 도로 데려와 돌봐주며 집에서 학교다니게 하고 싶은 모정 때문에 맘이 찡하대요.

그런데 내 마음도 하루에도 몇번씩 미국에서 대학졸업을 해야 한다와 그냥 멕시코로 편입해서 집에서 지내는게 더 좋다 사이를 왔다갔다 변하니, 이제 대학 갓들어간 아들녀석이야 더 불확실하겠지요.

 

아무리 생각해도 기왕 미국대학에 들어간 거니, 그곳에서 졸업을 하는게 맞다는 결론이 나오대요.

미국대학이 꼭 좋아서가 아니라, 한번 결정해서 입학한 이상 선택에 대한 책임도 있고, 멕시코대학으로 돌아오려면 학점인정도 다 안되서 다시 4년을 다녀야 하고, 지금은 장학금받는데 전학오면 당분간은 사립대학 학비도 벅차고, 또 애한테 중간에 싫다고 그만두는 법을 가르쳐서는 절대로 안되겠다는 생각이 들더라구요.

싫어도 졸업하고 오라고 결론내고, 방학이니까 스스로 벌어서 용돈쓰라고 밀어붙여 공사현장에 보조역으로 내보내 하루 12시간씩 일하게 했습니다.

애는 당연히 부모의 결정이 맘에 안들었으니....정원의 잔듸깎아라, 생수사와라, 시장봐와라 등등 각종 일을 시키면 묵묵히 하면서도 살갑게 굴질 않고 불편한 시간을 한동안 보냈답니다.

 

한국의 친구들에게 조언도 구해보고, 주변의 또래 애를 둔 부모들에게 문의도 해보는 등 많이 고민했는데, 정말 엄마노릇이 참 어렵다는 생각이 들대요.

애한테 그랬어요.

니 맘에 드는 엄마가 아닐지 모르지만, 하늘이 무너지고 지구가 없어져도 난 네 엄마이고, 2억년이 지나도 너를 포기하지 않을거라고....

말은 그렇게 하고는 나름대로 내 속을 좀 비웠어요.

다 큰 아들이니 이젠 스스로 알아서 하라고 맡기자고.

애가 뻗대도, 무뚝뚝하게 굴어도, 하루종일 방에서 딩굴어도 다 모른척 참고 몇일을 그저 편하게 놔뒀답니다.

 

그러다가 지난 주에 보석장사하는 친구에게 러시아산 호박으로 된 장신구를 한세트 구입하면서 마침 아들녀석이 왔길래 보여주면서 이쁘지? 했더니....관심을 보이며 여친이 곧 생일이라며 선물상의도 해서 같이 마련하고, 오늘밤 12시에 생일축하를 해주겠다고 해서 내 차도 빌려주고...뒤늦게 꽃다발을 생각해내서 꽃가게가 다 닫은후라 직접 꽃을 만들어주면 더 좋아할거라고 말해주고....운전조심하고 잘 다녀 오라고 당부해서 내보냈답니다.

 

그래, 이렇게 맘을 비우고 아들편에서 챙겨주니까 아들도 이렇게 편히 다가오는구나.

괜히 서로 맘상하게 대립하고 속상했구나 싶더라구요.

물론 아들녀석은 개학해서 미국대학으로 돌아가기가 싫을거고 다시 방학될 때까지 세월을 버티면서 지낼지도 모르지만, 세상이 저 하고픈 것만 하는 것이 아님도 배우고 미국대학의 시스템도 배우다보면 나중에 후회되진 않을거란 믿음입니다.

 

여러번 엄마 사표내고 싶다고 생각이 들었었는데...^^

자식 이기는 부모없다고, 나도 이젠 아들 옆에서 믿고 바라보는 입장이 되어야 하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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