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는 이야기

자동차 중고시장에 다녀와서

몬테 왕언니 2009. 7. 27. 09:41

 멕시코에는 자동차 중고시장 (Tianguis de los coches) 이란 곳이 있어서 매주 토요일과 일요일 아침 7시부터 낮 3시까지 열립니다.

과달루뻬 (Guadalupe, N.L)의 대형 자동차 중고시장이 아주 유명해서 마침 일요일이고 해서 구경을 하러 갔습니다.

많이 걸을 것만 생각하고는 평소엔 반바지나 7부 바지에 맨발로 굽높은 샌들을 주로 신는데 오늘은 편하게 다니려고 긴바지에 양말과 운동화를 신고 갔습니다.

주차장에 차를 세우고 나오려니 아차! 싶더라구요. 양산을 안 갖고 왔다는 중대한 실수~~

시간은 낮 12시, 기온은 40도를 웃돌고, 하늘엔 구름 한 점 없이 쨍쨍하다 못해 어지러울 만치 강렬한 햇살...

시장 안으로 들어서면서 차에 관심두기 시작하면서 햇볕의 뜨거움도 잊었고, 엄청 넓은 공간에 수백 대의 차가 전시되어 있는 터라 부지런히 돌아봐서 괜찮은 차를 한 대 찾겠다는 열망으로 열심히 차와 차 사이를 누비기 시작했습니다.

 

첫 눈에 띈 2008년도 한국산 지엠대우의 젠트라 (여기선 시보레의 아베오 AVEO)가 무척 맘에 들었지만 구경 시작하자마자 본 첫번째 차라 웬지 시장을 더 돌아보면 훨씬 좋은 조건의 차가 나올 것만 같아서 (사람 심리가 다 그렇잖아요? ^^) 노트에 연락처와 가격, 모델등을 적고는 다시 전진~~

1/4쯤 돌았는데 벌써 목이 갈라질만치 갈증을 느껴 생수 1.5리터를 사서 세식구가 한순간에 나눠 마시고 다시 차사이를 누비고 다녔습니다.

맘에 드는 4-5대의 차를 더 찾았고, 솔떼오 떽 (Solteo Tec 떽대학에서 실시하는 로또로 수익금은 학교재정에 사용하고 집, 차등을 상품으로 줌)에 당첨된 2009년도 신형 새차인 폭스바겐의 골 (GOL, 1600시시 엔진이고 에어컨, 스테레오없는 완전수동의 기본사양)이 에이젼트가격 1,100만원짜리를 8,300만원에 판다고 해서....어짜피 차주인은 복권으로 당첨된 것이므로 그렇게 팔아도 이익이므로....살까 말까 정말 크게 갈등을 했는데.... 그래! 사자! 하고 운전대에 앉아 시동을 걸고 보니......뭔가 너무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너무 아무것도 없는 기본사양이라 추가로 들어갈 돈이 너무 많고, 또 차도 너무 빈약하다는 생각이었어요.

 

물론 난 차에 대해 잘 모르지만...오랜세월 운전하면서 몸에 밴 느낌이랄까...도저히 느낌이 안오는 거에요.

그래서 싫다는 생각이 들었고 덕분에 식구들끼리 말다툼도 크게 했고...

아무리 생각해도 제일 처음에 본 차가 맘에 드는 거에요.

다시 돌아가서 시승도 해보고 내부도 살펴보니 MP3, 스테레오, 6스피커, 에어컨, 에어백, ABS브레이크, 안개등, 전자동 시스템으로 필요한 모든 편리시설이 꽉 차 있어 역시 이 차로 사야겠다는 생각이 들더라구요.

결국 약간 가격을 네고해서 시보레의 아베오로 결정하고 다른날 등기소에서 만나 등기절차를 하기로 약속하고 그때 잔금도 주기로 했습니다.

 

주차장으로 돌아와서 보니...그제서야 온몸이 따갑다는 느낌이 들었고 그래서 살펴보니 세상에~~

반팔 티셔츠 아래의 팔이 빨갛다 못해 따갑고...팔목도 팔찌자국이 하얗게 생겼고...목앞가슴도 둥글게 티셔츠목선따라 빨갛게 탔고, 긴머리를 올려얹은 터라 뒷목도 빨갛고...특히 티셔츠의 뒷부분이 레이스로 되어 있어 레이스 구멍따라 빨갛게 무늬가 생겨 마치 선분홍색으로 문신이라도 한 듯 합니다.

이마와 코도, 눈꺼플도 다 타서 따가와 눈을 못 뜰 정도입니다.

 

몬떼레이에선 한낮에 사람들이 거리에 안 나오고 건물 안에만 있는 이유가 바로 이렇게 햇볕에 무섭게 타기 때문인데..... 오랫동안 이 지역에 살면서도 한낮에 돌아다녔던 적이 거의 없던 터라 정말 바보처럼 아무생각없이 햇볕아래 걸어다녔구나 새삼 후회했어요.

전에 많이 돌아다녔을 때는 깃달린 긴팔셔츠 (그래야 깃을 올려 뒷목을 가리거든요. ^^) 에 긴바지 입고 다녔다는 사실이 그제서야 기억이 나대요.

뭐 이제와서 땅을 치고 억울해 해봐야 소용없는 일....(나이먹으면서 기억력이 정말 오락가락해서 꼭 낭패를 본 후에야 기억이 나는지 정말 한탄스러울 정도에요...ㅜ.ㅜ)

우선 빨갛게 손상된 피부에 녹시마 Noxima 크림을 발라 진정시키고, 얼굴엔 알로에팩으로 열을 내렸지요 뭐.

 

아들녀석의 19세 생일 선물로 마음에 드는 자동차를 주게 되서 기분좋습니다.

차에 대해 많이 생각했는데, 부모가 자식에게 자동차를 두대, 세대 사주게는 안됩니다.

보통 학생때 부모에게 적당한 차를 한대 받아 몰고 다니다가 취직해서 스스로 새차를 구입하는 것이 대부분이므로 너무 낡거나 너무 편리장치가 안된 소형차로 사주고 싶지는 않더라구요. 

처음에는 3-4천불짜리 낡은 차를 사주지 뭐 하고 막연히 생각했는데 (이거 순전히 트랜스포머 영화의 영향으로 그 영화에서 주인공이 카메오를 4천불에 구입합니다. 그런데 변신까지 하는 기가 막힌 스포츠카라는 거 ^^....옆사진이 바로 아베오로 트랜스폴밍하는 모습~), 실제로 차를 구입하려니 현실은 영화도 아니고....4천불짜리는 사용연수가 5년도 넘고 10만km를 넘긴 차가 대부분이라.....이건 아니라는 생각이 들대요.

나도 첫차가 중형의 새차였다는 기억도 나고, 안전을 위해 꼭 에어백이 있어야 한다는 믿음이라 이번에 구입한 차가 역시 잘했다는 결론입니다.

 

그런데...자식은 부모가 저를 위해 이렇게 깊이, 많은 생각을 하고, 기꺼이 거금을 써가면서, 이렇게 햇볕에 빨갛게 익어가면서도 해주고 싶어 한다는 것을 과연 알까요?

내 자신이 부모가 해주신 것들에 대해 아직도 그 깊이와 고마움을 절실히 못 깨닫고 당연하게 받고 있으니 자식에게 그걸 기대하는 것 자체가 말이 안된다고 한편으론 웃고 맙니다.

이래서 내리사랑이라고 하나 봅니다. ^^

내 자식이 나중에 자기가 받았던 사랑과 관심과 혜택을 기억했다가 지 자식에게 잘 해주면 되지 싶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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