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는 이야기

하루 잘 쉬었답니다~

몬테 왕언니 2009. 8. 19. 13:29

괜히 바쁘게 몇일을 지내다보니 책도 전혀 못읽고 마음도 한가롭지를 못했답니다.

어제밤에 잠들면서 이렇게 살면 안되지...내일은 하루 쉬어야겠다는 생각이 들더라구요.

그래서 오늘은 하루 잘 쉬었답니다.

 

우선 아침 10시까지 푸~욱 늦잠을 잤고~

일하는 애가 내가 일어나길 기다렸다는 듯이 청소도구 챙겨서 내침실로 들어갔고....

식구들이야 당연히 출근에, 학교에 새벽같이 다들 나갔고.....

배는 고픈데 뭘해먹지 하다가...

물냉면이나 해먹자 싶어서 3.99불짜리 아씨표(미국상표) 냉면을 삶고, 봉지에 들은 즉석육수를 물에 넣고, 계란삶고, 사과랑 토마토랑 양상추를 채쳐서 고명으로 얹고, 겨자기름약간, 식초듬뿍, 얼음 몇개 띄워서 아점으로 한그릇 시원하게 먹었답니다....혼자서....^^

 

애들 좋아하는 닭고기 따꼬 도라도 Taco Dorado 를 만들자는 생각이 들어서, 수퍼가서 콜라, 양상추, 빨간무, 끄레마 데 바까 (Crema de Vaca 크림), 5가지 고추로 만든 소스, 또르띠야 Tortilla와 닭을 사왔지요.

큰냄비에 닭, 마늘듬뿍, 후추, 술, 소금, 바질허브를 넣고 푹 끓게 놔두고는

커피 한잔을 타서는 거실바닥에 배깔고 누워 샘터 8월호를 읽기 시작했답니다.

한국에서 친구가 샘터와 좋은 생각등 8월호 잡지를 보내줬는데....날 잡아서 저걸 다 읽어야 하는데 하면서 몇일을 바라만 보고 있었거든요.

난 하루에 몇페이지씩 읽는 스타일이 아니라 책을 손에 잡으면 한번에 끝을 봐야 하는 편이라서 시간이 넉넉할 거 같지 않으면 아예 펴보지도 않거든요. ^^

요새 많이 더웠는데, 어제부터 좀 선선한 바람도 느껴지고 조금 견딜만한데다가 거실의 타일바닥에 누우니까 서늘한 기운이 배로 전달되서 쾌적하니 책읽을 맛이 나더라구요.

한 5시간쯤 그렇게 딩굴었나....책을 다 읽었고, 이제 저녁준비를 해야겠다 싶더라구요.

 

닭은 따꼬용으론 살만 발려 잘게 찢어놓고, 다시 뼈와 남은 닭고기를 냄비에 넣고 황기, 마늘을 더 넣어 푹푹 끓게 놔두고는 이제 또르띠야에 닭고기를 넣어 돌돌말아 기름에 튀겨냈답니다.

빨간무와 양상추는 잘게 채쳐서 아주 묽게 만든 살사베르데 Salsa Verde 에 담가놓았지요.

그래야 맛이 배서 더 좋거든요.

 

푹 끓은 닭냄비에서 뼈를 건져 버리고, 찹쌀밥을 넣어 더 푹 끓여서 닭황기마늘 찹쌀죽을 만들어 보양식으로 먹었지요. ^^ 땀도 덜나고 속도 꽉 차지겠지 하는 맘으로요.

노릇하게 튀겨놓은 따꼬도라도를 접시에 6-7개 담고, 그위에 야채를 듬뿍 얹은 후에 크림과 붉은소스를 뿌려 맛있게 먹고나니 정말 다들 배부르고 잘 먹었다는 만족스러운 모습이고...거기서 난 또 행복을 느끼고, 요리사로서의 자부심을 느꼈지요.

 

평상시엔 계란오물렛이나 빵이나 께사디야등 간단하게 먹고, 외식하고, 주문배달해서 먹는 편이라 이렇게 맘먹고 뭔가 요리하면 기분이 아주 좋아요. 뭔가 했다는 만족감과 성취감까지 느끼게 하지요.

또 식구들도 내가 이렇게 뭔가 하나 만들면 얼마나 좋아하고 맛있다고 감탄을 하는지 요리할 맘이 나게 해주고요. ^^ (사실은 싫은 표정지으면 내가 너무 화내고 실망하니까 분위기상 맛있다고 하는지도 모르지만...)

 

하루를 잘 쉬면서 보냈다는 생각입니다.

책도 읽었고, 요리도 했고, 먹고 싶은 거 다 만들어 먹었고요.

다만.......

한동안 음식조절하고 대사작용촉진제까지 먹어가면서 빠진 체중이 오늘 하루에 다 회복하고 말았다는 거....

내일은 남은 닭죽 먹고, 모레부터 다시 음식조절해야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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