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는 이야기

아들과 대화하는 15시간의 드라이브

몬테 왕언니 2009. 8. 25. 15:02

개강이 8월 24일 월요일부터라 토요일 아침에 서둘러 미국 텍사스 엘파소를 향해 출발~~

멕시코 국경을 누에보 라레도 Nuevo Laredo 에서 넘어 라레도 Laredo, Tx로 진입, 샌 안토니오 San Antonio 까지 35번도로를 달려서 잠시 휴식겸 점심먹고...이제 10번도로타고 쭉 엘파소 El Paso 까지 가면 됩니다. 

 

원래는 애보고 혼자 돌아가라고 할까 했다가, 수동기어 차를 사줘서 겨우 시동 안 꺼뜨릴 정도인데, 길도 모를테고...영 내 맘이 불안해서 같이 가고 내가 비행기타고 돌아오기로 하고 동행중입니다.

애가 방황하는 것 같아서, 둘이 차타고 가면서 대화를 나눌 좋은 기회라고 생각했거든요.

점심전까지는 주변이야기등 주로 나혼자 떠드는 정도였는데, 10번도로로 접어들고부터는 무조건 쭉 길따라 가면 되니까 긴장도 풀리는지 애가 마음을 열더라구요.

아들이 어떤 생각을 하고 있고, 어떤 문제가 있는지 편하게 털어놓았고, 나도 편하게 내 생각을 말해줬는데, 대화라는 것이 참 재미있어요.

평소엔 할 말이 별 없었는데, 15시간내내 이야기하는 것도 모자라서 호텔방에 들어가서도 1-2시간을 더 이야기하게 되대요.

 

 

1700km가 넘는 거리를 중간에 주유하고 샌드위치로 점심때우는 동안을 뺀, 거의 논스톱인데 혼자서 운전하는 아들녀석이 얼마나 대견하고 이젠 다 컸다 싶대요.

 

옆 사진이 고등학교 졸업때 모습인데...아직도 앳된 모습이 얼굴에 남았는데...^^

저 사진의 한여자애와 사랑에 빠져 작은 홍역중이고...^^

혼자서 미국생활도 잘 하고, 많이 대견하고 자랑스러워요.

 

다음날, 장거리운전휴유증으로 여기저기 아프다고 살짝 투덜대면서도, 호텔을 나서면서도 당연히 지가 운전하고, 계단식 3층의 기숙사로 꽤 많은 짐을 다 옮기고, 다시 운전해 마켓가서 1달치 먹을 양식과 필요물품을 잔뜩 구입해서 방으로 옮기는 등 힘 잘 쓰고...역시 젊어서 좋다, 또 대견하대요.

이래서 고슴도치 지새끼라고 푼수엄마가 되는 거 같아요. ^^

 

이제는 혼자 운전하고 다닐테니 같이 15시간을 차안에서 대화할 일은 없겠지요.

어쩌면 학교도 가까운 캠퍼스로 옮길지도 모른다니 어쩌면 다시는 이럴 기회가 없을거 같네요.

인생의 모든 것이 불확실해서 방황하는 젊은 날의 중요한 시기에 이렇게 서로 마음을 터놓고 깊은 이야기 나눌 수 있었다는 것이 참 다행이고 소중하다 싶어요.

젊은 시기엔 참 순수해서 작은 것들이 가슴아프게 하고, 방황하게 합니다.

아들은 어떻게 엄마는 마치 다 본 것처럼 꼭꼭 찝어내고 그렇게 잘 아냐고 신기해하길래, 엄마도 처음부터 엄마는 아니었잖니? 엄마도 네나이를 다 살아 봤으니까 당연히 다 알지않겠냐고 했지요.

지나고 보면 별거 아닌 일일텐데, 지금은 그게 무엇보다도 크게 가슴을 차지하고 다른 것들을 포기하고 싶을만치 예민하게 느끼고 있더라구요. 

아들은 답답한 마음을 나와 대화하면서 시원할 정도로 이해받고 편안해진 듯 싶어서 얼마나 다행스러웠는지 모른답니다.

 

개강후의 첫주동안 매일 통화했는데, 애가 더 밝아지고 긍정적으로, 적극적으로 생활을 하고 있는 듯해서 멀리 혼자 보내놓고도 잘 하리라는 믿는 마음이네요. 

19세 생일날을 맞이해서도, 숙제와 공부에 파묻혀 있는 모습은 좀 안타깝지만 ^^ Welcome to Realit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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