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는 이야기

아들의 여자친구

몬테 왕언니 2009. 9. 22. 11:34

큰아들에게 여친이 생겼는데....고백하기를 매우 맘에 들고 좋고 같이 있고 싶다고 합니다.

얼마전에 잠시 여행을 갔는데, 큰애는 학교때문에 집에 혼자 남았고, 오래전부터 집이 비워지기만을 기다리던 차에 기회를 만나, 둘이 같이 우리집에서 밤새 이야기하고 오붓한 시간을 지냈나 봅니다.

그런데, 밤에는 알람시스템이 작동되기 때문에, 큰아이가 잠시 아래층에 음료수를 가지러간 사이 여친이 발코니 문을 무심히 열었고.....알람이 울리고, 알람회사에서 우리에게 연락이 온겁니다.

새벽 2시가 넘은 시간에....우린 완전히 비상사태였고, 집에 전화하니 큰애가 괜찮다고는 하지만 목소리가 좀 불안전한 거 같아 (여친온 걸 숨길려니 당황해서~~)...

혹시 강도가 시켜서 거짓말로 괜찮다는 거 아니냐는 결론을 내리고는 이웃사는 친척을 깨워 집에 보내서 확인시키고서야 겨우 안심했답니다.

10년은 감수한지라 큰애는 유죄판결을 받아야 했고, 비밀스런 밤 데이트는 꼼짝마라로 우리에게 걸렸지요.

애아빠는 펄펄 뛰고 우리집이 무슨 호텔이냐고....저러다가 덜컥 애생기고 결혼시켜야 하면 어떻하냐고 마구 화를 냈는데, 내가 들어보니 둘이 그냥 서로 대화하면서 밤시간을 즐기고자 했던 거라서...

밖에 나가 안 들어오고 위험한 장소에 가는 것보다 백배 낫다고 설득해서 겨우 상황을 마무리했답니다.

10월달에는 여친과 다른 친구들이 모여 총 10명이서 2박 3일 산장으로 놀러간다고 하는데, 난 좋은 기회이고 즐겁게 놀면 되지 했는데 애아빠는 또 신경 곤두세우고 돈 안줘서 못가게 한다고 벼르고 있답니다.

내가 또 잘 설득해서 보내줘야지 혼자 궁리중입니다.

 

둘째아들에게도 여친이 생겼는데....여친의 헤어진 남친이 둘째의 친한 친구라서 교통정리하는 과정에서 서로 마음을 상했나보고....우정이 사랑때문에 깨지는 아픔도 겪고, 시간지나면 다 이해되고 친구가 다시 친구자리로 돌아온다는 인생상담도 해줬고...

여친은 멕시코에 놔두고, 둘째는 미국학교로 돌아가야 해서 서로 국제통화도 어렵고 그저 메신져로만 대화하니 참 답답하겠다 싶어서 이번에 070 인터넷 전화를 마련했답니다.

둘이 무제한 무료통화하라고요....그래서 오늘 전화기를 가져다 준다고 했더니....둘째가 부탁하나를 하대요.

오늘이 둘의 무슨 기념일이라고....선물을 하고 싶다고....꽃집가서 보라색 릴리를 작은 다발로 전달해달래요.

두송이의 창포, 안개꽃과 들국화의 중간쯤되는 보라색꽃과 하얀꽃, 한련같이 생긴 보라색 섬세한 꽃잎의 꽃을 섞어서...아들이 말한대로 심플한 느낌이 들 정도로만 꽃다발을 만들었답니다.

여친의 대학교까지 가서 꽃다발 전달해주고, 전화기 넘겨주면서 사용법 설명해주고 왔답니다.

꽃다발을 사진찍어 두었더라면 여기에도 올리고 좋았을텐데....이제 후회하네요.

 

방금 전에 전화통화했는데, 벌써 둘이 그전화로 대화하고 있었다고 하네요.

그래서 엄마가 고맙지? 했더니 그걸 꼭 말로 해야 아냐고 하길래...말 안하면 당연히 모르지~~ 고맙다, 사랑한다, 그립다, 좋아한다등의 단어는 아무리 들어도 기분좋은 말이니까 자주 해! 했더니 엄마 고마와. 나도 엄마 많이 사랑해~~하네요.

이제 둘이 맘대로 통화할 수 있으니까, 너무 전화통만 잡고 살지말고...서로 격려해서 공부많이 하고 나중에 둘다 좋은 성적으로 졸업해서 좋은 직장다닐 수 있도록 하라고 충고하는 걸 잊지 않았지요.

 

나한텐 꽃 한송이 선물한 적이 없는 아들녀석들이....여친에겐 엄마 시켜서라도 꼭 선물을 보내고...

섭섭해할까 하다가, 내가 친구같은 엄마가 되서 애들이 이렇게 뭐든 말하고 부탁할 수 있다는 것에 기뻐하기로 했답니다. 애들이랑 많은 것을 쉽게 대화하고 믿고 나눈다는 그 자체가 참 크고 행복하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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