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는 이야기

가을여행 후기

몬테 왕언니 2009. 10. 7. 06:41

 유까딴반도의 하얀도시, 메리다 Merida 에 가서 전통음식의 강렬한 맛을 즐기고, 일반 시장에선 구입할 수 없는 정말 전통적인 드레스를 구입하겠다고 단단히 벼르면서, 날씨도 미리미리 야후 yahoo 를 뒤져 확인하고 짐을 챙기는데....

띠리링~~ 연락오더니 항공사에서 승객수가 너무 적어 우리 비행기를 취소되어 밤11시 비행기에 합류되었다는 거에요.


도착시간이 새벽1시, 호텔 들어가면 새벽 2시....

그럼 저녁식사 예약한 것은?

호텔시설도 제대로 이용 못할거고...

쉴려고 가는 여행이 시작부터 기분 상하고 잠 못 자면서 고생하고 싶은 맘은 전혀 없는지라....


호텔측과는 한참의 설명끝에 이미 돈을 다 낸거라 환불은 안되지만 전액을 그대로 다른 일정에 적용하는 걸로 협의봤는데, 정작 스케줄을 망친 항공사측에선 환불도 안되고, 무료 일정교체도 안되며, 밤11시 비행기를 타던가 일정 변경 수수료를 내라는 거에요.

멕시코다운 발상이고, 일처리방식이지요.

멕시코 살면서 어느정도 적응했다고 자부하는 나도, 새삼 아!! 여긴 멕시코지~~다시 생각하게 해주는 것이 대고객 서비스거든요.

작은 회사나 싸구려호텔등에는 애초부터 별기대를 안하지만 대기업이나 다국적기업은 그래도 상식적으로 대응해주기를 바라는데, 멕시코에서는 별로 안 통합니다.

멕시코에서 영업을 하려면 멕시코식으로 바뀌어야 한다고 믿는가 봅니다. 

결국 새로 행선지를 잡은 것이 멕시코시티 Mexico DF 에 갔다가 꾸에르나바까 Cuernavaca 에 다녀오는 것이었어요.

 

10월 2일이 큰시숙 생일이라, 메리다 Merida 에서 근사한 저녁파티를 하려고 준비했던 것도 취소하고, 오후에 떠날려던 일정도 새벽같이 일어나 아침도 거르고는 비행기 타고 멕시코시티에 도착해서 호텔에 투숙하고 나니 낮 1시.

남자들은 골프치러 가고.......

가족들이랑 이런저런 밀린 수다떨면서 호텔 레스토랑에서 점심먹고 커피마시고 시간을 보내다가.....

마침 호텔근처에 멕시코에서 유일하고, 또 규모도 대단한 명품아웃렛이 있다는 것을 기억해냈고, 같이 가자고 하니....

다들 피곤도 하고, 애때문에 못간다고 하고...

결국 혼자 갔습니다.


 

뿐따 노르떼 Punta Norte 명품아웃렛에는 멕시코 최고의 명품백화점인 빨라시오 데 이에로 Placio de Hierro (철의 궁전이란 뜻) 아웃렛도 있고, 온갖 스포츠메이커, 이름을 다 못외울정도의 명품 브랜드로 꽉 차 있어요.

위치: interseccion del Periferico Norte (Mexico 57) y autopista Chamapa La Venta / Interlomas, www.premiumoutlets.com.mx 

개점시간은 아침 11시부터 저녁 8~9시까지, 매장면적 21000m2

입점 브랜드는 Adolfo Domínguez, Alexis, Alfilo, Antonio Solito, Armani, BCBG, Biography, Calvin Klein, Calzedonia, Casa Ornella, Cavalier, CH Carolina Herrera, Corneliani, Dockers, DKNY, Ferrioni, Foley's, Guess, High Life, Iker, Ivonne, Julio, Kenneth Cole, Lacoste, Levi's, Mabel, Maria Isabel, Maringo, Marsel, MaxMara, Nautica, Newland, Oakley, Oggi Jeans, Pal Zileri, Pepe Jeans London, Purificacion Garcia, Quiksilver, Rapsodia, Bershka, Massimo Dutti, Oysho, Pull and Bear, Zara, Sasch, Salvatore Ferragamo, Sexy Jeans, Shaut, T-Frazier, Ted Kenton, Tommy Hilfiger, Totto, United Colors of Benetton, Vitos, Zilery's, Zegna, Casa Vogue, Coach, Cocinelle, Ricardo Gaoli, Samsonite, Uropa등등 이름도 다 못외우는 점포가 아주 많이 많이 있어요.

 

혼자 다니니 옆사람에 대한 배려가 필요없고 홀가분해서 맘껏 부담없이 이옷 저옷 입어봤는데, 서양에선 작은 사이즈로 분류되어 남는 사이즈 0, 2는 어느 매장이나, 어느 디자인이나 남아있어서 아주 좋더라구요. 

이본 Ivonne, 훌리오 Julio, 마링고 Maringo, 사라 Zara (한국에선 자라)등은 디자인도 심플하고 여성스러운 편이며 가격도 착해서 종종 들르는 곳입니다. 다른 명품들은 아무리 유명하고 좋다고 해도 살림하는 아줌마 입장에서 선뜻 사입기엔 아웃렛이라 해도 좀 비싼 편이라 그냥 아이쇼핑만 했고....

한가롭게, 즐겁게 매장을 돌아다니다가 65%쯤 할인된 가격으로 3벌의 원피스를 마련했지요. ^^

 

내가 즐기는 핸드백으로 멕시코 명품인 아리에스 Aries라는 메이커가 있는데, 광고도 안하면서 입소문으로 유명한 곳입니다.

디자인은 이태리에서 들여오고, 자재나 제작은 순수 멕시코제품으로, 편한 느낌을 주는 편이라, 역시 75%의 가격으로 핸드백을 2개 구입했습니다. 

약속한 픽업 시간이 다 되서 구두는 못 구입했지만, 핸드백과 원피스를 마음에 드는 것들로 착하게 득텝해서 글을 쓰는 지금도 기쁜 마음입니다.

쇼핑에 흥미를 잃은지라 오랜만에 물건사고 만족한 이 느낌이 좋네요.

 

 저녁식사는 스페인풍의 레스토랑에서 했는데, 플라맹꼬 Flamanco 음악....환상적이리만치 잘 치는 기타솜씨와 나이든 여자의 목젖에서 나오는 노래가락, 두여자가 엉덩이와 가슴을 한껏 제치고 팔을 높이 들어 움직이는 춤솜씨에 다들 넋을 잃었을 정도입니다. 스페인 정통 음식도 제대로 맛볼 수 있었구요.

힘들게 스페인까지 찾아가지 않아도 멕시코시티에 앉아서 잘 즐길 수 있다는 사실이 너무 좋았어요.

스페인의 마드리드 Madrid 에서 본 프라맹꼬보다 너무 월등한 솜씨였답니다.

사진에 보이지요?


  

 

영원한 봄의 도시라는 꾸에르나바까 Cuernavaca 에서는 그 유명한 레스토랑인 마냐니따 Manyanita 에서 조찬회를 했고, 마드리갈 Madrigal 에서 저녁모임을 갖었는데 두군데 다 알아주는 레스토랑인지라 분위기, 음식의 수준과 맛이 좋았지요.






미모사 샴페인을 곁들인 계란요리, 쵸코렛으로 만든 수레에 꽃처럼 담긴 과일과 커피와 신선한 빵의 아침식사는 285페소 + 팁인데 솔직히 난 돈이 좀 아까왔다는 거~~




개미알을 볶아만든 에스까몰레 Escamole 는 언제 먹어도 맛있으니까 좀 비싸도 이해가 되지만...

나는 왕개미를 키워서 알을 채취하는 줄 알았는데, 그게 아니라 대형 선인장인 마게이 maguey 뿌리쪽에서 자라는 대형 개미굴에서 채취하는 자연산이라고 하더라구요.

그 담백하고 고소한 맛은 먹을수록 또 먹고 싶은 별미입니다.

레스토랑의 명성에 따라 한접시에 120 ~300페소인데, 소박한 레스토랑일수록 값이 착하고 맛은 어디서 먹던 똑같이 맛있어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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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베르뿔 Liverpool 백화점이 있는데, 마침 몇주년기념행사라나 영수증을 보여주면 동전으로 긁는 행운권을 주는데, 기획상품세일에서 괜찮은 바지를 원가 700페소짜리를 99페소에 사고, 행운권을 긁었더니 200페소에 당첨된거에요. ^^ 

덕분에 공짜로 바지 한벌 생기고도 돈이 남았으니 무척 기분좋더라구요.

사람 마음은 참 이상하지 싶어요.

200페소면 한국돈으로 2만원인데, 그게 그렇게 큰돈 생긴거 같고 횡재한 느낌까지 들더라구요.

 

주말내내 잘 놀고 잘 먹고 쇼핑도 만족스럽게 한터라 월요일에 집안청소하고 무겁게 짐들고 공항가서 집으로 돌아오는 길이 하나도 힘들다거나 피곤하다는 생각이 안들었답니다.

집에 와서도 짐풀고 저녁밥 해서 먹고 밀린 일 처리하다가 새벽 2시가 넘어서 잤는데도 그냥 만족스러우니, 역시 이렇게 짧더라도 여행은 할만 하구나 싶어요.

 

추석이라 하늘에 떠있는 달은 둥근 보름달이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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