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는 이야기

할로윈을 기다리며~~

몬테 왕언니 2009. 10. 15. 00:48

산다는 건, 잠시만 무심해도 후다닥 세월이 지나고 마는 것 같습니다.

나이와 함께 메노파우시아 Pre-menopausia 초기증세가 나타나 혼자 더워하면서 여름을 힘겨워했는데, 어느새 조석으론 조끼나 스웨터가 찾아지면서 가을이 깊어가네요.

달력을 보니 10월도 중순이고....할로윈을 챙길 때구나~~ 마음이 바빠집니다.

 

 

 

월마트에 가서 할로윈 분위기가 물씬나는 주황색 바탕에 호박그림이 이쁘게 인쇄된 사탕봉지를 100장 구입했는데, 옆의 사진입니다. 이쁘지요?

봉지 한장당 100원이나 합니다.

멕시코는 이런 제품이 상당히 비싼 것이 한국에 비해 많이 아쉽지만, 어쩔 수 없으니까 그냥 샀습니다.

 

미국에서 찾아봤더라면 조금은 더 싸게 구할 수 있었겠지만, 지난주에 미국가서는 그 생각을 미처 못했고, K-mart에서 쵸코렛만 사왔어요.

 

아래 사진처럼, 봉지하나당 허쉬쵸코렛바, 카라멜, 투티스 쵸코렛, DOTS 젤리 한박스, 빨대사탕, 사탕 3개씩을 담았답니다. 3만원어치나 사왔는데, 60봉지밖엔 안 나오니 더 사와야 합니다.

 

 

 

사탕봉지도 매년 준비하다보니 매년 다르게 해보고 싶어지고, 아이들의 웰빙도 생각하게 되네요..

첫해는 아무 것도 준비 안했다가 애들이 찾아와 당황스러웠답니다. 집안을 뒤져 찾아지는대로 과자, 사탕, 과일을 줘서 겨우 넘겼어요. 그뒤로는 싸구려 사탕이라도 준비했는데, 몇년전부터 기왕 하는 거 남들과 다르게 멋지게 해서 애들에게 인기있자고 생각했어요.

미리 한두달전부터 사탕을 구경다니면서 색다른 것을 찾는답니다. 덕분에 나는 9월 15일 멕시칸의 밤 행사가 끝나면 바로 할로윈을 기다리며 그 분위기를 오래 즐기고 있답니다.

작년에는 코스코에서 드라큘라 피라는 제목을 달고 수혈봉지처럼 만들어서 담은 붉은 젤리, 호박모양의 사탕, 해골모양의 쵸코렛, 유령모양 빨대사탕등을 구입해서 투명비닐에 주황색리본을 일일이 묶어 200개나 준비해서 나눠줬답니다.

올해는 모양보다는 맛위주로 품질을 업그레이드해서 준비하고, 이쁜 비닐봉지에 사탕종류를 넉넉히 넣고 100개만 준비하기로 했습니다.

코스코에 들러 유명쵸콜렛회사에서 나온 종합세트를 한봉지사고 애들이 좋아하는 마시멜로우 대형포장을 사서 나머지 40개의 봉지를 채워넣어 사탕준비는 다 되었답니다. ^^

테이블위에 놓인 사탕봉지를 바라보면서 혼자 기분좋아 흐믓해 합니다.

 

이제 정원에 할로윈 분위기를 들여야 합니다.

 

 

대형거미 두마리를 나무에 매달았습니다.

작년에는 대문에 매달았는데 생각보다 효과가 적었다는 결론이라 올해는 나무에 매달았더니, 정말 대형거미가 나무에 기어 올라가는 듯한 느낌이 들고 소름도 끼치는 것 같네요. ^^

 

제일 앞쪽에는 세라믹으로 만든 대형 호박을 한개 내놓고, 죽음의 꽃인 금잔화를 심어 분위기를 냈습니다.

 

할로윈은 10월 31일밤에 치루는 미국의 명절로 마녀와 저주등의 분위기인데, 죽음의 날 Dia de Muerto 은 죽은 조상을 기리고 상을 차려 혼령을 맞이하는 멕시코 명절로 11월 1일과 2일입니다. 두 명절이 제겐 비슷한 느낌이라 두가지를 한꺼번에 파티하고 즐긴답니다.

 

 창에도 유령이랑 검은고양이랑 호박을 붙였답니다. ^^

 

 

 

 

 

창가엔 주황색의 불빛을 강하게 내는 호박 전등을 올려놓아 밤마다 켜놓기로 했는데, 어제밤에 켜보니 효과만점이더라구요. 귀엽지요?

 

 

매일 저녁마다 호박의 불을 밝혀놓으면서 하루하루 할로윈을 아이처럼 손꼽아 기다린답니다. 좀 유치하지요?

애들이 다 크고 남편은 바쁘고 혼자 하루종일 집에 있다보면 저처럼 된답니다. ^^

오른쪽 사진은 현관유리탁자위에 장식해 놓은 마녀모자랍니다. 올해 제가 입을 할로윈 의상의 하나~

 

 

원래는 8월말이나 9월초에 씨를 뿌려 노란색과 주황색의 금잔화를 수십송이 정원가득 채울려는 것이 계획이었는데, 올여름이 하도 뜨겁고 건조해서 때를 놓쳤습니다.

금잔화는 망자의 혼을 맞이하는 꽃으로 영어로는 Marigolds, 멕시코말로는 Cempasuchil (셈빠수칠)이라고 부릅니다.

집근처 화원에 가보니 제라늄밖에 없길래 우선 진분홍 2개, 주홍 2개, 분홍 1개를 사다가 대문 앞에 심었습니다.

정원일이라는게....한번 손대면 잡초도 뽑고, 흙도 돋아주고, 조약돌을 둘러 장식해놓은 것도 다시 가지런히 이쁘게 재배치하고, 마른가지도 잘라내고..이것저것 하다보니 몇시간 매달렸네요.

 

1시간쯤 운전해서 화원이 모여있는 곳에 가서 10여군데나 돌아다녔는데도 주황색 금잔화는 없고, 겨우 한곳에서 노란색 금잔화가 딱 7개 있길래 만원주고 사서 심었고 그뒤로는 기회있을 때마다 화원을 기웃거리면서 금잔화를 사서 모았는데 신기하게도 하루는 한집에서 딱 두화분, 다른 날도 한집에서 세화분 이렇게 어렵게 금잔화를  구입해서 아래 사진과 같이 정원이 완성되었답니다.

 

 

누가 그러대요...애도 다컸는데 무슨 할로윈장식이냐고... 그 말이 생각하게 하대요.

할로윈이나 크리스마스 장식이 꼭 애들만을 위한 건 아니잖아요?

때맞춰 집단장을 바꾸고 그러면서 집청소도 하고, 나도 새로운 기분이 되고, 그렇게 한해를 장식하는 거라는 생각입니다. 

9월달엔 멕시코국기의 3색에 맞춰 빨강, 하양, 초록의 리본도 걸고, 멕시코 국기도 차에 달고 펄럭이면서 다니고....10월달엔 온통 검정, 보라, 주황색으로 집을 치장하고...12월달엔 크리스마스 장식을 하고...

정원의 꽃도 계절따라 바꿔 심으면서 봄은 봄느낌으로, 여름은 여름느낌으로 가꾸고...뭔가 이슈가 있어 준비하고 즐기는 것이 참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할로윈에 입을 옷을 미국의 파티시티라는 전문상점에 가서 장만했습니다.

남자용으론 잭 인 더 박스 (커다란 상자안에서 무섭게 생긴 잭이 스프링으로 튀어나와 놀래키는 장난감으로 어린애들이 무척 무서워하곤 했어요) 와 캣 인 더 햇 (영화에 나오는 커다란 모자를 쓴 검은 고양이)를 구입했고, 내가 입을 걸로는 벨벳천의 검은 블라우스와 검은 스커트, 그리고 보라색의 마녀모자를 샀습니다.

보라색 레이스가 소매끝에 장식되어 있고 스커트도 한쪽이 찢어져있고 아랫단이 삐쭉삐쭉 갈라져있으면서 은사로 마무리되어 있어 검정 망사스타킹을 신고 보라색으로 입술을 칠하고 눈가에 검은 칠을 진하게 하고 마녀모자를 쓴뒤 검은 망사를 얼굴에 내리면 섹시하면서도 으시시한 마녀의 모습이 될 것같아 은근히 할로윈을 기다리고 있답니다. ^^

 

일상생활 속에서 적당히 바쁘고, 성취감도 느끼고, 작은 행복도 느끼면서 단순하게 살고 있답니다. ^^

식구들이 정원의 꽃보고 기분좋아 하는 모습에서 내 노동의 가치와 보람을 느꼈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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