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는 이야기

나의 정원이야기

몬테 왕언니 2009. 10. 15. 01:25

오랫만에 정원이야기를 합니다.

너무 뜨거운 여름을 보내느라 애써 정원을 외면하면서 마음이 무거웠는데 다시 정원을 손질하면서 마음도 즐겁고 이쁜 사진도 올리고 얽힌 이야기도 풀어낼 수 있어 좋습니다.

 

내 은행나무는 어느날 없어졌어요.

분명히 누군가가 뽑아간 흔적인데.....

옆집 정원사가 제일 의심스러운데...

그걸 가져다가 뭘 했다기보다는 이상하니까 잡목인가 착각하고 뽑아버렸거나 잔듸트리밍하다가 실수로 잘려 흔적을 없앨려고 뽑아버린 것 같은데 아니라고 잡아떼니 포기할 수 밖에요.

몇십년 은행나무를 키워보겠다던 내 꿈이 사라졌습니다. ^^

 

작년에 35만원이나 주고 심은 마그놀리아가 아래 사진처럼 실하게 되서 꽃을 피웠어야 맞는데 가지도 앙상하고 잎도 몇개 없고 꽃은 봉우리만 생기다가 말았어요. 다 자란 나무를 옮겨 심어서 몸살을 오래 하나보다 그냥 거름만 주고 내년까지 기다려 보는 수밖엔 없지 싶네요. 아래 사진은 얼마전에 살띠요에 놀러갔다가 호텔입구에 심어진 마그놀리아가 너무 실하고 잎도 반질반질한게 좋아보여 찍었고 그 나무에 핀 꽃입니다.

근데....멕시코의 마그놀리아 꽃은 한국의 목련꽃과 좀 다르게 생겼어요. 한국 목련꽃도 난 사실 그 모양이 별로인데....가곡 오~오~ 내 사랑 목련화아야~~ 하는 노래때문에,  목련나무자체의 오랜 역사와 특성에 관심이 있었던 거지 꽃모양자체는 별로 이쁘지가 않아서 별로 안좋아했는데 멕시코 마그놀리아 꽃은 좀 징그러울정도로 안 이쁘네요. ^^ 향도 엄청 좋다고들 하는데 내 코엔 그다지 감흥이 없고....^^

 

        

 

작년에 몇달동안 꽃을 만개해줘서 오래도록 즐거움이었던 접시꽃이 그 씨를 바닥에 떨궈 다시 싹이 나서 또 꽃을 가득 보여주고 있습니다. 키가 너무 삐죽 커서 그렇지 엄청난 생명력과 강인함, 커다랗고 동그란 붉은 꽃을 수없이 오래 피워서 감탄을 할 정도랍니다.

 

연못에 연잎을 띄우고 연꽃이 피는 모습을 보고 싶었는데 파는 곳을 못찾아 다른 수초만을 키우고 있었고 그동안 너무 무성해져서 연못이 덮일 정도여서 저걸 거둬내고 뭔가 다른 걸 심어야겠구나 생각하던 차에 마침 화원에서 연꽃을 찾은 거에요. 가격은 한줄기 들어있는 화분하나에 3만 5천원....

너무 기가 막히게 비싸서 할 말을 다 잃었을 정도지만 멕시코에서 살면서 연꽃 구경하며 사는 사치를 누리려면 그만치 지불해야겠지요. 큰맘 먹고 사다 연못에 집어넣었습니다.

아침에 보니 꽃망울이 열리면서 연꽃이 이뻐 비싸지만 그래도 잘 사왔다 생각했습니다.

  

 

 

옥잠화 아시지요? 한국에선 잡초처럼 물위를 너무 덮어 자연보호가들이 청소도 해주는 흔하디 흔한 옥잠화.... 그게 멕시코에서는, 특히 제가 사는 북부지방에서는 구하기가 너무 어렵더라구요.

수초만 특별취급하는 화원에서 개당 3천 5백원이라는 엄청난 가격에 판매하길래 두개에 5천원에 깎아 사다 연못에 넣었습니다. 옥잠화는 더러운 물을 정화하는 기능이 있어서 집의 연못에는 필수거든요.

손바닥만한 연못이지만 몇일 분수대를 켜서 순환시키는 일을 게을리하면 금새 물썪는 냄새가 나거든요.

그러므로 옥잠화가 얼른 자라 연못의 1/3쯤 덮어주면 깨끗한 연못을 자연상태에서 유지할 수가 있답니다.

 

 

 

아래 사진에 보이는 빨간 이파리가 마치 한국의 단풍나무 같지요? 1년내내 붉은 빛을 띄고 있는 하마이까라는 나무에요. 잎의 색이 참 이쁘고, 꽃도 붉은 색으로 핀다고 하고 가격도 2500원이길래 사다 심었답니다.

 

 

 

가을의 꽃인 노랑, 주황, 레몬색의 금잔화가 흐드러지게 피어서 좋고, 키큰 접시꽃과 어울려 붉은 제라늄도 꽃자랑을 하고, 이제 막 꽃망울이 맺히기 시작한 국화도 있고...매일 정원에 나가 물주면서 행복하답니다.

다만 요새 멕시코전역에 뎅게경보가 내려있어서 모기에 안물리도록 조심해야 하는데, 얼마전에 방역을 했는데도 정말 모기가 많아 정원에 나가 있으면서 모기에 안 물릴 재주가 없다는 점이 옥의 티랍니다. 

 

 

 

1년내내 초롱같은 모양의 선명한 주홍색의 꽃을 섬세하게 피우고는 그 작은 덩치에도 불구하고 석류열매를 십여개나 주렁주렁 매달고 익혀가고 있는 석류나무는 볼수록 신기합니다.

나무 자체는 그다지 이쁜 모양도 아니고 가지가 산만해서 지저분하지 않도록 계속 잘라줘야 하지만, 꽃의 모양이나 색이 너무 이쁘고, 매달린 석류도 여간 귀엽지 않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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