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에 아주 기쁜 일이 있었어요.
둘째가 어스틴 대학의 편입에 합격했거든요.
우리집에서의 거리도 6시간이내이고 텍사스 주의 주도라서 도시가 크고 깨끗하고 편의시설 다 있고, 미국내에서 알아주는 주립대학이고, 특히 공과대학은 제법 인정받거든요.
많이 축하 해주고 나도 기분좋아서 엄마들에게 자랑하고 즐거웠는데....
조금씩 내용을 더 알게 되면서 걱정이 많아지는 거에요.
기숙사는 2인 1실에 욕실만 있는 구조이고 식사 포함 월 7백불인데...방을 쉐어하면 불편하기도 하고 공부에 방해도 되고, 애도 그건 좀 피하고 싶다고 해서 아파트를 찾아보기로 했는데....
어머나~빈 방이네....가구를 다 구입해야 하는 상황입니다.
학비도 보니까 2009-2010년 한학기의 학비가 15,500불에서도 꼬리 달렸고....
가만 있어 봐...
그럼 학비만 연간 3만천불이고, 책값이랑 아파트랑 식대랑 용돈이랑....
어머! 어머! 그럼 4만불로도 모자라네....
이건 이야기가 심각해 집니다.
지금 대학에선 장학금을 받는데, 이 대학에선?
당장은 해당없다는 답이네요.
최소한 한학기는 전액 다 자비 부담으로 다녀야 한다는 겁니다.
아들 친구도 같이 편입 합격했는데 학비때문에 포기한답니다.
지금은 장학금 받고 있고, 학비도 상대적으로 싸고 (어스틴대학의 50%수준임), 기숙사도 착한 가격에 개인방도 있고, 엘파소도 공과대학은 나름대로 실력있는 곳이라 상황이 이해가 갑니다.
며칠을 밤 잠 못자고 웹서핑 하면서 장학금 주는데 없나....싸고 좋은 아파트없나....가구를 싸게 살 수 없나...눈이 다 충혈되고 수면부족으로 팔다리가 떨릴 정도로 매달려 자료를 뒤지고 있답니다.
멕시코내에서 기업체 장학금도 찾아보고, 한국내에서도 아는 회사 통해서 찾아봤지만 다 여의치가 않습니다.
이걸 보내야 되나, 돈 때문에 안 보내야 하나 정말 많이 걱정하다가....
그래도 자식이 공부 열심히 해서 좋은 대학에 붙었는데...
특히 집에서 가까와서 자주 만나러 가거나 집에 올 수 있는 거리로 온다는데 부모 입장에서 가지 말라고 하기가 참 어렵더라구요...
어떻게든 해결되겠지....가기로 결정합니다.
외할머니가 손주 편입을 너무 기뻐하시더니 학비에 보태라고 천불을 주십니다.
필요 액수에 비하면 아무 것도 아니지만 외할머니로서는 큰 마음먹고 크게 쓰신 겁니다.
두 분이서 자식들에게 손 안 벌리고 죽는 날까지 경제적 독립을 유지하시겠다며 정말 알뜰하게 살림하시는데 천불이면 너무나도 큰 돈을 주신 겁니다.
나도 이미 몇가지 돈쓸 일을 포기합니다.
우선은 학비에 전념하기로 결정했고, 먹거리까지도 알뜰하게 살기로 합니다.
미국내 장학금 제도도 적극적으로 활용하고, 학자금 론을 신청해서 일부 해결하면 될 거라고 마음을 정하고 나니까 이제 겨우 차분해 집니다.
고교때 어느 학교로 진학을 할까 정확한 자료도 없이 또 내아이의 실력이나 우리의 경제적 능력을 진지하게 고려하지 않고 미국의 유명하다는 대학 몇군데에 입학원서를 냈습니다.
멕시코에서는 떽대학에 접수해서 장학금까지 확보해놓고, 미국대학의 결과만을 기다리고 있었는데...
너무 욕심부려서 하버드공대, MIT, 스탠포드공대, 어스틴공대에 원서를 냈는데 전부 불합격입니다.
하버드는 성적도, 크레딧도 모자랐지 싶고, MIT는 영어에서 안된 거 같고, 스탠포드는 경제력에서 안된거 같고, 어스틴은 성적과 경제력이 문제였지 싶어요.
어스틴까지 안됬을 땐 참 섭섭했지만, 대신 곁에 두면 더 좋지 뭐 하다가....
신입 입학이 안되면 경쟁이 약한 캠퍼스로 입학했다가 편입하면 된다는 생각이 들더라구요.
그래서 부랴부랴 텍사스대학 엘파소 (어스틴 다음으로 괜찮은 공과대학임) 로 원서접수를 했고 합격해서 1년 다니면서 미국 생활이 싫고, 멕시코에 두고온 친구들이 그립고, 집이 그립다는 아이를 달래가면서 겨우 적응시켰지요.
이번 여름 방학때 떽대학으로 전학올 뻔 했는데, 기왕 들어간 거 편입 시도는 하자고 달래서 겨우 미국으로 돌려 보낸건데 합격해서 너무 기쁩니다.
이번에 자료를 찾아보니 어스틴대학의 신입생중 12%가 못 견디고 그만둔다고 나오대요.
매년 2학년때 편입할 자리가 12% 나 나온다는 이야기네요.
소 뒷걸음 치다가 쥐 잡는다고, 결론적으로 당시의 내 판단이 적절해서 애가 편입했지 싶네요.
역시 엄마가 똑똑하고 잘 판단해야 해~~ 하면서 기분 좋습니다. ^^
텍사스 주립대학 내의 한인 커뮤니티가 아주 크게 있는데 http://www.utksaweb.org 에 자료가 많아요.
지금 한국에는 어스틴 대학 출신의 석박사가 800명이나 있고 주로 이공계 출신으로 대학교수등 으로 활동한다고 하네요. 총재학생의 11%가 한국학생이고 13%가 라틴계라고 하고요.
어스틴 공대는 Cockrell School of Engineering 이라고 하고, 1894년에 설립되었고, 학부생이 5천명, 대학원생이 2천명으로 7천명이나 되는 학생을 거느린 엄청나게 큰 공과대학입니다.
미국내에서도 MIT, 스탠포드공대, 버클리공대의 뒤를 이어 4번째로 큰 공대라고 합니다.
미국내의 랭킹은 공과대학간의 비교에서 11위라고 해요.
엔지니어 전공이 10개가 있고, 전체공대 랭크는 11위이며 각과별로는 Petroleum/Geosystems과가 랭킹 1위이고 (당연한 결과라고 생각해요. ^^ 텍사스가 석유를 깔고 앉은 주니까요), 토목공학이 4위, 환경공학과 화공과는 7위, 우주공학과 컴공학은 8위, 전자전기과와 기계공학이 10위, 재료공학이 18위, 유전자공학이 19위네요.
왼쪽 사진이 공과대학의 모습입니다.
엘파소 공대는 국경지대다보니 일상언어가 스페인어라 언어적 문제를 쉽게 융화되면서 해결했고 미국적응도 거리가 멀다는 단점만 빼면 거의 멕시코같은 곳이라 쉽게 적응했어요.
'사는 이야기' 카테고리의 다른 글
뱃살 빼기 (0) | 2009.11.05 |
---|---|
멕시코의 2009년 할로윈~~ (0) | 2009.11.01 |
나비의 방문~ 그리고 마리아치 (0) | 2009.10.28 |
나의 정원이야기 (0) | 2009.10.15 |
할로윈을 기다리며~~ (0) | 2009.10.15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