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는 이야기

봄이네요.

몬테 왕언니 2010. 3. 22. 12:33

올해는 엘니뇨 현상으로 겨울이 무던히도 깁니다.

내가 사는 곳은 한국처럼 꽃샘추위가 있는 곳이 아닌데도 올해는 햇볕나고 30도를 오르내리다가도 어느새 바람불고 쌀쌀해져서 도무지 종잡을 수가 없네요.

한국도 춘삼월에 눈이 내리고, 어제부터 달라스에서도 눈이 내리고 0도의 기온을 보인다니 정말 기상이변이지 싶어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꽃밭에 뿌려놓은 씨앗들은 살살 자라더니 어느새 열무는 너무 무성해져 혼자 다 먹을 수가 없어 친구에게 김치거리로 싸주고 부추도 잘라주고 실란뜨로 Cilantro (고수)도 담아줬어요.

무우씨를 뿌린 것도 많이 나와서 오늘은 모종을 간격맞춰 심어주고, 웃자란 관목도 가위질해서 다듬어주고 잔디도 깎고 제법 오랫동안 정원에 매달려서 손을 봤어요.

열무를 오래 키우면 달랑무가 되나 싶어 인터넷을 찾아보니 어느 분의 사진에 달랑무가 되어 있길래 나도 한동안 더 키우기로 합니다. ㅎㅎ

 

갓, 깻잎, 쑥갓도 제법 싹이 나왔고, 지난 한파에 얼어죽은 줄 알았던 포도도 잎이 파랗게 솟아 싱싱하고 갖가지 색의 제라늄과 선홍색의 석류화와 키크고 커다란 접시꽃이 한참 만발해서 정원의 즐거움을 줍니다.

이름모를 선인장의 빨간 꽃도 화단 가득 불꽃처럼 앞다투어 피어서 햇살 가득한 정원을 바라보면 행복하기까지 하답니다.

열린 창에서는 오렌지꽃향기가 진하게 뭍어 들어오고 새소리가 음악처럼 들립니다.

 

미국에서 공부하는 아들이 봄방학 Spring Break를 맞아 1주일간 함께하다 가니 허전하네요.

혼자 미국생활 하며 외롭고 힘들다고 많이 우는 소리를 했는데, 그새 2년 가까이 지났고 어느새 아들도 많이 성숙해진 듯 싶어 대견합니다.

여전히 멕시코로 돌아와 가족과 고교친구들과 지내며 학교다니고 싶어하는데, 남자는 좀 일찍부터 독립심도 키우고 미국교육을 통해 고급영어가 가능하길 바라는 마음인지라 억지로 등을 떠밀어 보내는 거 같아 사실 안쓰럽기도 합니다.

멕시코의 여친과도 눈에서 멀어지면 마음도 멀어진다고 결국 헤어진 듯 싶어 얼마나 아들 마음이 아프고 속상했을까 싶지만 다 그런 과정을 거치며 성숙하는거라며 내맘을 토닥입니다.

 

지난주엔 달라스의 한인타운 사우나에 다녀왔는데, 한국의 사우나의 규모에 비하면 장난처럼 작고 검소하지만 그래도 내가 사는 곳에선 가장 가깝고 (차로 9시간이나 걸리지만 ㅠ) 불가마, 산소방, 얼음방, 황토방, 찜질방, 아로마방, 약탕, 폭포수등을 고루 갖추고 영화관과 노래방까지 있으면서 1인당 18불에 밤새 놀며 숙박도 되서 참 좋더라구요.

시카고에도 곧 개장한다고 하네요.

 

아침에 사우나에서 나와 달라스 관광정보센터에 들러 자료받고 케네디 대통령이 암살된 곳, 몇군데 박물관을 들렀다가 마침 세인트 패트릭데이 St Patrick Day 퍼레이드가 있다길래 초록색 목걸이를 5불 주고 사서 걸고는 퍼레이드 행렬을 따라 갔답니다. 수없이 던져주는 초록색 목걸이를 열심히 받았는데 나중에 보니 20여개가 넘더라구요. ^^ 초록색 모자도 하나 사 쓰고, 아이리쉬 맥주도 마시고, 핫도그랑 감자칩도 먹고, 초록옷의 엘비스도 보고 초록 또르띠야도 받고 이날은 온통 초록색, 초록색, 거리가 정말 초록덩어리가 되더라구요. 무료로 운행하는 트롤리를 타고 거리구경도 하고 아이리쉬 바에서 식사도 하고, 다시 전철을 타고 (1일 자유이용권이 4불이라 마음껏 타고 내릴 수 있어 아주 편해요) 조각공원에 가서 수십마리의 브론즈 소와 3명의 카우보이의 조각도 보고, Farmer's market은 찾아갔지만 이미 문을 닫아 아쉽게도 못 봤어요.

사우나가서 하루 더 자고 텍사스 최고규모의 스타디움이랑 다른 곳들을 더 구경할까 하다가.. 

뜨끈한 바닥에서 자는 건 좋지만 이틀 연속 사람들속에서 잠설치기 싫어 늦게지만 어스틴으로 돌아왔답니다.

 

돌아오는 길에 체코마을의 빵집에 들러 다양한 빵을 사왔는데 정말 독특한 맛이라 다음에도 꼭 들러야지 마음 먹었어요.

어스틴에서  며칠 지내고 집으로 왔는데, 내가 운전을 안 좋아하는 편이라 혼자 6시간 운전하려니 피곤하고 지치더라구요.

원 계획은 이번 주도 어스틴에 가야 하는데, 엄두가 안나서 열심히 핑게거리를 찾고 있답니다.

아들과 남편은 자꾸만 오라고 하는데...^^ 그냥 버틸까 합니다.

 

오늘은 일찍 잠자리에 들어 책을 한권 읽을 생각이랍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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