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0년 새해가 되면서부터 마치 올해는 바쁠 것이라고 예고라도 하는 듯이 계속해서 일이 많이 생겨 블러그를 할 겨를이 별로 없이 치이면서 시간이 지나가고 있네요.
애들은 신학기되서 각자 학교로 보내면 나는 한가해질 줄 알았는데 뭐가 그리 필요한 것도 많고 돌아가며 속 상하게 하는지 몇일 심란도 했는데....
잠 못자고 혼자 마음 상해하고 주변사람들에게 하소연하고 수다떨어 보니 상황해결이 아니라 그저 자꾸 되새김질 하는 턱밖에는 안되서 마음 비우고 정원에 계속 매달렸답니다.
이번 겨울은 유난히도 길고 추워서 정원의 많은 나무들이 얼어죽었지만 그래도 봄기운이 가끔 들어 열무파종을 했더니 그새 싹이 가득 나오고 파랗게 자라고 있네요.
어제 하루 종일 흙돋아주고 일부 솎아주고 가장자리에 부엽토를 더 넣어 다독거려 줬어요. 조금 더 키우면 한고랑 뽑아서 김치담가야지 하면서... 기분 좋아졌답니다.
친구네가 이사가면서 한웅큼 뽑아준 미나리가 제법 잘 자라고 있어요. 사진에 있는 것은 흙에 옮겨 심은 일부분이고, 작은 연못에 폭 잠기게 심어놓은 미나리는 아주 무성해져 있답니다. 몇일 있다가 잘라서 새콤달콤하게 미나리 무침이나 해먹어야 겠다고 생각중이랍니다.
아래 사진은 실란뜨로 Cilantro, 한국말로는 향채 또는 고수라고 하는 건데, 멕시코 음식에는 어디든지 들어가는 가장 기본적인 야채인데, 이 실란뜨로가 미나리처럼 잘라 먹으면 또 나오고 해서 여간 기특하지 않아요.
한가지 좋은 특징은 이 실란뜨로를 넣고 김치를 담가보니 향도 진하고 무엇보다 김치가 쉽게 시지를 않는다는 거...나는 김치가 시면 절대로 안 먹거든요. 김치찌게나 돼지고기 넣고 김치볶음은 해먹어도 신김치는 도저히 시큼해서 못 먹는데, 이걸 넣으니까 김치가 시지 않고 아주 오래도록 싱싱해서 참 좋더라구요.
역시 친구한테 한웅큼 얻어다가 심은 부추인데, 이미 2년 가까이 잘라먹으면 또 나오고 해서 계속 즐겁게 하는 야채입니다. 더군다나 자를 때마다 더 굵어져서 부추의 양이 더 많아지네요.
한달에 한번 정도 한꺼번에 잘라다가 새우넣고 부침가루에 섞어 후라이팬에 얇게 부쳐먹는데 바삭한 가장자리의 고소한 맛, 새우와 부추향이 어우러져 그렇게 맛있을 수가 없답니다.
오늘은 마침 하루종일 비가 내려 이 부추를 잘라 부추, 새우 전을 만들기로 했어요.
아래 사진은 뭔가 싶지요? 바로 무우 싹이랍니다. 커다랗게 자라는 조선무에요.
지난 여름부터 텃밭에서 무우를 키우는 분에게 몇번 얻어다 먹었는데, 자꾸 달라고 조르니까 아예 씨를 한웅큼 주시면서 심어서 키워 먹으라고 하시대요. ^^ 그래서 마음먹고 정원 한구석을 개간해서 무우 씨를 뿌렸더니 한 20개정도가 싹이 나왔어요. 바라보면서 생각했지요... 쟤들이 다 어린아이 머리통만한 무우가 된다면, 난 올해 20개나 되는 무를 뽑아 깎두기도 담고, 무생채도 하고, 무국도 끓이고, 무숙채도 하고, 배추사다 제대로 김치도 담그고, 아는 사람에게도 몇개 나눠주고 정말 풍년이 나겠구나 하고요.
내친 김에 조금 더 개간을 해서, 쑥갓도 씨를 뿌렸고, 고추도 씨를 뿌렸습니다. 고추는 작년에 키워보니까 열매보다도 고추잎이 참 무성하게 잘 자라줘서 그거 따서 고추잎 나물해먹는 재미가 참 크더라구요. 고추잎을 데쳐서 된장국에 넣어 먹어도 향이 좋고요. 커다란 고추잎은 쌈처럼 고추장에 고기볶아 밥이랑 싸서 먹으니까 여름내내 입맛 돋구고 좋더라구요. 비타민 C가 아주 풍부한 야채라서 올해도 고추덕을 볼까 기대중이랍니다.
아래 사진이 바로 내 작은 텃밭....원래는 작은 연못이에요. 구석에 있는 돌고래 두마리가 바로 분수대로 입에서 물을 뿜어내도록 되어 있는데, 어떻게 시공했는지 연못에 물을 채워놓으면 한나절이면 물이 반도 안 남는 거에요. 바닥에 철근치고 콘크리트치고 둘레는 블럭치고 시멘트입히고 다시 돌가루까지 입혔는데..매일 물채우다가 지쳐서 결국 흙을 가득 채우고 내 텃밭으로 사용한답니다. 마늘도, 파도 잘 자라고 있고 가지도 한파로 좀 시달렸지만 다시 새로 싹이 나고 있답니다. 작년에 가지를 20개쯤 따먹었는데 너무 좋았답니다. 올해도 무성해져서 가지를 많이 주기를 바라고 있답니다.
전에 말했는지 모르겠지만, 오렌지 농장을 갖고 싶어하다가 어느날 나무 17그루가 심어진 땅이 나왔길래 홀딱 샀다구요. ^^ 아무 생각없이 그저 주황색으로 주렁주렁 오렌지가 매달린 나무에 혹 해서 앞뒤 안 따지고 땅을 샀는데, 알고 보니 그게 엄청나게 손이 가고 관개시설도 해줘야 하고 나무도 손봐야 하고 거름도 줘야 하고 내가 할 일이 아니더라구요. 결국 한 4-5개월 매달려 끙끙대다가 손놓고 아예 그 땅에는 안가고 살았는데...
몇일전에 그 근처를 지나다가 한번 들렀더니 주인이 버려놓았어도 혼자 빗물먹고 꽃피워서 오렌지를 주렁주렁 매달고 있더라구요. 한봉지 따다가 매일 아침마다 눌러 짜서 오렌지 쥬스를 마시는데 엄청 신선하고 달고 매일 마구 건강해지는 느낌에 행복하네요.
올해는 오렌지 나무들에게 거름도 좀 주고 나무도 다듬어주면서 뭔가 해주고 싶은데...글쎄...한번 손대기가 너무 커서 혼자서는 어렵고, 사람을 사서 하자니 것도 마땅치가 않고...숙제네요.
우선은 매주 한바구니씩 따다가 매일 아침 식탁에 신선한 오렌지쥬스를 짜서 올려놓는 행복한 전원생활을 누리고 보기로 했답니다. ^^ 오렌지는 7월초까지 계속 따서 먹을 수가 있답니다.
자식들도 내 맘처럼 잘 안되고, 집안일은 해도 해도 끝없고 항상 이구석 저구석 뭔가 쌓여가고 있고, 매달 각종 공과금등 처리할 일들은 새록새록 생기고, 몸은 예전처럼 가볍지 않고, 돈들어갈 일은 줄지어 있지요.
세상사가 그다지 마음에 들지는 않지만, 정원에서는 모든 것이 희망이고 즐거움이고 평화네요.
이렇게 마음비우면서 하루하루 살다보면 살아가는 일이 그다지 힘들지 않고도 잘 될 거 같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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