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는 이야기

휴가 다녀온 이야기

몬테 왕언니 2010. 4. 15. 13:51

올해는 아이들의 봄방학이 3월 26일 금요일 오후부터 4월 11일 일요일까지 무려 15일 간이었어요.

큰아이는 토요일 아침 비행기로 친척집으로 날라갔고, 작은 아이는 미국대학이라 방학기간이 달라 수업중이고, 막내만 데리고 친척들과 함께 여행을 갔지요.

 

1000km를 운전해서 멕시코시티에 도착해서 소나로사쪽에 있는 만시온호텔 Hotel Mansion 에 여장을 풀고 No.1이라는 깐띠나 Cantina 에서 저녁을 푸짐하게 먹었답니다. 개미알로 만든 에스까몰레 Escamole도 먹고 스페인 음식과 멕시코 전통음식을 배가 부르도록 먹었지요.

 

다음날은 2시간쯤 운전해서 꾸에르나바까 Cuernavaca에 도착했는데, 세상에.....얼마나 교통란이 심각한지....보통때 1시간반이면 갈 거리를 4-5시간이나 거의 주차장처럼 밀리면서 가야 했고, 정말 휴가철이구나 실감했지요. 그날 저녁 9시뉴스를 보니까 모든 멕시코시티의 사람들이 다 그 길에 몰려든 듯 차량이 바글대대요. ^^

매일 뉴스를 보면서 심각한 교통란때문에 어디 놀러갈 엄두를 못내고 대신 꾸에르나바까의 별장에서 남자들은 골프치러 근처로 나가고 여자들은 교대로 음식을 만들어서 애들과 영화보면서 지냈답니다.

며칠을 그렇게 집에서 수영하고 영화보고 수다떨고 책몇권 읽고 낮잠자고 음식해서 먹으면서 게으름을 피우다가 다들 나가고 싶다고 해서 10분거리의 극장으로 갔는데, 여전히 교통란이 심해서 무려 1시간이나 걸려서 극장에 도착했고 반지의 제왕을 만든 감독이 만든 영화 한편을 재밌게 팝콘과 콜라를 동반해서 봤지요.

산본스San Borns 레스토랑에서 저녁식사를 하고, 오랫만에 레브론에서 나온 새빨간색의 메니큐어를 구입해 집으로 온뒤 샤워후 발톱에 예쁘게 칠했더니 ^^

왜 그런 단순한 행동이 사람 마음을 즐겁게 하는지...^^

아주 기분이 좋아져서 잠을 푹 잤답니다.

 

공식적인 휴가는 세마나산타 Semana Santa가 끝나는 4월 4일 일요일까지인데, 화요일이 되어도 도로사정이 회복되지를 않았어요. 대개의 멕시코 사람들은 아이들의 봄방학에 맞춰 연차를 세마나산타 휴가에 이어 사용하는 편이라 많은 사람들이 여전히 휴가중이었지요.

멕시코시티 방향으로 움직이는 것은 불가능하다 싶어서 반대로 남쪽으로 1시간 정도 가니 아시엔다 비스타 에르모사 Hacienda Vista Hermosa 라는 1500년대에 지어진 스페인 정복자 Herman Cortes가 살던 성을 복원해서 만든 호텔에 도착해서 하루를 지냈는데, 너무나도 마음에 드는 곳이었어요.

나중에 다시 호텔에 대해서는 자세히 글을 올릴께요. 사진이랑~~ ^^

 

이제는 서서히 우리도 북쪽의 집을 향해 돌아가야 하므로, 금요일에 멕시코시티로 일찍 도착해서 멕시코의 털없는 강아지를 구입해달라고 요청하러 갔다가 ( 이 강아지는 아츠떼까시대부터 키우던 아주 귀한 것으로 한마리당 가격이 3-4백만원정도나 하는 건데, 다행이도 아는 사람이 있어서 백만원정도에 준다고 합니다. 이 강아지를 키우면 주인의 병이 치유된다는 이야기가 있고 무엇보다 털이 없어 털빠질 염려가 없어서 키워보고 싶더라구요. 나중에 구해지면 그때 사진이랑 이 강아지에 대한 이야기를 다시 올릴께요. ^^)

오후에 시티를 빠져나오는데.....

아...정말 멕시코시티의 교통란은 악명을 떨치고도 남을 정도로 지독했다는 것...

항상 막히는 시티의 교통란은 나처럼 지방도시에서 러시아워때만 빼고는 항상 씽씽 달리는 운전에 익숙한 사람은 짜증나다못해 절망스러울 정도입니다.

겨우 산루이스 포토시 San Luis Potosi 에 도착하니 저녁 8시, 친구네 연락해서 그집에 도착, 새벽까지 술마시면서 밀린 이야기를 나누다가 늦잠자고 아점을 먹고 유명한 산루이스의 전통음식인 엔칠라나 포토시나 Enchilada Potocina를 구입하고 점심으로 그 맛있는 엘칠라다를 먹고 있다가 레알 데 까똘세 Real de Catolce에 가자는 이야기가 나왔고 부랴부랴 짐을 꾸려 2시간반거리를 달려 도착했답니다.

 

항상 느끼는 거지만 레알 데 까똘세는 너무 멋진 곳이에요.

루이나 데 레알 Ruina de Real 이란 호텔은 페넬로뻬 크루스 Penelope Cruz, 줄리아 로버트 Julia Robert, 브래드 피트 Brad Pitt등이 묵었던 곳으로 옛성의 모습을 그대로 지닌 아주 특색있는 호텔이에요.

2.5km에 이르는 돌터널길, 터널 저편에서 이편으로 건너오면 마치 다른 세상인듯한 마을이 있고....

예전엔 넥스텔도, 핸드폰도 전혀 안들어오던 곳, 인터넷은 상상도 못하는 세상과는 아주 단절된 듯한 마을인데 요새는 그래도 핸드폰은 된답니다.

호텔안엔 당연히 TV나 전화기가 없고요. ^^ 인터넷도 없구요.

산길을 따라 돌길을 하염없이 달려, 구비구비 산을 타고 올라가는데 마침 우박이 심하게 내려서 산전체가 마치 하얀 눈에 덮힌듯 착각을 일으켰고 길가에 쌓인 우박이 마치 눈처럼 보이고 애들은 우박덩이를 뭉쳐 눈싸움을 하고 정말 별세계인듯 했어요.

이 도시에는 70-80%가 외국인이 소유한 레스토랑과 호텔이라고 하며, 그 외국인중 유럽인이 80%라고 합니다. 그래서 그런지 이태리음식, 스페인음식, 멕시코음식등 아주 괜찮은 유럽풍의 음식점이 많아요.

밤 1시까지 하는 록밴드 연주가 귀를 찢는 술집에서 노래하고 술마시다가 돌아와서는 호텔의 야외정원에서 모여 술마시면서 흥미로운 이야기를 주고 받는데 기온이 뚝 떨어져서 자켓입고 방석깔고 타월까지 덮었는데도 도저히 추워서 못견디겠어서 2시쯤 혼자 방에 와서 자는데....돌벽과 돌바닥과 담뇨만 있는 침대....

난방시설이 없다는 것이 너무 야속하대요. ^^

결국 양말까지 다 신고 겨우 잠들었답니다.

 

다음날 늦잠자고 아점먹고 열심히 5시간을 더 운전해서 돌아오니 집~~

짐을 다 풀 여유도 없이 정원에 수북하게 자란 나의 야채들을 돌보기 바빴고 그렇게 15일간의 휴가를 마무리했네요. ^^   

당연히 저녁은 레스토랑가서 해결했구요.

다시 일상으로 돌아오려면 1주일쯤 걸릴 거 같네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