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는 이야기

오랫만이지요? 애완동물 이야기할께요.

몬테 왕언니 2010. 6. 16. 11:28

 나이먹으면 세월이 빨리 지나간다고 하더니 정말 그런거 같아요.

후다닥 2010년의 반이 다 지나갔어요.

블러그에 글 쓴다고 마음먹고 자료도 준비해놓고 사진도 많이 찍어놓고도 다른 일 하느라 바빠서 차일피일 하면서 몇달이 지났어요.

 

그동안 일본, 한국, 중국을 다녀왔고, 애들이 방학을 했고, 새끼고양이와 강아지에 대한 이야기가 있답니다.

 

새끼고양이 이야기를 할께요.

우리집 정원을 마치 자기집인양 천연하게 드나드는 고양이가 한마리 있어요.

아마도 전에 우리집 정원에서 태어난 고양이중의 하나인 듯 싶은데 아주 편한 모습으로 타일위에 늘어져누워서는 발을 핥아대면서 자세를 잡는데...어느날 보니 정원의 화장실에서 해산을 한거에요.

그리고는 새끼를 한마리씩 물어다가 덱아래의 공간에 보금자리를 만드는 것 같았는데... 마침 그날 정원사가 와서 전지도 하고 기계로 잔듸를 깎는 날이라 어미고양이가 신경이 날카로와진 듯... 한마리는 먹어치운 것 같고, 한마리는 정원에 그냥 내버려뒀어요.

화장실은 얼른 물청소하고 문을 닫아뒀는데 버려진 새끼 고양이가 걱정이 되서 이제나 저제나 어미가 데려가기만을 기다리고 있는데 갑자기 천둥번개가 치고 우박이 마구 떨어지는 거에요.

전기도 나갔고, 비 들이치지 말라고 온집안을 뛰어다니면서 창문을 다 닫고보니 찜통같은 더위가 느껴져서 차고쪽의 문을 살짝 열고는 떨어지는 우박을 무심히 바라보다가 퍼뜩....새끼고양이가 생각난거에요.

비맞으면서 정원에 가보니...그 작고 어린 것이 꼼지락대는데 어미는 전혀 올기미가 없고 곧 죽을 것 같더라구요... 난 원래 그렇게 작은 동물을 잘 못 만지는 편이라....순간적으로 엄청 고민했어요.

빗자루와 쓰레받기로 일단 새끼고양이를 담아 실내로 데려온 뒤에, 고무장갑을 끼고, 타월로 새끼고양이를 잡았는데...너무 느낌이 이상해서 혼자 악!! 어머나!! 하면서 소리질러대면서 일단 물기를 닦고, 탯줄과 태반을 가위로 잘라내고 보니 너무나도 몸이 차가운 거에요.

서둘러 고무장갑을 벗고 맨손으로 잡아 체온을 나눠주는데도 쉽게 따뜻해지지가 않아 가스불을 켜서 덥혔더니 살아난 듯...꼼지락거리면서 작은 소리로 미우하는 거에요. 너무 약해서 야옹소리가 아니더라구요. ^^

눈도 뜨지 못하고, 털도 거의 없다보니 정말 쥐처럼 보이는데....우유를 살짝 데워서 스포이드로 찍어 입에 넣어주니 쪽쪽 빨아대는 것이 너무도 신기했어요.

 

작은 구두상자에 스폰지를 깔고, 신문지를 넣고, 타월을 깔고, 털양말속에 고양이를 넣어 하루밤을 지났는데 아침에 고양이가 소리도 잘내고 우유도 잘 먹고 묽은 변도 노랗게 보고...몇일 잘 돌보면 키울 수 있겠다는 느낌이 들더라구요.

남편이 쓸데없는 짓을 했다고 처음엔 그러더니 내가 품에 끼고 돌봐주는 걸 보더니, 이제 니가 그 고양이 엄마니까 야생으로 돌려보낼 수는 없겠다고 하면서 잘 키우라고 하대요.

그런데 갑자기 먼길로 여행을 갈 일이 생겨서, 급하게 나서는 바람에 새끼고양이가 든 구두상자랑 약간의 우유만을 가방에 넣어 12시간을 운전해서 가는데... 차안에서도 햇살좋은 곳에 둬서 체온을 유지하게 하고, 2-3시간 간격으로 스포이드로 우유를 먹이면서 신기해하면서 잘 갔지요.

멕시코의 서부바닷가지역에 위치한 떼삑이란 곳에 도착했는데 그곳은 조석으로 많이 선선한 곳이에요.

밤에 우유를 주는데 마침 내가 주던 우유랑 메이커가 달라서 그랬던지 안 먹고...자꾸 칭얼대서 손으로 감싸 달래고 양말안에 잘 넣어 타월 든든히 덮어 내 침대옆에 놓고 잠이 들었어요.

새벽녘에 매우 큰 소리로 야옹대서 만져보니 몸이 너무 차가와서 좀 녹여주고, 다시 타월로 더 덮어서 상자뚜껑까지 닫아줬는데...아침에도 우유를 안먹고...낮에는 아예 잠에서 깨어날 생각을 안해서 너무 걱정이 되서 동물병원에 데려갔더니, 저체온증이라고...매우 약한 상태라고 하면서 주사 한방 놔주고 데려가라는 거에요.

햇볕에 놓아 몸을 덮혀주고, 탈수되지 않도록 링겔액을 몇모금 줬는데도 전혀 나아지지가 않고 계속 설사하고...마지막에는 토하기도 하고... 정말 걱정되서 눈물이 줄줄 나는 거에요.

너무나도 작은 생명체가 태어난지 48시간도 안되서 지엄마에게 버림받고, 비바람에 시달리다가, 1200km가 넘는 길을 여행해서 결국 거기서 죽다니...

하얀 티슈에 돌돌 감아서 친구네 정원에 묻어주고 십자가를 세우고 무덤주위를 하얀돌로 둥글게 둘러싸고 더 작은 하얀돌로 VIRUS라고 새겨넣고, 작은 선인장까지 심어서 토닥여 주었어요.

하도 조그마해서...이름도 비루스라고 지어줬는데...얼핏 보면 메추리처럼 보이는 갈색의 줄무늬를 세로로 지닌 암코양이인데....결국 죽었고 몇일을 많이 슬프게 했답니다.

 

결론은 강아지나 고양이를 하나 건강한 놈으로 구해서 잘 키워보자는 쪽으로 났고, 그뒤로 동물가게도 가보고 인터넷을 뒤져 이런저런 강아지의 특성을 공부하고, 동물병원에서 강아지를 키워봤다는 사람의 의견도 듣고는 포메라니안을 살까 하다가 가장 인기있고 말 잘 듣고 머리좋다는 요크셔 테리어로 한마리 구했어요.

 

인터넷에서 찾아낸 집인데 찾아가보니 강아지의 할머니, 이모, 엄마, 아빠가 다 같이 살고 있으며 5마리가 태어난 건데 새끼강아지가 장난치며 어울리는 모습이 너무 귀여웠어요.

내가 그 집에 들어가자마자 15주가 된 숫놈 강아지, 브루스가 바로 뛰어와서 내 발가락을 물고 장난치는데 마치 운명처럼 얘가 내 강아지구나 싶어서 바로 데리고 왔어요.

등록된 페디그리라 가격부담은 컸지만, 몇일 데리고 놀아보니 너무 귀엽고 작은 것이 장난기가 가득하고 조용해서 정말 마음에 들어요. ^^ 덕분에 하루가 더욱 바쁘고 시간이 잘 가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