멕시코 음식

한여름의 아침식사

몬테 왕언니 2010. 6. 21. 02:31

 오늘은 일요일,

남편은 출장갔고, 애들은 친구네 파티에 간다고 토요일에 나가서 일요일 아침을 나혼자 차려먹어야 하는데...

원래 주부들은 가족들 밥 챙겨주기에 분주하지 혼자 밥 먹으려면 그냥 건너 뛸까, 과자와 커피나 먹지 하는 생각을 하게 되지 않나요?

오늘 아침의 제가 그랬는데 냉장고 문을 열어보니 눈에 띄는 반찬이 참 많더라구요.

멕시코 살면서 아래의 사진처럼 아침상을 채려 웰빙한다는 것이 참 기분좋아서 밥먹다말고 한컷 찍었어요. ^^

 

이제부터 하나하나 반찬에 대해 설명을 할께요. ^^

먼저 수박껍질로 만든 무침이에요.

맛은 마치 노각(늙은오이)를 무친 것같은데 더 연하고 수분이 많아 아주 시원해요.

우리집 앞의 도로에는 수박을 놓고 파는 노점상이 참 많아요. 수박아저씨보고 정말 달지요? 아저씨눈에 제일 달콤한 걸로 골라주세요 해서는 20kg 정도되는 수박을 50페소 (한국돈 4천원?)을 주고 사왔는데 열어보니 껍질이 아주 두껍고 덜 익었길래, 자른 수박 1/4쪽을 가져다 보여줬더니 이번에는 한 30kg 쯤 되는 대형 수박을 주면서 10페소만 더 내래는 거에요. 졸지에 엄청난 양의 수박이 생겨서 애들이랑 정말 시원하게 수박을 실컨 먹었고...속살만 발려서 용기에 넣어 냉장고로 보내면서 보니 수박껍질의 살이 정말 싱싱하고도 두꺼워서 버리기가 너무 아깝더라구요. 그래서 겉의 단단한 껍질을 벗겨내고, 속껍질만 잘라 바다소금에 2시간쯤 저렸다가 꼭 짜내니까 짭조름하고 쫄깃하게 잘 저려졌더라구요. 고추장 두스픈, 마늘 두쪽, 물엿, 식초, 참깨와 검정깨를 넣고 조물조물 무쳐내니 내가 좋아하는 맛이 되더라구요. 찬밥에 찬물말아 수박껍질 무침이랑 간단하게 먹어도 맛있고, 암튼 냉장고에 넣어놓고 몇끼니 맛나게 먹고 있답니다.

 

이제 깻잎무침에 대해 이야기할께요. 한국에서 7월호 샘터가 마침 도착했길래 한가로운 토요일오후를 책을 읽으며 보내고 있었는데, 마침 일본여자가 쓴 글이 깻잎무침에 대한 거였고..그렇지 않아도 정원에 너무 무성한 깻잎을 어쩌나 마음에 걸리던 차여서, 바로 깻잎을 땄답니다.  한장 한장 씼으려니 우와~~ 정말 그것도 엄청난 일이더라구요.

찜통에 3-4분 깻잎을 쪄내고, 양념장을 만들었지요. 마늘찧고 마늘줄기(Poro라고 슈퍼에서 팔아요..마늘쫑 아님)를 잘게 썰어넣고, 고추가루, 물엿, 후추약간, 통깨, 간장을 넣은 건데, 한장씩 양념장에 적셔 큰통에 차곡차곡 담았답니다. 역시 한장 한장 골고루 양념을 해야 하니 여간 손타는 것이 아닌데...냉장고에 넣어두니 아무때나 꺼내먹을 수 있어서 좋네요. 뜨거운 밥 한숫가락에 깻잎을 얹어 먹으니 정말 맛있어요.

 

옆의 반찬은...이름을 뭐라 지을까요? 

멕시코에는 고추초저림 (Jalapenyo en vinagre)가 많아요. 전 어느 레스토랑가서 뭘 먹어도 반드시 이 할라뻬뇨를 시켜서 곁들여 먹는데 맛이 매콤시큼상큼해서 기름진 음식을 편하게 먹게 해줘요.

밤톨만한 빨간 감자가 특히 몸에 좋다고 하는데 마침 시장에 나왔길래 한봉지를 샀지요.

이걸로 뭘 해먹을까 고민하다가 내가 좋아하는 초저림을 만들지 싶더라구요.

감자를 너무 푹 익지 않게 쪄내고, 브로콜리도 중탕으로 쪄내서 물기빼고 식히고, 옥수수통조림 1개, 할라뻬뇨 대형통조림 1개를 넣어 골고루 잘 섞어줍니다. 물기를 잘 건조시킨 대형유리병에 내용물을 넣어 냉장고에 보관하면 1년까지도 먹을 수 있어요. 입맛따라 허브도 넣고 통후추도 넣고 올리브유도 넣음 좋습니다. 양파를 좋아하는 분은 양파도 넣고요.  

반찬 없을 때 한번씩 꺼내면 입맛을 잘 돋궈줘요. 고추가 아주 매운 편인데, 이렇게 다른 야채와 섞으면 좀 덜 매워지고...그래도 애들은 브로콜리나 고추는 맵다고 싫어해요. 감자는 살짝만 맛이 배서 맛있다고 하고요.

저는 맵고 신 맛에 브로콜리와 옥수수를 더 좋아하고요. ^^

 

옆의 이게 뭔가 싶지요?

생선을 구워서 손으로 살만 발려 놓은 거에요.

슈퍼에 가면 Plateado라는 생선을 팔아요.

냉동인데, 저는 조기라고 생각하고 사오는데...정확히 뭔지 모르겠어요. 원래 한국에서도 생선을 잘 몰랐거든요. 1kg에 3-4천원정도 하니까 가격도 싸고 비린내도 없고 맛도 쫄깃해서 이름이 뭐든 먹을만한 생선이에요.

여름에 생선을 말리면 파리가 너무 들끓어서 힘들기 때문에 저는 겨울철에 이 생선을 사다가 하루밤을 바다소금을 풀은 물에 푹 담가놓아요.

아침에 건져서 채반위에 얹어 2층 난간의 볕 잘드는 곳에 놓고 3-4일쯤 꾸덕꾸덕할 때까지 잘 말립니다. 한마리씩 비닐봉지에 넣어 냉동실에 보관했다가 생각날 때마다 석쇠위에 얹어 굽는데, 아주 잘 말린 거라 구울 때도 별로 연기나 냄새도 안나서 편해요.

손으로 살만 발려내서 유리그릇에 담아 냉장고에 보관하면 입맛 없을 때도 짭짜름하고 쫄깃한 맛이 밥 한그릇을 어느새 다 비워준답니다. 싱싱한 깻잎에 밥얹고 생선얹어 싸서 먹어도 좋구요.

 

아래 사진이 잘 말려서 냉동식에 보관하고 있는 내 생선의 모습이랍니다.

한국에서 살았다면 집에서 이렇게 각가지 음식을 직접 해먹지는 않았을 거라고 생각해요.

언제 어느 곳에서나 손쉽게 슈퍼만 가면 구할 수 있으니까요.

멕시코 살다보니 먹고 싶은 것은 다 내손으로 해결해야 하다보니 ^^ 거의 도사급이 되어가고 있어요.

 

창조하는 마음으로~~ 매일 뭔가를 만들고 준비하고 그러면서 산답니다. ^^

그런데 우리집 식구들은 주로 고기먹고 따꼬먹고 께사디야먹는 편이라 내가 이렇게 먹거리에 안 매달려도 되는데...^^ 그냥 재미로 하는 거에요. 위의 반찬들은 거의 나혼자 다 먹거든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