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는 이야기

피마자와 토란대

몬테 왕언니 2010. 11. 17. 12:34

 얼마전에 아는 사람이 입이 돌아가는 증세로 고생을 한다고 하는 말을 듣고 문득 멕시코에 흔하게 있는 아주까리 씨 (피마자)를 사용해서 치료하는 민간요법이 생각나서 권해줬습니다.

 

 

멕시코에선 이게라라고 불러요. 그런데 이게라는 이고나무 즉 무화과를 뜻하는 말인데, 피마자를 이게라라고 한대요. 

몇년전에 엄마가 오셔서 산책하면서 아주까리의 어린 잎을 많이 따서는 말렸다가는 삶아서 나물로 볶아먹기도 했는데....^^

난 귀찮아서 해먹지는 않았고, 볼 때 마다 저게 먹거린데 하고 바라만 본답니다.

 

그런데 아주까리의 씨앗을 피마자라고 하는데, 식용으로는 거의 안 쓰고 공업용 기름으로 사용해요.

그런데 민간요법으로 염증제거, 독제거, 설사를 유발하는 용도로 사용하며, 중풍으로 인한 반신불수와 입이 돌아가는 와사증에 효과가 있다고 해요.

그래서 열심히 인터넷을 찾아본 결과 2가지 방법이 있네요. 

하나는 피마자 49알을 껍질을 벗겨 으깨서 입이 돌아간 반대편 손바닥 중앙에 소복히 올려놓고는 아주 작은 냄비에 끓는 물을 부어 그위에 올려 열이 피마자를 통해 손바닥으로 들어가도록 하면 된답니다.

물이 식으면 다시 끓는 물로 바꿔서 몇번 반복하고 그렇게 매일 하면 10회이내에 얼굴이 제모습으로 돌아온다고 하네요.

다른 하나는 피마자의 껍질을 벗겨 으깨서 턱, 귀,입을 0.3cm두께로 발라주고 붕대나 거즈로 감아 고정시켜주며 매일 교체하면서 5-7일정도 지속하면 낫는다고 하네요.

덕분에 동네방네 돌아다니면서 아주까리를 찾고 그 씨를 채취하는 부산을 떨었는데....생각보다 잘 익은 열매를 못 찾아서 잎과 씨앗을 건네주면서 이렇게 생긴거니까 니들이 찾아서 치료해보라고 알려만 줬어요.

그런데 피마자는 독성이 강하고 알레지도 유발시키니까 절대로 함부로 복용하거나 음식에 사용하지 마세요.

입이 돌아가는 다급한 상황이라 혹시라도 도움이 될까 싶어서 찾아본 거고, 아직 결과가 어떤지는 잘 모르겠네요. 그런데 와사증은 대개 시간이 지나면 (물리치료등 노력을 당연히 하면서) 어느정도 회복되긴 해요.

 

이제 토란대에 대한 이야기를 할께요.

 

 역시 우리 엄마가 멕시코에 오셔서 같이 작은 강이 산길따라 흐르는 곳에 놀러갔는데....유심히 강가의 커다란 이파리를 들여다보시더니 얘, 이거 토란같다 그러시는거에요.

나야 당연히 그런거 모르니까....ㅋㅋ

엄마생각에 토란같으면 따서 토란대로 먹지 뭐~~ 하고는 차트렁크가 가득차도록 따서 넣었습니다.

집에와서 가정부랑 엄마가 앉아서는 잎을 끊어내면서 죽죽 바깥쪽 섬유질을 벗겨내서 정리를 하더니 한동안 널어말려서는 아예 먹기 편하게 해주신다면서 삶아서 한뭉치씩 비닐에 넣어 냉동실에 보관합니다.

필요할 때마다 하나씩 꺼내서 먹으면 된다고...

 

멕시코에선 Hoja Elegante라고 불러요.

한국의 토란과는 좀 다른 것이 토란이 안 매달려요.

잎도 더 크고 관상용으로 주로 사용하는데...^^

우리집 정원에도 연못옆에 아주 잘 자라고 있고, 키도 커서 거의 내 얼굴을 가릴 정도랍니다.

멕시코 시골에선 비가 오면 잎을 하나 따서 우산으로 사용하기도 한답니다.

 

 

 

 

한국에선 아예 말려서 위의 사진처럼 판매를 하지요. 미국의 한국슈퍼에 가면 비닐봉지에 담긴 마른 토란대도 쉽게 보입니다. 토란대를 삶아놓으면 오른쪽 그림처럼 되지요.

오늘 육개장을 끓였는데.....마지막 남은 토란대 한덩이를 집어넣으면서 엄마생각도 했고....또 토란대를 따러 강가로 가고 줄기를 손질해서 몇일 햇볕에 말리는 수고를 할까...그냥 슈퍼가서 파는 거 사다 먹을까...머리속이 갑자기 좀 복잡해지더라구요. ^^

요즘 시절이 수상해서 마음놓고 산속의 강가로 가고픈 분위기가 아니고, 연말 다가오니 분주해지는지라 일단은 접어두자 했네요.

 

도가니와 손목뼈를 푹푹 끓여서 뽀얗게 국물내고, 소다리살인 참바레떼

Chambarete를 몇개 넉넉히 넣어 잘 끓인 후 건져내서 살코기는 발려 양념해 따로 놔두고 뼈만 국물에 다시 넣고 더 끓였답니다.

다른 야채들도 다 따로 손질해서 양념해뒀다가 먹을 때 얹어야 제대로 된 육개장이지만 좀 귀찮아서....고기만 양념해두고, 토란대와 고사리를 다 국물에 넣어버렸는데도 여간 맛있는게 아니네요. ^^

커다란 대접에 듬뿍 담아 후루룩대면서 다 먹었더니 포만감이 그만인데....뭔가 빠진 걸 글쓰면서 깨달았네요.

육개장에 당면이 빠졌어요!!!!!

식사시간이 늦어져 급하기도 했고, 밥말아 먹느라고 전혀 생각을 못했는데...ㅋㅋ

내일은 당면도 삶아넣고 정식으로 다시 먹어야겠네요. ^^

 

육개장을 만들다보니 토란대가 필요했고, 마지막 남은 토란대이다보니 생각이 많아졌고, 그러다보니 블러그에 글까지 썼네요. 후후

 

멕시코가 지구반대편에 있기는 하지만 기후대가 한국과 비슷한 지역이 많다보니 한국에서 보는 식물들이 참 많아요. 과일도, 꽃도, 나무도, 먹거리도 찾아보면 대부분 있지 싶어요.

분꽃, 채송화, 한련, 민들레, 질경이, 쑥등등

도시내기인 내가 아는 것이 없어서 그렇지 엄마는 한번 오실 때마다 어머, 이것도 있네, 저것도 있네 하면서 참 많이도 찾아내고 반가와하곤 했고 덕분에 나도 눈여겨 보게되고 배우지요.

엄마 역시도 도시여자인데....예전엔 그래도 땅과 자연과 가까운 생활을 한지라 참 많이 아시지요.

 

여기 사람들은 내가 무슨 마녀같이 보이나봐요...ㅋㅋ

아무 풀이나 다 뜯어먹고 말려먹고 키워먹고 그러니까요. 후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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