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는 이야기

측백나무

몬테 왕언니 2010. 11. 30. 03:35

몇일 내리 기온이 내려가는 바람에 감기에 걸렸답니다.

처음엔 목이 아프더니 곧 콧물나고 기침나고 몸도 안좋고 영락없는 감기몸살이네요.

여간해서 병이 안나는데, 한번 어쩌다 감기걸리면 제법 오래가는 터라 약도 먹고 유자차에, 생강차에, 몸보신해야 한다고 꼬리곰탕까지 끓여먹었는데도 밤에 기침때문에 잠을 설치고 있네요.

 

집안의 공기는 마치 대형 냉장고라도 되듯 썰렁한데 문밖에 나가면 햇살이 가득하고 공기도 아주 따뜻합니다.

강아지도 추울까봐 스웨터를 입히고, 나도 스웨터에 숄까지 걸치고 있다가 둘이 같이 밖에 나와 햇볕아래 있었더니 여간 따뜻하고 좋네요.

앞정원에 나란히 서있는 두그루의 측백나무 사이를 지나려니 윙윙대는 벌소리가 너무나도 요란하고 머리결에 스치고 지나가는 벌의 날개짓이 느껴집니다.

이상하다....

꽃이 핀건가?

아무리 살펴봐도 향도 없고, 꽃의 흔적조차 안 보입니다.

벌이 이렇게 많이 붕붕대고 윙윙댈 때는 분명히 꽃이 있어야 맞는데....

가만히 들여다보니 잎의 끝부분이 약간 둥근 듯 한데 그게 아마 꽃이지 싶네요.

시침질하는 핀의 둥근끝처럼 아주 조그맣게 동그란 것이 잎끝부분에 형성되어 있어요.

가끔 보면 측백나무에 잣 크기만한 열매가 매달려 있고 명도가 다른 초록색이라 잎이 주는 두세가지의 초록색과 어울려 자세히 바라보면 마치 초록색의 각가지 다름을 보여주려는 듯 했어요.

너무나도 작고 앙징맞은 작은 주머니같은 그 열매를 보면서, 언제 꽃이 피었지? 왜 못봤지? 의문이었는데 지금이 꽃이 만발한 때임이 맞을텐데도 꽃을 못찾고 있답니다.

그런데 벌은 어떻게 알고 잘도 찾아올까요?

향도 없고, 꽃도 안보이는데....색도 그대로 초록색이고....신기합니다.

백마리도 넘는 벌들이 나무에서 열심히 날개짓하고 들락날락 바쁘고, 양지바른 곳에서 벌소리를 듣고 있으려니 몸도 따뜻해지고 일상의 근심걱정도 잊고 무심해지는 것이 마치 동화책속에 들어와 있는 듯 합니다.

 

언젠가 한국영화를 한편 봤는데, 이병헌이 대학생 봉사활동을 나간 시골에서 그를 사랑하게 된 여자 이야기인데 측백나무 잎을 따서 편지로 보내면 그것이 "나 잘 있어요" 라는 의미래요. 

측백나무는 잎모양이 참 이뻐서 영화처럼 장식용으로 사용해도 좋을 거라고 생각해요.

나도 측백잎을 따서 편지를 보내볼까? 하는 생각도 잠시 들었지만.....편지라는 수단 자체가 이젠 생소할만치 일상생활에서 멀어졌고....간편한 이메일이 대신해서 팔십 바라보는 우리 엄마조차도 이메일로 소식주고 받으니 보낼 대상조차도 머리속에 안 떠오릅니다.

 

추수감사절 휴가로 집에 왔던 아들녀석이 학교로 돌아갔습니다.

잔뜩 챙겨주면 뭐하러 주냐고 짜증내고, 안 챙겨주면 서운해 하는 듯 싶어서 잠시 고민하다가 몇가지 챙겨놓고는 가져갈래? 하고 물어보니 의외로 좋다고 하네요.

자식들이 전부 간섭하면 싫어하고, 챙기면 귀찮아하고, 냅두면 관심없다고 서운해하니 부모노릇 하기도 쉽지는 않네요. ^^

강아지는 새벽부터 짖어 아침잠을 깨우고, 때맞춰 정원으로 데려가지 않으면 집안에서 아무데나 실례를 해서 골치거리이긴 한데.....옆에 쫒아다니면서 아무 불평없이 동무해주니 이쁘고 좋네요.

아들이 들고 난지라 좀 허전한데 강아지가 곁에서 재롱부려주니 고맙네요...^^

혼자서 객지생활하면서 집이 그립고 외로와 몸살하는 우리 아들녀석의 마음이 항상 안타깝지만, 아픈만치 성숙해지리라 믿고 대견하게 바라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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