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는 이야기

우리동네 아줌마들.

몬테 왕언니 2011. 11. 12. 12:33

우리동네는 멕시코 제 3의 대도시인 몬떼레이에서 약간 떨어진 마을입니다.

400년이 넘는 전통을 가지고 있고 매우 폐쇄적이라 외부인을 경계하고 결혼도 마을사람들끼리만 해와서 대부분이 3-4가지의 성씨 가족이라 서로 얽히고 섥힌 사돈의 팔촌관계이며 서로서로 누구네집 아들, 딸로 다 아는 관계입니다.

덕분에 외부 피가 섞이질 않아 근친결혼의 부작용과 같은 결과를 낳아 다운증후군 아이들이 눈에 띄게 많고 정신병도 많다고 합니다.

 

작은 마을이고 자기들끼리 다 집안사람들이라 너무 시시콜콜 다 알면서 모이면 누구는 어떻다, 저떻다 하고 이야기를 하는데 나는 도무지 누가 누구인지 통 알 수도 없고 헷갈려서 몇번 모임에 나가 귀를 기울이다가 지루해서 아줌마들 모임에 안 나갑니다.

 

그런데 모임에 자주 나가는 사람은 이모임 저모임해서 1주일이면 6번쯤 레스토랑에 하루종일 앉아 수다를 떨지요. 수요회도 있고, 목요회도 있고...금요일은 대개 생일파티로 모이고...처음 이마을에 정착하기 시작했을 때는 사람들과 어울려야겠다는 생각에 열심히 쫒아다녀봤는데 금새 지치고 다른 일을 전혀 못하니까 몇번 빠지고 그러다보니 모임의 구성원에서 탈퇴하는 형태가 되서 어느날 보니까 혼자 집에 있게 되더라구요.

뭐, 아쉬울 것은 별로 없었어요. ^^

 

몇년 전부터 우리 마을에도 카지노가 들어왔어요.

하나 생긴 건 알았는데 요새 보니까 두개나 된대요.

누가 저길 갈까? 지나갈 때마다 궁금해서 주차장을 보면 차가 가득해도 내가 아는 사람들이 그곳에 가서 시간을 보낼 거라고는 생각을 못했답니다.

 

몇일 전에 한 1년쯤 연락없이 지냈던 친구들을 차례로 만났습니다.

이런저런 이야기끝에 요즘 뭐하면서 시간보내냐고 서로 묻는데...내 나이 또래의 여자들은 다들 이미 손주가 2-3명은 있는지라 아들네 놀러가고 손주보러가고 그외에는 카지노에 가서 시간을 보낸다는 겁니다. 누구도 맨날 오고 또 누구도 자주 온다면서 너무 재밌고 좋다고 저보고도 같이 가자고 권하는 거에요.

우리 나이의 여자들이 카지노를 좋아하고 그곳에서 시간을 보낸다...

 

우리 마을 여자들은 대개 17세면 결혼을 했고 애낳고 살림만 하다가 애들 다커서 독립하고, 남편은 같이 놀아주지 않는 분위기이다보니 (우리동네는 이상하게 남자는 남자끼리, 여자는 여자끼리 노는 풍토에요) 결국 카지노에서 시간을 보내는 겁니다.

우리 나이라는 것이......뭔가 새로 시작하기엔 두렵고 귀찮고...어디 결혼식이나 파티있음 찾아가는 거고 아님 집안에서 나태하게 보내거나 TV나 보는...어찌보면 정말 심심하고 어려운 나이이지 싶어요.

그런데 그런 상태로 팔십세, 구십세까지 산다고 생각하니 갑자기 걱정이 됩니다.

 

나 역시도 카지노나 모임에만 안 나갈 뿐 특별히 하는 일이 있는 것도 아니다보니 이제라도 뭔가 하고픈 일을 찾고 배우고 해야 한다는 생각이 듭니다.

무얼하면 좋을까 이제부터 찾아봐야겠네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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