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는 이야기

천고마비의 계절, 가을 그리고 연휴

몬테 왕언니 2011. 11. 22. 15:02

가을이 아주 깊어가는데도 우리동네는 여전히 한낮의 기온이 30도내외입니다.

한국은 어느새 영하라고 하고 멕시코의 다른 동네들은 밤에 전기장판없으면 추워서 못잔다고 하는데....^^ 그러나 몬떼레이도 조석으론 쾌적한 기온이며 하늘에 별이 총총히 떠서 가을하늘임을 느끼게 합니다.

 

천고마비의 계절이고, 독서의 계절인 가을....

하늘도 높은 것 같고, 말대신 내가 살이 찌고 있고, 최인호작가가 쓴 가족을 다 읽었습니다. 샘터에 10년간 연재된 100회의 글을 모아 책으로 묶어낸 것으로 1984년에 발행해서 글자도 깨알같고 종이도 노랗게 바랜 책인데 참 재미있게 잘 읽었어요.

요즘 나온 책이 옆의 사진인데 1975년부터 쓰기 시작한 최인호작가의 가족이야기는 샘터에서 400회를 넘기고 35년간 연재된 자전적 가족이야기로 군대시절 연애이야기, 결혼, 사진속의 딸내미 다혜가 자라 결혼해서 손녀딸을 보게된 할아버지가 될 때까지 이어집니다.

내가 갖고 있는 책은 처음의 100회분을 그대로 모은 문집이고 요즘 나온 책은 400회를 간추린 책이지 싶네요.

안타까운 것은 암에 걸려 더이상 글을 쓰지 못한 최인호씨의 현황이에요.

 다음에 한국가면 새책을 구해서 마저 다 읽을 생각이랍니다.

 

대학 졸업반인 애들은 학교생활이 바쁜지 아님 지들 세계에 빠져 부모의 존재를 까맣게 잊었는지 거의 얼굴보기도 힘든지라 거의 완전히 남편과 둘이서만 살고 있지요.

매일 단조로운 생활패턴인지라 먹는 것이 가장 큰 테마이며 지출이랍니다.

그래서 내가 괜찮은 레스토랑을 찾아내서 한군데씩 찾아다니면서 먹고 즐기는 것을 낙으로 삼고 있는데, 매주 한곳은 꼭 가자고 목표를 삼아두니 소일거리도 되고 주말에 같이 나갈 핑게거리도 되서 좋네요.

 

덕분에 블러그에도 좋은 레스토랑을 소개할 수 있어서 더 즐겁네요.

그런데 문제는 맛있게 포식하고 은근히 살이 통통하게 오르고 있다는 겁니다.

운동은 하기 싫고, 먹기는 잘 먹으니 살찌는 것은 당연한데...ㅎㅎ 은근히 걱정은 되네요.

마당에는 가을볕을 즐기는 꽃들이 정말 만발해 있습니다.

주홍색의 석류꽃도 가득하고 가지마다 주먹만한 석류가 매달려 빨갛게 익어가고 있어요. 폭 익어 터진 석류를 발견할 때마다 한개씩 따서 고른치아같은 붉고 투명한 석류알을 뜯어 먹는답니다. 여자몸에 좋다고 하니까....새콤한 맛에 아이 셔~ 하면서도 다 먹지요. ^^ 금잔화도 진노랑색과 주황색으로 수십개의 꽃을 바람에 흔들고 피어있고, 사막의 장미 Rosa del desierto라는 이름의 꽃도 핏빛같은 붉은 색과 흰색으로 가득 피어있고 접시꽃도 만발해 있어요.

남편은 정원에 폭 빠져서는 매일 물주고 들여다보고 감탄하고 저녁때도 정원에 나가 바라보면서 좋아합니다. 

 

 

 

 

이번주는 연휴에, 국가의 경기부양책으로 미리 지급된 보너스에, 또한 Buen Fin이라는 이름의 대규모세일까지 있는지라 금요일오후부터 월요일까지 다들 쇼핑센터에 몰리고 미국국경건너가 쇼핑하는 사람들로 도로가 붐빕니다.

나도 열심히 쇼핑센터 순례를 했는데....물건 고르는 것보다 계산대에서의 시간이 너무 엄청나서 몇군데에선 긴줄에 질려 골랐던 물건을 포기하고 그냥 나왔을 정도에요.

가전제품이 엄청 싸게 나온지라 진열된 샘플 TV까지 다 팔려서 물건이 없을 정도였고 의류도 정기세일이 아닌데도 15%세일, 유명메이커류는 반짝세일로 50%까지 해주네요. 난 보너스를 탄 것도 아닌데....지름신이 강령해서 구두와 가방에 질렀네요.

사람들의 물결속에서 연휴를 잘 보냈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