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는 이야기

2011년 죽음의 날

몬테 왕언니 2011. 11. 3. 06:33

올해는 집을 할로윈치장하는 것도 가볍게 했고 가족들과 여행하느라고 마련해놓은 할로윈의상도 못 입었고 준비해놓은 사탕봉지도 그대로 남았습니다.

친구네 친척아이들 주라고 여기저기 나눠주고 있고 아마도 11월내내 사탕봉지 나눠주느라고 번잡을 떨어야 할 거 같네요.

 

 

어제 11월 1일에는 친지들 초대해서 집에서 고기 바베큐해서 가든파티를 했고 죽음의 빵을 사다가 커피와 곁들여 나눠 먹었답니다. 전통적인 절차를 따라 하지는 않았으나 그래도 죽음의 빵을 먹음으로써 나름 기분은 냈지요.

 

얼마전에 제가 샘터에 죽음의 날에 관련된 글을 하나 썼어요. 2011년의 죽음의 날은 책에 실린 전문을 블러그에 올리는 것으로 의미가 특별해 졌어요. ^^

 

 

죽은 이를 초대하다.

 

  매년 10월 말이 되면 멕시코는 떠들썩해진다. 시청앞과 대형 건물들이 주황색의 금잔화로 뒤덮히고, 해골인형, 해골모양의 사탕, 뼈모양으로 장식된 망자(亡者)의 빵을 팔기 시작하면 이날이 가까이 왔다는 뜻이다. 각종 곡식으로 즙을 내, 이를 물감삼아 건물 바닥마다 풍요의 신을 그리는가 하면 식당에는 만국기처럼 해골이 그려진 깃발을 매단다. 각 가정도 바쁘기는 마찬가지다. 집안의 망자를 생각하고 생전 그들이 좋아했던 음식이나 물건으로 제사상을 차려야 한다. 이 모든 것들은 11 1일부터 2일까지 이어지는 멕시코 죽음의 날 (dia de los muertos)’을 위한 준비이다.

 

죽음의 날은 수천 년을 이어온 멕시코의 전통축제이자 기념일이다. 오래전에는 지방마다 각각 다른 형태로 치러졌겠지만, 스페인이 멕시코를 침략한 19세기 중반 이후 온 국민이 참여하는 형태가 되었다. 스페인 선교사의 행사인 모든 성자의 날의 영향을 받아 기독교적 형식을 띠면서도 멕시코의 고대의식이 결합된 모습을 하게 된 지금, 죽음의 날은 망자와 자신을 동일시해보면서 죽음이 끝이 아님을 확인하고, 축제를 즐기는 날로 자리 잡았다.

 

 죽음의 날 행사는 보통 10 28일경부터 시작된다. 28~31일까지는 사고로 사망한 영혼을 위로하는 의미로 밤마다 십자가, 소금, , , 묵주 등을 제사상에 놓았다가 아침에 치운다. 특히 30일은 꽃의 날로 사랑과 감사의 의미를 지닌 금잔화 꽃으로 집을 장식한다. 31일부터는 본격적으로 음식을 장만한다. 가족이 한자리에 모여 음식을 만드는 모습은 우리의 명절 풍경과 비슷하다. 음식은 주로 멕시코 전통식인 따말레스 (Tamales 옥수수로 만든 만두와 비슷한 찜), 닭고기요리인 몰레 (Mole), 호박과 고구마 설탕조림등을 만드는데 특이한 것은 망자의 빵이다. 앞서 설명한 것처럼 이빵은 뼈모양으로 돼 있는데, 방이 대지를 표현했다면 그 위의 뼈 장식은 망자를 상징화한 것이라고 한다.  

 

11 1일 자정부터는 죽음의 날로 접어들었다고 할 수 있다. 이제 망자의 영혼을 인도할 차례다. 우선 대문에 전등을 걸어놓고 집 앞에서부터 골목 어귀까지 금잔화 꽃잎을 뿌린다. 멕시코 사람들은 영혼이 이 금잔화 꽃향을 맡으며 집을 찾아온다고 믿는다. 이렇게 첫째 날인 1일이 우리가 영혼을 초대한 것이라면 둘째 날인 2일은 우리가 그들의 초대에 응할 차례다. 그날은 고인의 묘 옆에서 촛불을 밝히고 밤을 지새우는데, 어둠이 내리면서 공동묘지는 꽃과 촛불의 향연장으로 변한다. 멕시코 사람들은 이날 밤의 신비한 분위기야말로 죽은 자와의 진정한 만남이라고 말한다.

 

아래 사진은 로이터에서 올린 와하까지역의 묘지의 모습. 정말 화려하지요?

 

 

죽음의 날 때문일까. 멕시코인은 죽음에 대한 공포가 크지 않다. 그들에게 죽음은 공포나 삶의 종말이 아닌, 부활로 가는 삶의 연장선이며 재생을 위한 아름다운 과정이다. 그래서 사고가 아닌 자연스러운 죽음을 맞은 이들의 장례식에서는 슬퍼하지 않고 박수를 치는 모습까지 볼 수 있다. 이들에게 죽음이란 다시 태어나기 위한 과정이기에, 기념하고 축하할 일로 여긴다.

 

우리가 죽음을 슬프다고 생각하는 이유는 명확하다. 더 이상 보고 싶은 사람을 만날 수 없기 때문이다. 하지만 멕시코의 죽음의 날을 보면 문득 우리가 뭔가 착각하고 있는 것은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 우리는 만남을 보는 것에만 국한하고 있지 않은가. 죽은 자 역시 육신이 사라져 우리 눈에 보이지 않을 뿐, 다른 세계에 존재하고 있으며 초대받고 초대할 수 있는 게 아닐까.

 

  준비된 죽음을 자연스럽게 맞이하는 웰다잉 (Well-dying)이 유행하는 요즘, 멕시코 죽음의 날을 보며 다시 한번 죽음의 의미를 생각해본다.

 

'사는 이야기' 카테고리의 다른 글

결혼식 파티에 다녀와서....  (0) 2011.11.14
우리동네 아줌마들.  (0) 2011.11.12
10월의 마지막 주말~  (0) 2011.10.29
친구네와 함께 보낸 주말~~  (0) 2011.10.25
2011년 SPI Bikefest 에 다녀와서  (0) 2011.10.1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