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는 이야기

저 한국다녀왔답니다~~

몬테 왕언니 2012. 1. 29. 11:08

집에 돌아와서 보니 한국여행이 꿈처럼 느껴집니다.

좋은 추억을 많이 만들고 와서인가 봅니다.

 

 

항상 내가 한국 들어갈 때마다 모임을 주선해서 나와주는 동창녀석들이 고맙고 반가왔습니다. 설명절 전이라 지방사는 친구들이 서울본가로 올라오는 길에 만나진 거라 30년만에 만나게 된 친구도 있었고, 같은 그룹사에서 일하다 내가 멕시코사는 바람에 십수년만에 다시 만난 친구도 있었습니다. 강남역의 종로빈대떡집에서 소맥 말아마시고 막걸리 마시면서 토속적인 모둠전과 빈대떡을 안주삼아 먹는 맛도 참 구수했습니다. 적당히 취해서 낄낄대다가 안나온 친구들에게 전화해서 돌아가며 안부인사하는 귀여운 추태도 벌였습니다.

 

 

 

 

설명절 전날에는 동생네 집에 가서 동생댁이 골고루 차려준 저녁밥상을 받았고 조카녀석의 2층침대에 기어올라가서 잤습니다. ㅎㅎ 조카가 남자, 여자 쌍동이로 초등학교 5학년 올라가는 나이라 참 귀엽고 재밌습니다. 서울역사박물관을 구경했고, 물부어두면 알이 부화해서 공룡이 된다는 공룡알도 샀고 광화문의 해치광장에 가서 구경하고 해치인형도 사고 델리만쥬와 찹쌀풀빵도 사서 먹었습니다.  

 

 

 

 

설명절은 큰댁에 가서 차례를 지내는데....20년도 더 전에 참례해본거라 옆사람하는대로 따라 하기에 바빴는데...ㅎㅎ 할아버지, 할머니께는 4배를 하고 큰아버지께는 2배를 하고 세배는 1배를 하는 거라 절하면서 헤아리기 바빴답니다. ^^ 큰올케는 혼자서 3배를 하기도 했지요. 차례상의 떡이 무너져서 놀랬는데 아마도 혼령이 드시다가 떨어뜨린 듯 합니다. 예로부터 차례상에 올려진 음식은 혼령이 드신 거라 아무리 먹어도 영양분이 안 남아있어 영양실조에 걸린다는 이야기도 들었습니다.  장례식에도 참석하지 못한 큰압지의 사진을 보니 가슴이 찡하고 살아계신 듯 대화를 나누게 되고, 조부모님께도 잠시 인사말씀 올리니 반갑고 마음이 푸근해 졌습니다.

세배를 올리고 나누고 받는데, 부모님께도 절을 해 본지가 근 20여년 된 듯해서 감회가 깊었습니다. 조카들의 세배를 받으면서 아....이젠 나도 세배드릴 곳보다 받을 곳이 많은 나이가 됬음을 실감했습니다. 덕담나누고 약주를 나눠마시고 내가 가져간 떼낄라를 한잔씩 돌리면서 떡국을 먹으니 한국의 설명절의 기분이 가득 느껴지면서 문득 내가 잊고 산 것들에 대한 그리움이 가슴 한켠이 멍할 정도가 되더군요.

 

 

우리 엄마가 한번 타보고 싶다고 하시던 KTX를 태워드릴 겸 부산으로 1박 2일의 여행을 갔습니다. 멕시코에서 알게된 좋은 인연의 후배가 역에 마중나와 편하게 차타고 부산시내 구경을 했고 소문난 금수복집에서 복어찜과 복지리로 점심을 하고 송정해수욕장의 모래사장을 걸으면서 참 좋아하는 엄마모습을 카메라에 담고 물새떼가 사람과 어울려 바다위를 돌아다니는 모습도 구경했습니다.

 

 

조선비치호텔에 여장을 풀고 해운대 바다를 바라보다가 부산시장안의 식당에 가서 돔회를 푸짐한 쯔끼다시와 칼칼한 매운탕까지 함께 포식하고나니 잠시 걸어 소화시켜야 할 듯 싶어 시장구경을 잠시 하고는 바닷가의 술집에 가서 아사이맥주를 볶은 은행안주 시켜놓고 문틈으로 들어오는 싸늘한 바닷바람을 느끼면서 한잔 했지요. 은행볶음은 내가 참 좋아하는 거지만 멕시코에는 없어 향수를 느끼지요.

 

조선비치호텔의 침대가 너무나도 쾌적하다며 편히 주무시는 엄마를 보며 부산에 잘 왔다싶고 흐믓했어요. 아침 일찍 해운대 앞바다를 치고 올라오는 붉은 태양을 바라보다가 문득 해변을 보니 몸짱의 젊은이가 손바닥만한 검정수영복만 입고 바다에서 올라옵니다. 멀리서 헤엄치는 모습이 영하의 날씨에 설마 사람일까 하며 지켜봤는데 이제 막 떠오르는 태양을 등지고 반짝이는 물방울을 떨구는 싱싱하고 아름다운 몸매의 젊은이가 바다에서 나와 걸어가는 모습을 넔을 잃고 바라봤답니다. 그도 알까? 본인이 그렇게 아름답다는 것을....

 

세상에서 가장 큰 쇼핑센터로 기네스북에 등록된 센텀시티 신세계백화점과 울산 아지매들까지도 먼거리 마다않고 차몰고 와서 사우나한다는 스파랜드를 구경갔습니다. 엄마와 수많은 이름의 방마다 들어가서 잠시 앉아 구경하고 분위기 느끼는데도 2-3시간이 걸릴정도로 넓고 다양하게 잘 꾸며놓았습니다. 13세미만은 출입금지라 조용하고 쾌적한 분위기가 좋아서 4시간 기본인데 추가요금을 내고 몇시간 더 있다가 오고 싶을 정도였답니다. 식당과 카페가 조선호텔에서 운영하는거라 메뉴는 좋고 가격은 사우나답게 착했습니다.

 

 

 

 

유명하다는 진짜 원조 해운대암소갈비집에 가보니 한옥의 기와지붕과 저택을 그대로 유지하는 구조라 분위기도 좋고 양념갈비맛도 참 깔끔해서 오랫만에 엄마가 즐겁게 많이 드시는 모습을 봤습니다. 여름부터 가을까지 아파서 침대에서 살았고 입맛을 잃어 바짝 마른 모습이 마음에 아팠거든요.

 

 

달맞이고개의 언덕도 보고 정자도 올라가보고 그뒤쪽의 아파트단지에 숨어있는, 부산토박이들만 알고 찾아간다는 오페라라는 카페에서 카푸치노와 치즈케이크를 즐기며 해운대바다를 바라보고 있으려니 부산에서 한달쯤 살아도 좋겠다 싶습니다. 바다앞에 특이한 모습의 유리건물로 세워진 고층아파트에서 저 해운대바다를 바라보면서 살면 부산말로 참말로 쥑~인다 하는 기분이 들것만 같습니다. ^^

돌아오는 KTX안에서 보니 후배가 가는 길에 호도과자 사먹으라고 넣은 돈봉투가 있습니다. 부산사나이의 정깊은 배려에 감동합니다. 갱상도 남자라서 그런거겠지요? ^^

 

겨울에는 한국방문을 한번도 안했던 지라 이번 겨울의 한국은 느낌이 참 다릅니다.

매번 좋은 곳, 멋진 곳을 찾아다니고 추억을 많이 만들어가곤 하는데 계절좋은 봄이나 애방학때인 여름이다보니 자연을 즐기며 돌아다닌 추억이고 이번처럼 실내에서 창밖을 통해 도시를 바라보게 되지 않았던 것이 차이일까요? 

 

 

워커힐의 W호텔의 우바에서 보이는 한강모습과 아차산 전망은 참 괜찮다는 감탄이 나왔고 1-2시간가량 소복히 내린 눈으로 하얗게 바뀐 모습은 정말 아기자기한 한국의 겨울모습이었습니다. 자정무렵 기사가 운전하는 최고급 옵션의 에쿠스 뒷좌석에서 눈덮힌 미끄러운 도로를 드라이브하는 기분도 좋은 추억거리가 되어 주었습니다. 기사딸린 차를 뒷자리에 앉아 탈 일이 평생 없을 것 같은지라 더욱 그 순간을 느긋하게 즐겼답니다.

 

 

  

영등포 타임스퀘어의 조각품, 실내구조, 고급자재로 꾸미고 마음껏 사용한 공간과 하늘공원, 고급카페와 인증된 맛의 음식점등이 좋았고, 새로 생긴 신도림의 디큐브시티의 마치 멕시코나 미국의 쇼핑몰같은 친숙한 배선과 브랜드, 독특한 분위기와 다양한 종류로 꾸민 식당가, 특히 쉐라톤호텔 41층의 로비 바에서 보이는 도림천, 안양천, 목동일대의 아스라한 불빛이 만들어내는 야경은 환상적이다 못해 몽환적이기까지 합니다. 이렇게 아름다운 서울의 야경을 놔두고 멕시코에 사는 것이 안타깝게까지 느껴질 정도였어요. 쉐라톤 호텔에 머물면서 밤에 바라본 야경과 41층 식당에서 아침부페먹으며 아침안개에 덮힌 서울의 모습은 영화속에나 나올 장면처럼 비현실적으로 낭만적이고 프리스티지 했습니다.

 

잊지못할 야경의 추억은 더 있습니다. 파주의 프로방스 마을에서 빛의 축제를 합니다. 2백만개가 넘는 LED조명을 4가지 테마로 꾸며놓았는데 프로방스 마을의 독특하고 아기자기한 유럽풍에 화려하고 낭만적인 색색의 조명까지 더해 놓았지요. 

 

목동 스카이뷰 41에서 깔끔한 맛의 이탈리안 요리를 피아노 3중주를 들으면서, 창밖에 보이는 안양천을 따라 꼬리를 무는 차량의 불빛으로 마치 춤추는 듯한 서부간선도로, 영등포, 여의도, 상암 월드컵 경기장, 양화교, 성산교 등의 한강의 야경을 보면서, 멜롯 레드와인의 편한 맛을 즐기며 좋은 사람과 가슴에 남을 대화를 나눈 것도 오래오래 추억이 되어 줄 것입니다. 

 

 

 

 

 

 

 

 

이렇게 이번 한국방문에서는 가슴 가득 추억거리를 길어 담아 왔답니다. 한동안 한국이 그리울 것 같습니다. 멕시코에서 가끔 힘들 때 이 추억거리들이 힘을 줄 것이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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