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는 이야기

2012년 가을맞이 정원놀이

몬테 왕언니 2012. 10. 17. 03:36

가을은 성큼 다가오고 있는데 한동안 정원놀이에 소홀했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올해는 여느때와 달리 여름이 많이 덥지 않았지만 잦은 여행과 병원나들이로 몸과 마음이 공중떠서 텃밭농사도 안 짓고 한해가 흘러가는것 같아 정원가꾸기를 하기로 했답니다.

 

일요일 아침, 트럭을 몰고 원예원에 가서 풀과 꽃나무를 사고 흙도 10푸대나 사서 싣고 왔습니다.

벽을 따라 구멍을 파고 동전모양의 이파리를 가진 모네다 Moneda를 간격 맞춰 심었습니다.

 

 

모네다는 동그랗고 작은 이파리가 벽을 타고 올라가면서 자라는데 그 속도가 참 느려서 우리동네처럼 일년내내 뜨거운 햇살과 높은 기온에서 너무 웃자라지 않아 좋습니다. 잔디를 걷어내고 단단한 흙에 구멍을 내는 일은 생각보다 많이 힘든 육체노동이었답니다.

 

 

다 심고 물도 주고 나서 사진도 찍었지요. 2년쯤 지나면 저 벽을 다 덮겠지요.

한여름엔 너무 뜨거워 타죽기 때문에 지금 심어서 뿌리가 내리도록 하고 겨울동안 자리잡아야 잘 자랍니다. 이로써 3단계의 모네다심기가 마무리되었습니다. 

 

 

몇년전에 1단계로 심은 모네다가 그동안 잘 자라서 벽을 다 덮은 모습입니다.

작은 이파리지만 무성해지면 늘어져서 가지치기를 해줘야 하는데... 작은 사다리를 놓고 내 팔이 닿는 높이까지 가위질을 해줘서 아래부분은 차분하지요?

그위로는 어쩔 수가 없어요. ㅠ.ㅠ

대형사다리를 놓고 올라가서 잘라줘야 하는데 무서워서... ㅎㅎ

정원사가 오면 자르라고 시켜야겠다 생각합니다. 벽높이가 7m가 넘다보니...

 

 

이쪽 벽의 모네다가 제 2단계 프로젝트였답니다. 심은지 3년쯤 된 거 같은데도 아직도 빈공간이 보입니다. 모네다를 키운다는 것은 세월을 낚는 것과도 같지요. ^^

 

 

앞마당입니다. 재작년에 채송화화분을 여러개 사다가 심어 참 이쁘게 꽃이 피고지는 것을 즐겼고, 꽃에서 까맣고 정말 작은 씨앗이 흩어지는 걸 보고도 채집하지 않고 내버려 뒀었지요. 작년엔 그 자리에 금잔화가 가득 자라서 내내 주황색의 꽃을 가득 피워줘서 즐거웠고 올해 6-7월까지도 꽃이 피고지고 했던 것 같아요. 

지저분하게 늙어가는 모습이길래 다 걷어치웠고 한동안 바빠 돌아다니느라 다른 꽃을 심지 못하고 내버려두는 동안 어느새 채송화가 가득 나오도니 꽃이 색색으로 피었습니다. 너무 이쁜 모습에 감탄하면서 사진을 찍었지요. 채송화의 멕시코이름은 아모르 Amor 입니다. Amor는 사랑이란 뜻이고요. 정말 사랑스럽습니다.

 

 

뒷정원의 새 프로젝트입니다. 잔디를 반원모양으로 걷어내고...

아... 정말 그 작업은 중노동이었어요. 세식구가 매달려 잔디를 뿌리까지 뽑아내고 흙과 분리해서 치우는데 세푸대나 무겁게 담아 밖으로 보내야했고 땀은 옷을 적시고도 남아 뚝뚝 흐를정도였고 허리, 다리, 손가락마디까지 다 아팠어요.

간격맞춰 구덩이를 파고 풀과 꽃나무를 심고 덮고, 그위에 검은천을 오려 덮어 잡풀이 나오지 않도록 정리한 모습입니다.  

 

천과 화초의 가장자리에 돌을 두르고, 작은 장식돌을 뿌려 모양을 냈습니다. 작은 장식돌 한푸대로는 어림도 없네요. 홈디폿에 가서 두푸대쯤 더 사다 덮어야 제대로 검은천이 다 가려지고 이쁘게 마무리되겠네요.

수십군데 모기에 물렸고... 고관절까지 삐걱대는 소리가 들립니다. ㅎㅎ

정원의 나무에서 딴 라임 (limon)을 짜서 향기 가득한 리모나다를 시원하게 만들어 갈증을 달랬고 땀도 식혔습니다.

아... 그 순간의 상큼하고 뿌듯한 기분이란~~ ^^

하늘도 기뻤는지 비를 뿌려줍니다. 화초들도 기분이 좋아보입니다.

 

내년 여름엔 뒷정원이 표정있는 모습으로 다가올 것 같습니다.

후년엔 뒤의 하얀벽도 푸른 모네다로 가득 덮혀 더욱 아름다울 것이고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