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는 이야기

내 사랑하는 강쥐 브루스가 하늘나라로 갔습니다

몬테 왕언니 2013. 12. 4. 12:17

내 사랑하는 강쥐, 브루스가 죽은지 거의 한달이 되어 갑니다.

그동안 참으로 마음 아파했고 허전하고 그립고 온집안 구석구석에서 눈에 밟히더니 이제는 블로그에 글을 올려도 될만치 토닥여졌습니다.

 

내가 수술후 방에 누워있는 동안 우리 브루스는 종일 내방문앞을 이렇게 지켰답니다.

마루를 깔아놓은 안방에 들어오면 안된다는 것을 알기에 살짝 발만 걸쳐놓으면서...

 

 

애기때 계단에서 발을 접질린 후로는 무서움증이 생겨 높은 곳을 싫어하는지라 소파위에도 절대 안 올라옵니다. 이날은 우리 브루스 애인인 삐빠가 낼름 소파위로 올라오길래 같이 있으라고 올려놓고 사진찍어 줬어요.

 

 

브루스의 애인인 삐빠, 겁없이 낼름 소파위로 올라앚아 있습니다.

2.2kg인 브루스가 삐빠옆에서는 엄청 커보이는 것을 보면 삐빠는 아마도 1.2kg정도밖에 안되는 것 같아요.

 

 

두녀석이 신방차려주니 사이좋게 잠도 같이 자고 종일 둘이 붙어다니며 지냈지요.

 

 

둘이 털색도 거의 비슷하고 천생연분입니다.

삐빠는 지금 브루스의 새끼들을 임신하고 있으며 내년초에 출산을 할 예정입니다.

나는 브루스 아들을 데려다가 키우려고 목을 빼고 기다리고 있는 중입니다.

 

파보장염에 걸려 밤에 재우러 보낼 때도 건강하고 활발했던 브루스가 아침에 보니 기진맥진 과출혈상태였고 급히 큰병원에 데려가 입원시키고 링거맞추고 치료를 했지만 워낙 피를 많이 흘려 하늘나라로 갔습니다.

 

 

아침에 문앞에서 팔짝거리며 나를 찾던 녀석이 안보여 가슴이 덜컹 내려앉아 브루스~~ 브루스~~ 하면서 찾아보니 내차 옆에 기운없이 앉아있다 나를 보더니 마치 반기지를 못해서 미안하다는 듯한 표정으로 인사차리며 겨우 일어나더라구요.

뭔가 단단히 잘못된 것 같아 남편을 부르니 얼른 병원에 데려가라고 합니다.

동네 병원에 갔더니 뭔가 단단한 것을 먹어 장파열이 일어난 것 같다며 지혈제만 놔주고는 큰병원으로 데려가라고 합니다.

타월로 싸서 차바닥에 눕혀놓으니 축 쳐져있던 있더니 한순간 일어나서 나를 바라봅니다.

운전중이라 끌어안지를 못했지만 손을 내밀어 쓰다듬어주니 지긋이 바라보더니 다시 눕습니다.

그 순간의 눈빛이 마지막 작별을 고하는 것이라는 걸 그때는 몰랐습니다.

 

 

병원에 도착해 링거맞고 체온상승을 위해 핫패드깔아주고 몇시간동안 내내 쓰다듬어주며 힘내라고, 엄마가 브루스를 얼마나 사랑하는지 모른다고 계속 말해줬습니다.

의식이 거의 없는 듯, 그저 늘어져 있는 브루스지만 치료하면 살 줄 알았습니다.

끝내 의식도 못찾고 변변히 치료할 기회도 안주고 잠자듯이 죽었습니다.

남편은 작은 브루스가 너무 많이 출혈했기에 어쩔 수 없다고 하고, 급성으로 몇시간내에 발병하고 바로 고통없이 죽어서 오히려 다행이라고 합니다.

그날 나는 9시간도 넘게 계속 울어대다가 기진해서 안정제를 먹고 쓰러지듯이 잠들었어요.  그뒤로도 몇일을 얼마나 울어댔는지...

  

 

동물병원에 요청해 브루스를 화장시키고 작은 관을 맞춰서 유골을 담았습니다.

관에는 너를 너무나도 사랑해 Te Quiero Muchisimo 라고 새겨 달았습니다.

이 모든 절차를 하는데 열흘 정도의 시간이 흐렀습니다.

작은 관에 담긴 유골을 계속 간직할까 하는 생각도 들었지만 자연으로 돌려보내주는 것이 맞다고 결론내렸어요.

 

 

브루스가 뛰어놀던 뒷마당에 묻어주기로 하고 비석을 맞췄습니다.

이태리 교황청에서 사용하는 최고의 대리석이라고 비석쟁이가 그러더군요.

비석이 완성되는데 또 열흘쯤 걸렸습니다.

2010년 3월 6일에 태어나 4달되서 내게 와서는 딱 40개월을 함께 지냈습니다.

수많은 추억을 함께 하면서 그림자처럼 내곁을 따라 다녔지요.

이런저런 절차를 밟으며 서서히 슬픔에서 빠져나올 수 있었고 이제는 브루스에 대한 추억과 그리움만 이쁘게 가슴에 자리잡습니다.

 

 

뒷마당에 작은 브루스의 묘지가 생겼습니다.

아침마다 정원에 나가 브루스에게 인사를 합니다.

이제 브루스는 편히 쉰다고 느껴집니다.

그날의 마지막 인사를 하던 브루스의 눈빛은 그대로 가슴에 새겨져 있고 함께한 추억들은 문득문득 그리움으로 나타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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