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여행 | 멕시코의 마법사들 Magic Cities in Jalisco, Mexico①매직시티 Pueblo Magico
멕시코에서의 ‘마술같은 경험’을 제공하기 위해 2001년 멕시코 정부가 주도한 프로그램으로 현재 83개의 도시가 마법의 마을로 지정되어 있다.
멕시코의 역사, 전설, 상징, 축제와 전통을 간직한 작은 도시들은 해변휴양지에서는 만날 수 없었던 멕시코의 내밀한 속살을 보여 준다.
마법의 마을 자격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도심의 전깃줄을 모두 지중화해야 하고 공공장소에 무료 와이파이를 설치하는 등 도시정비와 편의시설 확충을 진행해야 한다.
취재를 위해 방문했던 할리스코 Jalisco주에는 총 5개의 매직시티(산 세바스티안 델 오에스테, 타팔파, 테킬라, 라고스 데 모레노, 마사미틀라)가 있는데, 그중 3곳을 방문했다.
300년 동안 금과 은이 쏟아지던 광산도시의 부귀영화는 사그러들었지만 꺼지지는 않았다.
스스로 반짝반짝 빛나는 방식을 선택한 마법의 마을은 보석처럼 귀하다.
해변의 휴양도시 푸에르토 바야르타를 출발해 시에라 마드레 산중으로 접어들었다는 신호다. 졸음에 겨워 누웠더니 돌덩이들의 비명이 귓가를 스쳐가는 듯 생생하다.
그렇게 도착한 해발 1,650m의 고원에는 소나무 숲에 둘러싸인 작은 마을이 있었다.
불과 한시간 반 전에 머물렀던 도시와 전혀 다른 풍경. 일단 공기부터가 달았다.
여전히 쨍쨍한 햇볕에도 불구하고 기분이 훨씬 상쾌해졌다.
산 세바스티안 델 오에스테는 1605년부터 금과 은을 캐어 온 노다지 땅이었다.
1785년쯤에는 25개 이상의 광산이 세워졌고 1900년대에는 주민이 2만명에 육박했을 정도였다. 유명한 휴양도시인 푸에르토 바야르타는 당시 이 마을로 오기 귀한 관문에 불과했다니 격세지감이 크다. 1910년 멕시코 혁명 이후 쇠퇴하기 시작해 이제는 인구 600여 명의 고즈넉한 마을이 됐지만 그렇다고 을씨년스러운 폐광촌의 분위기와는 거리가 멀다.
스페인 식민지 시절, 바로크 양식으로 세워진 교회 건물은 산중에 어울리지 않을 만큼 우아하고 석재와 석회질 점토로 세운 오래된 건물들이 여전히 보존되어 있다.
채굴한 금과 은, 동을 보관하던 건물은 현재 파벨욘 호텔 Pabellon Hotel 로 사용되고 있는데 건물 뒤로 돌아가면 경비병들이 숨어서 망을 보던 망루가 아직도 건재하다.
오래된 풍경 사이로 동네 주민을 태운 말들이 말발굽을 또각거리며 지나갈 때, 이곳이 마법의 마을로 지정된 이유를 알 것 같았다.
마을은 작지만 하루 정도의 나들이에 최적화되어 있다.
하나하나 다 들러 보고 싶은 레스토랑, 바, 카페들이 부족하지도 넘치지도 않는다.
멕시코 전통요리를 먹고 싶다면 레스토랑 ‘라 루피타 La Lupita’ 를, 좀더 익숙한 요리를 원한다면 이탈리아 출신의 부부가 운영하는 ‘몬테베야 Montebella’ 를 추천한다.
후식으로는 마을의 명물인 100% 천연 아이스크림을 강추한다.
그리고 커피는!
커피만을 위한 장소는 따로 있다.
마을 초입에 위치한 ‘카페 데 알투라 Cafe de Altura’ 는 5대째 대를 이어오고 있는 커피농장이다. 커피나무 사이로 걸어 들어가니 온통 벌레투성이.
지난 125년 동안 농약 한 번 치지 않은 유기농 농장임이 실감나는 순간이다.
한 해 생산하는 아라비카종과 로부스타종을 모두 합치면 30톤 정도인데, 인근에서 다 소진되기 때문에 마을 밖으로 빠져 나갈 틈이 없다.
그 자체로 유물이라고 할 만큼 낡은 로우스팅 기계는 여전히 바쁘게 원두를 볶으며 변함없는 완력을 과시하고 있었다. 가업을 잇고 있는 라파엘 산체스 Rafael Sanchez 씨는 어머니 마리아씨가 개발한 여러 가지 디저트도 함께 상품화해서 판매하고 있었다.
신선한 유기농 커피와 달콤한 디저트의 궁합 앞에 지갑이 환히 열렸지만 짐이 될까 봐 한 봉지밖에 구입하지 않은 것이 두고두고 후회된다.
Cafe de Altura
San Sebastian del Oeste, Jalisco
+52 322 297 2845
에스프레소 원두 1kg 180페소
+52 322 132 5417
www.tourculturalsansebastian.com
산 세바스티안 델 오에스테의 거리풍경.
금과 은이 쏟아지던 노다지땅의 영광은 사라졌지만 마법의 마을로 지정되면서 다시 활기를 찾았다
200년 이상 태어난 자리를 지켜 왔던 타팔파의 가옥들은 이 마을에 대한 힌트다.
굳게 닫혀 있지만 두들기면 쉽게 열린다. 그 안에 진짜 멕시코와 따뜻한 사람들이 있다.
타팔파는 눈을 뗄 수 없을 만큼 아름다운 도시였다.
나무 기둥 위에 타일로 지붕을 얹고 벽을 하얀색과 붉은 색으로 나눠서 칠한 집들은 17~18세기부터 이어온 역사가 이상하지 않을 정도로 단단해 보였다.
1650년대에 프란치스코 수도회에서 세운 산 안토니오 교회건물이 노쇠하자 1976년 바로 맞은편에 새로 지은 과달루페성모성당은 마을의 거대한 랜드마크였다.
하루 종일 걸어 다녀도 질리지 않을 것 같은 곳이다.
도시는 오래된 풍경뿐 아니라 보수적인 가치관까지 이어오고 있다.
타팔파의 시장님보다 마을 신부님의 권위가 더 높아서 아직도 “우리 신부님이 말씀하시길…”이라는 말이 통하는 곳.
인구가 6,000여 명 정도라서 이웃이 모두 가족처럼 지내는 공동체적 마을이다.
사제에 대한 이 마을의 존경심은 오랜 역사를 거슬러 올라간다.
1530년경 이곳에 도착한 스페인의 프란치스코 수도회는 아타코 Attaco 라는 곳에 자리를 잡았다. 타팔파에서 2km밖에 떨어지지 않은 곳이다.
수도사들은 교회보다 원주민들을 위한 병원 Hospital de Indios 을 먼저 짓고 환자와 고아, 과부들을 돕기 시작했다.
또 선교사들은 병원을 지역 주민들이 살 수 있도록 내어주고 타팔파에 땅을 얻어 살기 시작했다. 이때부터 아타코와 타팔파의 규모는 역전되기 시작했다.
현재 아타코의 인구는 1,000여 명으로 타팔파의 6분의 1도 되지 않는다.
옛 병원은 현재 ‘파르마시아 비비엔테 Farmacia Viviente’ 로 사용되고 있는데 허브를 재료로 멕시코 전통방식으로 생약을 제조하는 여인들의 협동조합 사무실이자 매장이다.
대를 이어 전해 온 선조들의 지혜를 전수받은 17명의 여인들은 허브에 대해 모르는 것이 없다. 심지어 사랑에 빠지게 만드는 묘약도 만들 수 있는데 너무 많이 쓰면 신경을 마비시키는 부작용도 있어서 잘 만들지 않는다 (원래 사랑은 이성을 마비시키지 않는가).
몇가지 크림을 사고 돌아서는데 소화불량에 특효라며 녹즙처럼 생긴 물약을 함께 넣어 준다. 줄곧 과식을 해온 것을 어찌 알았을까.
연륜의 통찰이 내 안색을 훑고 지나갔나 보다.
방문할 만한 또 다른 조합은 수공예품을 만드는 타팔파 우먼스 협동조합이다.
가방, 장식물, 털모자, 캔디 등 다양한 제품을 만들고 있어서 직접 보고 구입할 수 있는데 가격도 저렴하다. 단 일요일에만 문을 여니 일정을 확인할 것.
타팔파에 머무는 동안 마침 이 도시에서 가장 중요한 행사 중 하나인 성모알현 퍼레이드가 열렸다.
메르세드성모성당Templo de Nuestra Sra de La Merced의 성모상을 앞세운 퍼레이드 행렬이 마을을 도는 동안 사람들은 음식을 먹고 이야기를 나누며 밤이 늦도록 축제를 즐겼다.
토착신앙에 스며든 멕시코의 가톨릭이 성모에 대한 유난스러운 애정을 보이는 이유가 어쩌면 지난 며칠 동안 타팔타에서 만났던 여인들, 전통을 수호하고 가족을 보호하고 부양까지 하는 멕시코들의 어머니들 때문이 아닌지, 마법 같은 깨달음이 왔다.
타팔파 관광정보
www.tapalpaturistico.com
테킬라를 마신다는 것.
그것은 시간을 마시는 일이라고 했다.
테킬라 마을에 가서야 그 이유를 알았다.
왜 테킬라라는 술에 시간이, 그리고 멕시코의 자부심이 담겨 있는가를.
블루 아가베는 테킬라의 고유종이다
와인은 포도로 만든다.
맥주는 보리와 홉으로, 소주는 쌀로 만든다.
그렇다면 테킬라는?
아가베 agave·용설란로 만든다.
생김새가 알로에와 비슷하지만 더 크고 단단하며 잎 끝이 가시처럼 뾰족하다.
테킬라는 아가베의 줄기를 원료로 만드는 술이다.
열매나 곡물을 이용하는 다른 술의 차이가 여기에 있다.
원료를 얻기 위해 적어도 8년, 길게는 12년을 기다려야 한다는 것.
이때부터였던 것 같다.
테킬라에 대한 나의 태도는 완전히 달라졌다.
갑자기 독한 술을 벌컥벌컥 마시는 능력이 생긴 것은 아니지만 어쩐지 테킬라 술병 앞에 서면 마음이 경건해지는 것이었다.
10년 가까운 기다림도 기다림이지만, 수확하는 과정도 만만치 않다.
테킬라를 수확하는 과정을 히마 Jima 라고 하는데 아가베는 자라는 동안 몇 번씩 잎을 잘라 주어야 한다.
스트레스를 받은 아가베가 더 튼튼하게 자라기 때문이다.
자동차가 없던 시절의 운송수단은 나귀였는데, 이것만큼은 현대화되어 자동차를 이용한다.
아가베를 재배하고 수확하고 운송하는 모든 노하우는 아버지에서 아들에게로 전수된 중요한 기술들이다. 이들을 히마도르 Jimador 라고 부른다.
이렇게 수확된 아가베가 테킬라가 되는 과정을 보기 위해 테킬라 마을로 들어갔다.
테킬라는 술의 이름이기 전에 마을의 이름이다.
해발 고도 1,000m에 자리한 테킬라 마을은 화산토질이어서 특별히 블루 아가베 재배에 더 유리한 환경을 갖추고 있었다.
테킬라 품질 보증을 위해 멕시코 정부가 아가베 생산지역을 제한하면서 테킬라 마을은 멕시코의 테킬라 역사에서 가장 중요한 장소가 됐다.
유네스코도 2006년에 테킬라 마을의 농장과 주조 시설을 세계문화유산으로 지정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마을은 여전히 작고 한적해 보이는데, 모든 영광을 흡수한 것은 요새처럼 자리잡고 있는 ‘문도 쿠에르보 Mundo Cuervo’, 즉 쿠에르보 월드다.
세계적으로 가장 잘 알려진 대중적인 테킬라 브랜드가 탄생한 바로 그곳이다.
남미에서 가장 규모가 크다는 양조장 라 로헨 La Rojen 과 테이스팅장, 상점, 호세 쿠에르보 가문의 저택 등으로 이뤄져 있다.
20년 이상 일해 왔다는 안나씨는 “데칼라는 멕시코의 역사이고 문화이자 인내심의 산물입니다”라고 강조했다.
자신들의 역사가 바로 테킬라의 역사라는 것. 250년의 역사를 이어 오고 있는 호세 쿠에르보는 100% 블루 아가베 Agave Azul만을 사용한다는 자부심을 부르짖지만 대량생산을 위해 수액을 믹스한 대중적인 상품도 판매하고 있다.
양조장 지하 저장고에는 1890년대의 테킬라도 보관 중이다.
오크통에서 막 따라 낸 테킬라는 휘발이 되지 않아서 도수가 무려 51도나 됐다.
귀한 것은 알겠는데, 홀짝 넘겨지지가 않았다.
내게 시간의 앙금은 여전히 쓰기만 한가 보다.
호세 쿠에르보 익스프레스 Jose Cuervo Express
2012년부터 운행을 시작한 호세 쿠에르보 익스프레스는 테킬라 마을로 가는 유일한 기차이자 멕시코에서 가장 아름다운 여객열차다.
선택하는 객차에 따라 서비스가 다른데 다이닝 객차를 선택하면 영광스러운 과거로의 여행은 무제한 테킬라 시음과 함께 시작해 샌드위치, 꼬치요리, 토스타다, 화지타 등의 간단한 음식이 제공된다.
매주 토요일 오전 11시에 과달라하라의 페로멕스 Ferromex 역에서 출발해 테킬라 간이역까지 60km를 달리는 동안 아가베 농장과 열차를 한 프레임에 담을 수 있는 기회가 여러 차례 생긴다.
출발 시간 매주 토요일 11:00, 금요일과 일요일 운행은 별도로 문의할 것
Mundo Cuervo
Jose Cuervo 73 46400 Tequila, Jalisco, Mexico
양조장 투어(1시간 소요)
180페소, VIP 투어(테이스팅 포함, 2시간 소요) 430페소, 농장방문 및 VIP 투어 650페소
+52 374 742 0050
www.mundocuerv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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