멕시코 음식

오늘의 요리 (2015. 8. 30. 일) - 만다린 덕 요리

몬테 왕언니 2015. 8. 31. 05:18

우리 별장지기는 자식도 넷이나 둔 가정의 가장으로 별장지기외에 아들 둘을 데리고 정원도 가꾸는 정원사일도 하는 아주 부지런한 사람입니다.

부모님도 지척에 살며 서로 챙기는 가정적인 사람인데 부모님이 병이 났어요.

우리 남편이 도와줘 병원비는 냈지만 꾸준히 고가의 약을 복용해야 하는지라 아버지 차도, 본인의 차도 팔아 약값에 보태고는 버스를 타고 다니길래 내가 새자전거를 한대 줬지요.

별장에서 부업으로 오리도 키우고 닭도 키워 돈을 마련하겠다해서 허락하고 다 키운 동물도 팔아주고 있답니다. 

덕분에 몇집에선 유기농 중병아리로 삼계탕이 서방님 보양식으로 올라갔지요. ㅎㅎ

 

 

새끼오리를 사다 몇달 키우더니 어느새 통실하고 큰 오리가 되었는데, 막상 정들어 잡을 수가 없어 그냥 계속 키워야겠다고 했는데....

두마리가 다 수컷인지라 알을 낳고 오리를 부화시키겠다며 작은 암컷을 데려왔더니 얘들 둘이 작당을 해서 암컷을 쪼아 결국 죽게 만들었대요.

어느날 와서는 그 이야기를 다 하면서 이제 얘들이 무섭고 싫어졌다며 잡아야겠다고 합니다. 

한마리는 친구네 서방님 오리탕으로 봉양되고 한마리는 내가 요리를 하기로 합니다.

 

내가 키운 오리도 아니고, 사실 난 한번 사진찍으며 본 게 다인지라 오리에 대한 아무런 감정이입없이 갓잡은 싱싱한 유기농오리라는 생각으로 오리를 다듬었어요.

어린 시절 내가 학교앞에서 10원인지 5원인지 주고 사온 노란병아리를 처음엔 방에서 종이상자에 담아 키우다가 나중엔 시멘트깔린 마당에서 발에 끈묶어 키워 제법 큰 닭이 되었는데...

어느날 학교다녀오니 닭은 없고 할머니시가 닭백숙을 내오셨을 때, 결국 못먹고 울며불며 할머니 미워!! 했던 그런 스토리가 아니고 그냥 돈주고 사온 요리용 오리였어요.

 

나도 친구처럼 전라도식 오리탕을 해볼까...

양념해서 오리불고기를 해볼까...

생전 오리요리하는 걸 본 적도, 직접 해본 적도 없는지라 인터넷에서 레서피를 뒤지는데..

특별한 것이니 곧 생일인 아들먹여야겠다 싶어 물어보니 만다린 덕을 해달래네요. ㅠㅠ

그건 통오리여야 하는데 이미 토막쳐놓았으니 어쩐다...

그래도 해달라니 해보자!!

레서피를 찾아보니 세상에... 엄청 복잡하네요.

 

1. 껍질달린 통오리에 간장 4스푼을 골고루 발라준 다음, 땅콩기름 1컵에 튀겨내라고 하는데, 땅콩기름이 없어 피넛버터와 간장을 섞어 오리에 바른 뒤 식용유에 초콜렛색이 나도록 바짝 튀겨냈어요.

 

2. 냄비에 물을 끓여 생강 두쪽, 흰후추, 소금, Fennel, 팔각, Clave, 파, 마른 귤껍질을 넣어 우러나면 튀겨낸 통오리를 푹 담기도록 넣고 불을 줄여 1시간동안 삶아줍니다. 

아래 사진의 모습이 삶아 건진 오리입니다.

차갑게 식히면서 다리와 날개뼈만 빼고 나머지는 뼈를 발려 살만 남깁니다.

 

 

3. 식은 오리고기에 소금, 흰후추, 전분가루를 뿌리고 찬물에 풀은 전분반죽에 담갔다가 꺼내 밀가루를 뿌려준 다음 끓는 물이 담긴 찜기에 넣어 중불로 20분간 중탕을 해줍니다.

 

4. 미리 375도 F로 예열해둔 오븐에 넣어 20분간 껍질이 바삭대고 노릇노릇하도록 굽는데, 이때 나오는 고기기름을 받아내서 그걸로 소스만드는데 사용하라고 해요.

그런데 내 오리는 유기농오리인데다가 내가 이미 껍질을 벗겨버린 상태라 기름나올 게 하나도 없더라구요. 

어쩔 수 없이 올리브유를 사용하기로 합니다.

 

5. 소스는 큰 웍팬에 올리브유를 넣고 잘게 썰은 양파 1개, 마늘 3/4통, 셀러리 2줄기를 넣어 갈색이 나도록 센불에 볶아준 뒤 밀가루 3-4티스푼을 넣어 더 볶은 뒤 2컵의 닭국물과 간장 두스푼을 넣어 끓이고 점성이 모자라면 전분 1스푼을 찬물에 풀어 넣습니다.

마늘까기가 귀찮아서 마트에서 파는 갈은마늘을 사용했더니 생마늘 굽는 특유의 향이나 색이 안나서 별로더라구요. 꼭 생마늘을 까서 저며 사용하기를 권합니다.

 

마지막이 서빙인데, 오리고리를 담고 그위에 소스를 부어내면 끝이에요.

볶음밥이나 흰밥 또는 망고소스에 익힌 야채를 곁들여 내면 더욱 좋겠지요.

이정도로 오래 복잡하게 요리를 했으니 맛이 없을 수는 없지만 오리껍질이 없는 만다린 덕은 아무래도 2% 맛이 부족합니다.

다음번에 좀 살이 더찌고 기름기가 충분히 많은 오리를 사서 다시 도전해볼까 하다가...

그냥 레스토랑에서 사먹는 걸로 결론내립니다.   

 

 

 

아들의 생일을 진심으로 축하하며, 엄마의 깊은 정성이 담긴 만다린덕이 아들을 행복하게 해줬기를 바라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