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는 이야기

남편병수발

몬테 왕언니 2015. 9. 7. 13:04

전립선 수술후 병원에서 수술도 잘되었고 경과도 좋다 해서 퇴원후 바로 극장도 가고 산책도 하며... 이렇게 슬슬 지내면 낫는건가보다 했어요.

그런데 수술이 간단하다는 의미가 수술방법이 예전 대비 간단해져 마취시간도 짧고 수술중 출혈도 거의 없이 편리해졌다는 것일 뿐 환자의 회복시간이 짧아진다거나 금방 정상적인 생활이 되는게 아님을 깨닫는데 딱 5일 걸리더군요.


몸을 굽혀 살짝 힘을 쓰니 바로 출혈...

의사 말은 그게 정상이라며 지혈제 양을 늘이고 침대생활 하랩니다. 

웹서핑과 경험자들의 이야기를 들어보니 수술부위가 혈관이 많은 곳이라 자연적으로 딱지가 생겨 지혈되려면 시간이 걸리고 조금만 힘써도 딱지가 떨어져 출혈하는 거랩니다.

계단도 금지, 9일동안 침대에 누워 지혈되도록 노력하는 동안....

난 남편의 머리속에 떠오르는 음식을 요리하고 하루 세끼니 상을 차려 윗층으로 올리고 내리고 시원한 물을 여러번 가져다주고 간식도 챙겨 올려다 주며 보냈어요.


열흘이 넘어가니 내가 스트레스받기 시작...

결국 와인냉장고를 방으로 옮기고 와인대신 생수병을 채워 직접 꺼내먹게 하고, 간식류도 방에 놓고 복잡한 요리대신 샌드위치류로 메뉴가 바뀌는 중입니다. 

24시간을 같이 지내며 온갖 심부름을 하려니 짜증나기 시작해 간간히 외출도 시작했고, 이렇게 계속 요양을 해야 한다면 바닷가가서 호텔 룸서비스 받으며 편하자고 꼬셔 여행예약도 했습니다. 


수술후 3주인데 아직도 완전히 지혈이 안되고 조금만 몸을 구부리거나 복근을 쓰면 또 피가 보이고 참으로 속상합니다.

6주정도 요양하면 지혈 될거라지만 4달까지는 무거운거 들지 말고 힘쓰지 말래네요.

마당쇠가 사라지고 이제 상전모시고 살아야 하는 상황... ㅠㅠ

피할 수 없음 즐기라 했으니 긍정적으로 살 방법을 찾는 중입니다.

내가 수술했을 때는 3주만에 털고 일어나 일상생활이 가능했고 후환없이 지금껏 잘 돌아다니고 활동적으로 살 수 있다는 것에 다시 한번 감사하며 남편도 어서 낫기를 바랍니다. 


나이먹어 배우자 병수발 들게 되면 웬수가 된다는데...

내 거동도 힘든데 상대방의 온갖 수발과 짜증받아주려면 그럴만도 싶네요.

내 부모님은 80대로 번갈아 가며 편찮으신데 엄마아프면 아버지는 불편만 할뿐 수발까지는 안하시는데 아버지 편찮으시면 엄청난 수발과 투정으로 엄마를 들볶는 걸 보며 역시 아내의 고단함이 더 크다는 걸 다시 확인합니다. 

그저 안 아픈 게 나를 도와주는 거라는....

남들처럼 좋은차 안사주고 보석이나 드레스 안사준다고 투정할 게 아니라 그저 안 아프고 건강하기만을 빌기로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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