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는 이야기

7월 6일 수요일

몬테 왕언니 2016. 7. 6. 07:30

오랜만에 사는 이야기를 적는다.

사용하는 매체가 많아지니 삶이 좀 복잡해진다.

예전엔 하나만도 감지덕지했는데 현재는 소통의 방법이 지나치게 많다.


여행을 다녀왔다.

아빠들은 바쁘고 애들은 방학인데 여행가고 싶지만 혼자서는 엄두가 안나는 엄마들을 모아 같이 다녀주기 위한 프로그램을 짰다.

한국가는 엄마들도 많고 내 의도가 잘 전달도 안되고 각자 상황도 다양해 우여곡절끝에 잘 다녀왔다.

5박 6일의 코스를 꽉차게 잘 놀고 구석구석 잘 구경하고 잘 먹으며 즐겼다.

일부러 한인타운 근처로 호텔을 잡고 거의 매일 맛난 한식으로 호강했다.

체력좋은 나랑 다닌 엄마와 아이들은 다녀와서 몸살로 며칠 퍼졌다.

많이 보여주고 욕심에 너무 열심히 끌고다녔나보다.

난 너무 쌩쌩하다.

좋은 체력을 물려주신 부모님께 감사드린다. 


여행중 남편이 마당의 망고를 담아 사진찍어 보낸다.

아무래도 너의 망고나무가 미쳤나보다 라는 멘트와 함께.

매일 농익은 망고가 땅으로 떨어진다.


 

남편친구가 돼지구이를 해서는 나먹으라고 보냈다.

우리집 나무에서 딴 파파야와 망고 한접시, 복숭아 시럽으로 만든 쥬스, 돼지구이, 밥볶음으로 식탁이 풍성하다.

챙겨주는 사람들의 마음이 고맙고 자연이 주는 여름과일이 달콤하다.

 


거의 매일 한소쿠리의 망고가 땅에 떨어진다.

아침마다 줏어다가 씼어 깐다.

망고 하나 까면 두조각씩 접시에 담고 나머지는 내가 다 먹는다.

망고만으로도 아침대신이 될만치 풍성하다.

매일 밤마다 망고를 먹으러오는 주머니쥐가 있다.

야행성으로 미니 치와와만한 야생쥐인데 식용이다.

사납고 싸움도 잘해서 럭키도 짖기만 하지 맞붙지는 않는다.

나날이 망고도둑이 먹는 양이 늘어간다.

혹시 두놈이 먹으러 오지 않나 싶은데 자연의 선물인데 동물, 개미, 곤충들과 나눠먹는게 맞지 싶어 마음을 너그럽게 먹는다.

 

 

농장에 가서 닭이 낳은 유정란을 모아온다.

파파야나무에서 파파야도 딴다.

이제 파파야는 계절이 아니라 열매가 부실하다.

복숭아도 철이 끝났다.

아름드리 아보카도는 여전히 한달은 기다려야 먹을 수 있다.

수박, 멜론의 계절이다.

수박 차장사 아저씨를 찾아봐야겠다.

 

유정란 한냄비를 삶는다.

껍질을 까서 두개는 강쥐에게 하나씩 주고 15개는 멸치넣고 볶다가 조린다.

회사가 어려워 점심제공을 못하는지라 도시락을 싸준지 몇달 된다.

계란조림과 파파야와 망고를 넣어준다. 게토레이 한병과 초코하임도 넣는다.

집에서 나온 식재료로 뭔가 만들어 자급자족한다는 그 자체가 신기하고 신난다.

아침햇살에 눈부셔 일어나 자연이 주는 식재료를 채취해 싱싱한 아침식사를 하고 커피를 마시노라면 하루가 만족스럽고 감사하다. 


 

안다.

별거 아닌 음식 차려놓고 사진찍는다는 것을.

그러나 내겐 즐거움이다.

이제 얼마남지 않은 복숭아시럽도 아쉽고 몇개 안 남은 파파야도 아쉽다.

망고 파파야 즐길 수 있는 순간까지 즐긴다.

김치찌개끓여 우동국수에 얹어 먹는다.

별거 아닌거 먹으며 둘이 좋아한다.

맛있지?

응, 정말 고마와.

 

 

매일 작은 것들에 감사한다.

문득 이런 생각이 든다.

돈도 팍팍 벌 땐 작은게 안보인다.

뭐든 지천이면 말그대로 흔해서 천한 대우를 받는다.

우리가 작은 것에도 감사하게 될 때는 이미 많은 것을 잃었거나 뭐든 귀한 상황일지도 모른다고.

건강을, 젊음을, 경제력을, 욕심이나 야망을 잃었을 때 비로소 뭔가가 보이나보다.

나이먹는다는 것이 편안하고 소박한 평온을 갖게 해줘서 감사하다.

잃은 만큼 얻는 것도 많다.

경험에서 우러난 배려와 감사하는 마음과 포용력은 나이와 함께 생기는 것들이다.

7월도 어느새 6일이 지났고 햇살은 많이 뜨겁다.


여행에서 돌아오는 공항에서 느껴지던 훅한 열기.

역시 멕시코시티쪽의 기후가 얼마나 편안한지 느껴지던 순간이다.

친구네랑 동시에 다시 시티로 여행가고 싶어!! 소리쳤다.

남편과 시티로 여름휴가를 가기로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