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디서부터 글을 시작해야 하나 고민한다.
멕시코는 워낙 넓고 갈 곳도 많다.
또한 일반 한국사람들에겐 여전히 멀고 모르는 나라다.
여행후기는 잠시 방문한 사람들이 더 멋지게 잘 쓴다.
글재주와 사진이 화려하게 배합된다.
짧은 시간에 하이라이트만 뽑아 보여준다.
난 멕시코에 사는 사람으로 삶이 섞인 여행을 한다.
글도 그저 일상의 흐름이다.
그래서 그냥 편안하게 멕시코를 보여줄 수 있다고 생각한다.
올 여름휴가 다녀온 이야기부터 시작하자.
- 여름휴가 첫날과 둘쨋날 : 몬테레이에서 시티거쳐 꾸에르나바까 까지의 여정
시댁식구들과 함께 휴가를 떠난다.
올해는 국내외적으로 다들 힘들단다.
우리도 예외는 아닌지라 지난 성주간 휴가 때도 가족이 모이지를 못했다.
참고로 우리 시댁은 시엄마아래 10남매의 대가족이다.
멕시코 북부도시인 몬테레이와 꾸에르나바까에 모여 산다.
연일 40도의 뜨거운 몬테레이를 떠나 시원한 꾸에르나바까로 간다.
쾌적한 기후만으로도 휴가다.
휴가니까 딩굴다 근처 구경가고 먹고 수다떨 계획이다.
가족용 15인승 봉고차로 드라이빙중이다.
오늘은 일단 1000km 거리의 멕시코시티에서 머문단다.
이곳은 내가 좋아하는 휴게소이다.
산루이스주의 마떼왈라에 있으며 같은 집이 도로변 양쪽으로 있고 외곽도로에도 있다.
항상 커피를 사는 곳이다.
이 휴게소도 종종 들르는 곳이다.
가끔 식사를 하고 가는 곳이다.
오늘은 각자 먹거리를 싸온지라 주유만 하고 지나간다.
시댁식구들은 다같이 노는 걸 좋아한다.
단합이 잘 되고 항상 같이 몰려다닌다.
자식들이 커가며 짝이 생기고 손주도 나오니 식구가 늘어난다.
15인승 봉고차 두대로 여행 다녔는데 이젠 모자란다.
48인승 버스를 마련했단다.
난 보지도 못 했지만 시댁에 잘 세워져 있단다.
어느날 온가족이 그 버스를 타고 어딘가로 놀러가겠지? ㅎ
우르르 한버스에서 온가족이 다니는 모습은 흐뭇하니 입꼬리가 올라간다.
대가족이 함께하는 모습은 가슴이 든든하다.
장거리여행이라 차안에서 군것질만 하며 께레따로까지 온다.
유명한 양고기집 산띠아고가 여기 있다.
이건 꼭 먹어야 해!!
바르바꼬아는 양이나 염소로 만든다.
전통방식은 땅의 구덩이에 넣고 불을 지펴 익힌다.
마게이 선인장 (전문용어로 뼁께라고 부른다)에 싸서 익힌 양고기를 두툼한 또르띠야에 싸서 게눈 감추듯 한다.
옥수수 반죽 (마사)을 손으로 빚어 철판에 구운 또르띠야는 진심 맛있다.
기계로 뽑은 또르띠야와는 비교가 안되게 맛있다.
다만 개당 1페소씩 받는다.
다른 집은 또르띠야를 따로 돈 받지 않는다.
한식당에서 김치주며 돈 받는 것 같다.
그래도 워낙 양고기가 맛있어 용서가 된다.
카페 데 오야, 한국의 쌍화탕 달이듯이 끓여내는 전통 커피이다.
항아리에 진하고 달콤하게 끓여주는데 내 입맛에는 좀 달지만 그래도 가끔씩 즐긴다.
계피와 필론시요라는 재료가 들어가서 독특한 향도 있다.
양고기탕은 콘소메라고 불리며 양을 익히면서 나오는 육즙에 밥, 병아리콩, 마늘과 고추를 넣어 만든다.
양파와 라임즙, 오레가노 허브, 고추소스 등을 입맛에 맞게 넣으면 된다.
몸에도 좋고 해장에 최고다.
탄산수를 안 마시는 난 따로 삐따야 쥬스를 테이크아웃한다.
삐따야는 선인장 열매로 선명한 꽃핑크색이다.
여름 한철에만 잠깐 나오고 몸이 연해서 금새 물러 취급이 쉽지 않다.
우리동네는 안 나오니까 보이면 바로 사먹어 줘야 한다.
시동생은 스위치가 있으면 끄고 싶은 라디오같다.
숨도 안 쉬는듯 내내 말을 한다.
우린 개무시하고 게임하거나 졸고 있다.
아주 가끔 한두마디 겨우 참여하면 또 줄줄 말을 쏟아놓는다.
내가 아는 남자중 제일 말을 많이 한다.
신기하다.
웃고 떠드는 속에 어느새 멕시코시티에 도착한다.
집 출발해서 딱 14시간만이다.
짐풀고 다같이 앉아 맥주마시며 영화본다.
선선해 자켓입고 뜨거운 티를 마신다.
진정한 피서다.
다만....
비워둔 아파트라 먼지가 많아 걸레질치고 시트도 세탁, 건조해 깔고서야 잠자리에 든다.
이정도의 수고는 쉴 곳이 있음에 감사하는 마음으로 덮힌다.
아침이다.
멕시코시티는 지금 우기다.
매일 오후 일정하게 비가 내린다.
오염심한 멕시코시티가 공기맑고 녹음 진하고 쾌적한 계절이다.
시댁 아파트 근처엔 공원이 두세개 있어 아침운동하기 좋다.
어제밤 늦게 잤더니 8시반이 넘어 눈떴다.
난 지저분한 건 못 참는다.
늦게까지 세탁기, 건조기의 버튼까지 다 닦고 화장실 청소도 했다.
덕분에 아침햇살 속의 집이 상큼하다.
9시에 나선 산책이지만 기후가 좋아 쾌적하다.
우리 동네에선 뜨거운 햇볕에 산책은 엄두도 못내는 시간이다.
개공원인지 개를 데리고 산책나온 사람들이 많다.
개워커도 있고 개스쿨도 있다.
난 럭키 하나만 데리고 나가도 끌려다니는데 워커는 저많은 개를 데리고 산책 잘한다.
개스쿨의 개들도 신통하게 말을 잘 듣는다.
니뇨도 럭키도 착하고 충성적이긴 하지만 천방지축인데...
니뇨는 퍼그 숫컷이고 럭키는 독일세퍼트 암컷으로 우리집 식구다.
우리동네에 저런 학교가 있음 보내고 싶다.
공원주변엔 이쁜 카페 천지다.
맘에 드는 카페로 들어가 모닝커피와 갓 구워낸 빵으로 아침을 한다.
가격은 안 착하지만 위치나 분위기상 억울하진 않다.
멕시코시티 물가를 잘 아는 남편은 영 가격이 억울하단다.
내가 쏠테니 분위기를 즐기자고 달랜다.
커피도, 고추넣은 치즈빵도 나쁘지 않다.
맨날 오는 것도 아닌데 한번쯤 공원옆 카페를 즐기는 건 무죄다.
공원 앞에 이쁜 호텔이 눈에 띈다.
들어가 구경하고 가격을 묻는다.
4성급호텔인데 부틱이라 그런가 가격이 높다.
콘데사지역에선 싼 걸 기대하긴 어렵다.
좋은 동네에선 그만치 지불해야한다.
이제 다시 꾸에르나바까의 별장으로 간다.
멕시코시티를 떠나 모렐로스주로 들어가는 고속도로변 휴게소다.
스벅은 번화한 곳, 모던한 건물에 자리잡는다.
이탈리안 커피 컴퍼니는 도로변 휴게소가 타겟인 거 같다.
자동차 여행에선 수없이 들르는 곳이다.
쿠키도 맛있고 커피 맛도 좋고 서비스도 친절하다.
시댁별장에 도착한다.
시엄마가 반겨주고 시누이 둘이 점심을 차린다.
멕시코가 좋은 점은 며느리가 백년손님이라는 거다.
시엄마는 당연히 막내 시누이가 모신다.
이태리 사는 친구말에 의하면 이태리도 그렇단다.
라틴문화가 그런가보다.
그래서 고부갈등대신 장서갈등이 있다.
난 시원한 정원에 앉아 시엄마랑 노닥거린다.
시누이는 열심히 상을 차린다.
안 도와줘도 전혀 문제가 안된다.
저녁먹고 동서랑 정원에 앉아 산들바람속에 수다삼매경을 즐긴다.
편안히 잘 살고 있고 자식들 잘 커주고 다들 건강하니 그보다 고마울게 없다.
앞으로는 보너스의 삶, 작은 것도 그저 고맙다는 생각의 일치를 본다.
뭐...
그렇다고 동서랑 죽맞게 친하진 않다.
수영장넘어 담장밖 붉은꽃이 참 이쁘다.
Framboyan이란 나무다.
오랜만에 찾아온 내방.
시댁엔 내방이 따로 있다.
언제든 와서 머물 수 있다.
작은 동서가 가끔 가정부에게 청소를 시키지만 침대시트와 타월을 빨아 햇볕에 널어 뽀송뽀송 말린다.
싹 갈아끼우니 사각대는 느낌이다.
목욕하고 아직도 햇볕냄새나는 타월로 닦으니 엔돌핀이 나온다.
이제 본격적으로 휴가시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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