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는 이야기

2016년 여름휴가 세쨋날 - 소치떼뻭

몬테 왕언니 2016. 7. 9. 08:00

이제부터 본격적인 여름휴가다.

아침일찍 온 가족이 조깅을 나간다.

밤잠 설친 난 아침햇살속에 침대에서 뭉갠다.

조깅으로 더워진 몸을 수영으로 식힌다.

온 가족이 모여 아침식사하고는 인근마을로 구경가기로 한다.



우리 별장에서 가까운 소치떼뻭는 해발 1100미터의 작은 마을이다.

수제 아이스크림이 유명하고 제법 규모있는 소장품의 박물관이 있다. 

산 안토니오 엘 뿌엔떼란 멋진 고성의 호텔도 있다.

이 호텔은 2011년에 한국에서 온 친구들과 머물며 즐거운 시간을 보낸 곳이다.

이젠 대기업 호텔체인이 인수해 가격이 부담스럽다.

멕시코에는 고성(아시엔다)을 호텔로 개조하여 마치 중세로의 시간여행을 하듯 즐길 수 있는 곳이 많다.

내가 사랑하는 부분이다.

그런데 조금 알려지면 대기업 체인에 먹혀 지역호텔의 소박함이 사라져가는게 안타깝다. 



관광이 수입원 2위인 멕시코답게 각 도시마다 택시도 차별화했다.

색이나 차종을 통일하여 나름 볼거리가 되어간다.

따스꼬의 하얀 폭스바겐 방게택시가 대표적인 예이다.

이곳은 니산 수르에 보라색과 흰색으로 치장했다.

 

 


어느 마을이나 도착하면 대성당을 먼저 찾는다.

그 마을을 대표하기 때문이다.

 

 

  

 


성당이름은 이제 무심해진다.

들어도 곧 잊어버리지만, 이름이 대개 "우리의 무슨성모 성당" 이라서다.

이 성당에는 최근에 만든 종이 뒷마당에 있다.

종탑을 보니 새 종이 안 들어가게 생겼다.

종루엔 예전 종이 그대로 걸려있다.

낡은 옛종이 그대로 매달린 종탑과 하단에 놓인 반짝이는 새종이 대비된다.

 


남편은 참 좋겠다.

아무렇게나 사진에 잡혀도 우월한 롱다리다.

난 어떻게든 늘씬해보이려고 까치발도 떼고 수없이 앵글 잡고 난리피워도 안된다.

 

  

 

마을이 심플하면서도 참 깨끗하다.

집집마다 화초가 가득한데 한집의 빨간 열매가 대문밖까지 나와있다.

색도 선명하고 모양도 범상치않아 사진찍고 하나 따서 속을 까본다.

첨엔 고추종류일지도 모른다고 생각했는데 속을 보니 아니다.

식구들이 내가 호기심에 먹어보고 중독될까 다들 난리다.

결국 어느 누구도 이 열매가 뭔지 모른단다.

 


시청건물이다.

건물이 삐뚤어진건지 똑바로 안 찍어진다.

사진을 여러번 찍어봐도 마찬가지다.

시청건물이 있고 소깔로가 있고 동상이 있으니 이곳이 바로 마을의 심장이다.

 

 


2011년에 들렀던 카페를 다시 찾는다.

당시 맛본 커피맛과 케이크에 대한 향수가 진한 남편은 가족들에게도 맛보이고 싶어한다.

일단 카페분위기가 좋고 가격도 착하다.

술도 팔아 술 좋아하는 시동생들이 신나한다.


 

 


초코케이크는 엄청 큰 사이즈, 진하고 촉촉하고 끈적이고 칼로리 대박으로 기대이상이다.

블루베리 빙수라고 메뉴에 적혀있기에 주문했더니 얼음갈아 색소원단으로 준다.

맛은 나쁘지 않다.

카프치노와 어메리칸 커피는 역시 기대를 저버리지 않았다.

여전히 대단한 커피와 케이크임을 확인하고 가족들의 엄지척!을 본 남편은 만족한다.

  


 


시골마을은 중앙광장근처에 가면 항상 노점상들이 많다.

좌판에서 이것저것 사는 재미가 크다.

역시 시골마을이라 가격이 참 착하다. 



야자수 열매의 하나인 난체다.

한국사람들도 잘 아는 대표적인 야자열매는 코코넛과 대추야자다.

난체는 그냥 먹기도 하고 갈아서 음료로도 마신다.

몇번 먹어봤는데 내 입맛엔 그저 그렇다.



동서가 닭발이 먹고 싶다며 닭집을 들른다.

집에 와서는 닭발탕을 만든다.

시엄마랑 조카랑 다들 맛있단다.

통통한 모습대로 틀림없이 콜라겐이 많고 부드러운 맛일거다.

그런데 난 한국식 양념닭발구이도, 매운 닭발조림도, 멕시코식 닭발탕도 다 싫다.

비쥬얼도 맘에 안들고 기본적으로 새고기를 별로 안 좋아해서 구경만 한다.

 


저녁식사는 숯불피워 바베큐파티를 한다.

맥주와 와인과 고기와 음악과 수다.

가족들의 화기애애함에 평화롭다.

즐거운 이야기로 웃음소리가 요란하다.

가끔..

한국의 가족모임은 그저 웃고 놀지만은 않는다는 생각이 든다.

좋게 말하면 뭔가 미래를 계획하고 건설적인데, 한편으론 스트레스받기도 한다.

반면 멕시코 가족모임은 그저 즐긴다.

아무도 공부나 학교이야기, 애인이나 결혼이야기, 취업이나 돈이야기를 안한다.

그저 먹고 웃고 농담하고 놀자판이다.

그 속에서 가족애가 깊어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