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는 이야기

2016년 여름휴가 열번째날과 마지막날 - 시동생 생일과 집으로 오는 길

몬테 왕언니 2016. 7. 17. 06:39

도시녀인 난 평지만 잘 걷는다.

어제 트레킹으로 당연히 떡실신했다.
달콤하게 늦잠잔다.

난데없는 생일축가가 요란하다.
튕겨 일어나 창밖을 살핀다.

옆 별장의 시집식구들이 대문앞에서 노래하나 내다보니 아니다.
집 안에서 나는 소리다.
후다닥 2층으로 뛰어가니 생축중이다.
덩달아 끼어 노래 후렴 참여하고 사진 동참한다.

멕시코의 축가는 Las Mañanitas 이다.



시동생도 잠옷 가운차림으로 축가받고 케이크 촛불 끈다.

샤워하려다 놀래 가운만 걸치고 나온거란다. ㅋ

단체사진을 찍었는데 전부 부스스한 머리에 잠옷차림이다.

의외성과 유머러스.

나중에 사진보면 재미난 추억이 될 거 같다.



바베큐 재료 장보고 시동생 친구와 남편 사촌도 초대하고 파티준비한다.
식구가 많으니 께사디요용 치즈 찢는데만도 한시간이 더 걸린다.
화이트 와인마시며 소스만들고 왕새우 마늘구이한다.
은근 취한다.
부엌에서 여자들끼리 건배 건배하며 홀짝인다.



밖에선 남자들이 불피워 고기를 굽는다.
다들 모여 레드와인 곁들여 먹고 마신다.

끊임없이 웃고 떠든다.



일케이크는 시동생친구가 사왔다.
레드 벨벳케이크가 느무 맛있다.
케이크 안 먹는 나도 반조각이나 먹는다.



La vida bella.
인생은 아름답다.
난 심플하게 삶을 즐긴다.

멕시코에서 배운게 바로 심플한 행복이다.



아이들은 물놀이하며 맑은 소리로 웃는다.

음악소리와 남자들의 커다란 웃음소리가 집안가득 울린다.

여름밤이 기분좋게 깊어간다.

이제 우리의 휴가도 마지막 날이다.

내일은 아침 일찍 출발이다.



새벽같이 일어나 씼고 짐챙겨 싣고 시누이남편이 운전해 떠난다.

애들은 두고 어른들만 돌아간다.

아침식사는 톨게이트의 간이매장에서 따말레스와 아똘레로 요기한다.

내가 선호하는 메뉴가 아니라 구경만 한다.

아까 커피와 쿠키를 먹은지라 배도 안 고프다.


이곳은 내려올 때 주유만 했던 그 휴게소다.



커피덕분에 화장실이 급하다.

화장실의 남녀표시가 개성있다.

이곳은 예전에도 몇번 들른 곳인데 그동안 더 좋아졌다.

화장실 앞의 분수대와 시계도 마음에 든다.

기차역 휴게소라는 컨셉대로 기차역같은 느낌이 제대로다.





식구들이 여기서 점심먹잔다.

난 또르따 (햄버거같은 멕시코식 샌드위치) 애호가가 아니다.

내가 아는 이 곳은 또르따 전문점이다.

속으로 망설이는데 뷔페식당도 있단다.

난 뷔페도 별로다.

맛보다보면 과식하고 나중에 살찔까 후회하기 때문이다.

음식이 눈에 보이면 다 맛보고 싶다.

내가 식탐이 좀 있다.

시숙은 내 열배쯤 식탐한다.

시숙이 꼭 여기서 먹고 가야겠단다.

게임 끝이다.

시숙이 먹자면 먹어야 한다. ㅎ 




그러니까 오른편은 기차안의 테이블에서 또르따를 먹는 식당이다.

왼편이 바로 뷔페식당이다.

입구가 이쁘다.

장식품이 무쇠로 만든 난로와 기차다.

마음에 든다. 

내가 이 곳을 들른지 오래되었거나 뷔페식당이 최근에 생겼거나다.

저번엔 분명히 뷔페식당은 없었다.

난 처음 와본다.





각 부스별로 특징적인 메뉴를 갖고 있다.

일반 뷔페처럼 완성된 음식만 있는게 아니다.

요청하면 그 자리에서 조리해 주기도 한다.

시골장터같은 느낌?

기차역같은 느낌?

음식들이 다 괜찮다.

가격도 착하다.



커피와 후식까지 먹고나니 숨이 안 쉬어진다.

역시 과식했다.

멕시코식 김밥까지 있고 바르바꼬아도 있고 다양해 맛만 봐도 서너접시다.

다음에 지나가게되면 또 먹어야겠다.





깜빡 졸았다.

식곤증으로 달콤한 낮잠이다.

운전자도 졸려운가보다.

남편이 시누이남편과 운전교대한다.

덕분에 나도 앞좌석차지다.

이젠 졸면 안된다.

옆에서 수다도 떨고 남편 수발 들어야 한다.



북쪽으로 올라올수록 산맥의 형세가 달라진다.

시티쪽은 해발이 2300m 높은 고지다.

그래서 산이 높거나 웅장하게 안보인다.

우리동네는 해발이 3-400m다.

힘있게 남성적인 근육을 자랑하는 산이 이어진다.




전에는 자주 자동차여행을 했다.

그때마다 산을 바라보며 감탄했다.

둥글게 여성적인 산들

헤라클레스를 떠올리게 하는 기개높은 산들

오랜만에 자동차여행을 하니 산들이 너무 감동적이다.

(이렇게 적고보니 내가 운전해서 여기 지나간게 얼마전이다. ㅋ

그런데 운전중엔 경치를 즐기기가 어렵다)

늙어가는 남편, 운전시키기 미안하지만 자동차여행이 역시 좋다.

 




우리동네 몬테레이의 상징인 산이다.

이게 보이면 집에 다 온거다.

말안장 산이라고 부른다.

정상이 말안장처럼 둥글게 파여있다.

전설에는 몬테레이 사람이 산에 올라갔다가 동전을 떨어트려 그걸 찾다보니 저렇게 파였다고 한다.

그래서 몬테레이 사람들 별명이 수전노다.

난 시티 사람들보다는 몬테레이 사람들이 더 편하다.

직설적이고 꾸밈이 없다.

몬테레이는 내겐 이제 고향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