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는 이야기

2016년 여름휴가 아홉째날 - 떼뽀츠뜰란

몬테 왕언니 2016. 7. 15. 08:14

오지게 힘들다.

어제 페북에 올라온 선배의 트래킹글보고 난 그런거 안한다고 적은게 탈이지 싶다.
말이 씨가 되나보다.
아침먹는데 트래킹가잔다.
어제 10헥타르의 정원에서 꽃구경하고는 떡실신되서 아침에도 늦잠잤는데.. ㅠ



오늘은 느긋이 김밥만들어 수영장에서 놀 생각이었는데...

부랴부랴 김밥을 만든다.
재료가 부족하지만 그래도 한다.
브라운 라이스를 냄비밥한다.
불조절이 안되서 눌었다.
어쩔 수가 없다.
김발도, 참기름도, 통깨도, 긴장도, 노란무도, 흰쌀도 없지만 퓨전으로 한다.

게맛살과 크림치즈를 넣고 히까마와 오이는 식초에 저려 사용한다.

시금치대신 파프리카로 녹색을 낸다.
손으로 꼭꼭 눌러 만다.
칼도 무뎌 김이 찢긴다.
꽁지 먹어보니 맛은 있다.
비쥬얼은 대충 넘어가자.


도시락 4통을 배낭에 짊어진다.
물도 넣는다.
헉.. 무겁다.
남편이 놓고 가란다.
산 정상에서 먹는 김밥 맛을 니가 알아?

하면서 씩씩하게 배낭지고 출발한다.




떼뽀츠뜰란은 멕시코시티에서도 1시간가량의 거리이고 마법의 마을이다.

마을입구에 동상도 서있고 산정상엔 피라미드도 있는 곳이다.

특이사항은 저렴한 가격의 맛사지실이 수십개가 있다.




박물관도 몇개 있고 성당도 이쁘다.

살짝 들여다 본 이 박물관은 유료인데 내부전시물이 괜찮아 보인다.



인디언들 공예품도 많다.

이젠 눈에 익숙하고 여러종류 집에 갖다 놓은지라 사진만 찍는다.




약국의 심볼인 닥터 시미, 한여름에 저 옷입고 있는 사람은 얼마나 더울까?

해발높은 이곳은 좀 시원하지만 우리동네 40도 땡볕에선 아마 졸도할거다.




차 세워놓고 산입구까지 살살 걸어간다.

해발 1800지점이다.

돌담길도, 돌바닥도 영화에 나온 어느 이태리 마을같다.

왜 이태리냐고?

영화에서 익숙해진 머리속 고정관념 탓인듯 싶다. 



해발 1500에서 시작한다.
차로 1800까지 간다.
정상까진 2300이다.









조금 올라가는데 이미 헉헉..
남편이 배낭 달랜다.
괜찮다 우기고 내가 메고 간다.

무겁긴 무겁다. ㅠ

괜히 우겼다. ㅠㅠ
물통 무게라도 줄이려고 물을 마신다.
물배가 차니 더 헉헉댄다.



결국 혼자 남는다.
기다릴테니 다녀오라 한다.

숲의 그늘이 시원하다.
새소리도 맑고 바람도 서늘하다.
정상에서 먹을려던 김밥은 내려가서 먹기로 한다.
살살 올라가는데 손이 저리고 어지럽다.

휴가기간 놀다가 과로사하겠다.
그냥 쉬기로 한다.
한참 기다리는데 지루하지 않고 좋다.




산정상에 지어진 피라미드다.

안에 들어가려면 입장료를 따로 받는다.

나같음 당연 들어갔다.

시댁식구들은 당연 안 들어간다. ㅋ

피라미드가 워낙 사방에 많으니 별 관심을 안 보인다.




남편이 찍어온 정상 사진보니 멋지다.
정상엔 너구리 비슷한 동물이 산다.

Coati 라는 앤데 사람을 무서워하지 않는단다.
여러 마리가 사방에 있단다.
등산객 가방에 매달려 냄새맡고는 음식없음 간단다.
음식있음 우르르 매달려 보챈단다.
내배낭의 김밥은 어쩜 걔들 밥이 될뻔 했단다.
안 올라가길 잘 했다고 다들 그런다.
안 간게 아니고 못간 건데.. ㅎ






정상찍고 내려온 식구들과 하산해 맥주와 김밥과 께사디야를 먹는다.
적당히 취한다.
1.2리터짜리 맥주를 사서 병나발을 분다.

비록 정상까지 못 갔어도 등산을 한건 맞다. ㅎ


 

이건 고르띠다다.

반죽안에 돼지껍질 누른걸 넣고 구워 양파, 치즈, 크림, 소스를 얹어 먹는다.

난 치차론 쁘렌사다 (돼지껍질요리)가 별로다.

한국에서 돼지껍데기구이가 유행이라 먹어본 것도 별로였다.

시댁식구들은 전부 다 돼지껍질요리를 좋아한다.



내려오며 성당도 구경하고 벽화도 보고 한적하게 걷는다.








집으로 오는데 금요일 저녁이라 막힌다.
가까운 거린데도 1시간반이상 걸린다.

집에서 남은 재료로 다시 김밥 만든다.
맥주 안주로 좋다.

다같이 앉아 영화보고 음악들으며 밤시간을 보낸다.


난 식구들 몰래 혼자 누룽밥 끓여서 먹었다.

왜 몰래냐고?

멕시코애들은 누룽밥 비쥬얼에 기절한다.

설거지 물을 먹는다고 생각한다.

그러거나 말거나...

냄비에 눌은 밥, 오랜만에 본 누룽지라 반갑다.

사수하며 먹은 누룽밥, 그래서 그런가 더 맛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