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 글을 멕시코음식란에 써야 하나.....좀 망설였는데, 뭐 멕시코에서 해먹는 음식은 전부 멕시코음식이라고 생각하기로 했답니다.
토요일이라 느긋하게 딩굴고 있는데 같이 아침먹으러 가자고 찾아왔길래, 서둘러 옷을 걸치고 동네 레스토랑에 갔습니다. 빠빠야 Papaya 에 천연요굴트를 얹어 한접시 전채요리고 먹고 (멕시코에서는 반드시 식전에 과일을 먹어요. 한국식으로 보면 단음식을, 그것도 배부를만치 한접시 가득 식전에 먹음 안되는데...^^)
오렌지를 손으로 눌러짠 천연쥬스를 250CC용량으로 한컵 마시고....난 이미 배가 불러 더이상 음식이 들어갈 상황이 아니게 되었답니다. 그러나 멕시코에선 당연히 깔도 Caldo (한국의 국처럼 고기와 야채넣고 끓인 맑은 국...단 건데기가 국물보다 많아 양이 만만치 않음)를 또르띠야와 밥을 곁들여서 먹고 그뒤 고기를 한접시 먹고 커피와 케잌이나 빵을 한개 먹어야 식사가 마무리됩니다.
다행이도 둘다 빠빠야 한접시씩에 배가 불러서 다른 음식은 생략하고 깔도만 한그릇 시켜서 둘이 나눠먹기로 하고 메디아 오르덴 Media Orden (주문의 반만 시키는 것)으로 각각 먹었어요.
한국의 보통 국대접만한 크기에 고기 한덩어리, 호박 1/4개, 당근 1/4개, 감자 중간크기 반개, 차요떼 1/4개가 들어있고, 작은 접시에 노란색의 사프란으로 물들여 볶아 익힌 밥이 나오고 테이블중앙에 또르띠야가 담긴 뚜껑달린 그릇이 놓입니다. 아주 맛있게 잘 먹었고 배가 너무 불러 커피도 생략하고....두사람이 잘 먹고 세금, 팁까지 해서 150페소, 한국돈으로 만오천원정도를 내고 나와 슬슬 소화도 시킬 겸 가게를 기웃거렸는데.... 마침 농부아저씨가 트럭을 몰고 나온 거에요~~
빨간무 다발이 싱싱하길래 3다발에 20페소(2천원)주고 사서 사왔는데 양이 제법 되지요?
아침에 밭에서 뽑아온 것이라 싱싱하고 잎도 길게 잘 자랐고 약도 치지 않아서 잎마다 구멍이 송송난 것이 벌레먹은 모습에서 유기농 빨간무라는 것이 한눈에 보입니다.
멕시코에서는 빨간무만 먹기 때문에 무청은 잘라버리고 무만 사갑니다.
그래서 아저씨께 잘라낸 무청도 담아달라서 가져왔지요.
음......
난 기회가 되면 얼른 구매를 하는데, 이게 항상 문제더라구요.
갑자기 열무김치를 담가야 하는데 집에 파도 없고...생강도 없고...그냥 있는 양파와 마늘만 넣고 생강은 가루를 넣는 걸로 하고 김치를 담그기로 했답니다.
예정에 없던...그저 한가하게 딩굴려던 토요일오후에 열심히 김치꺼리 다듬어서 김치를 담급니다.
적당한 크기로 무청을 자르고, 빨간무는 껍질을 벗겨 완전히 하얗게 되도록 합니다.
다듬어 놓고 보니 양이 제법 되네요. 이렇게 많을 줄 알았으면 무청만 빨래줄에 널어 말려 시래기국 해먹을 걸 하다가....흐리고 빗방을 떨어지는 날씨라 그냥 열무김치가 낫다 다시 생각합니다.
워낙 자주 김치를 해먹는 편도 아니고, 많은 양의 야채를 다룰 기회가 없는 살림인지라 큰그릇도, 큰소쿠리도 없어서 케잌상자를 그릇대용으로 사용하고, 바닥에 구멍을 뚫어서 소쿠리로 사용했는데 아주 알맞더라구요.
흐르는 물에 서너번 잘 씼고, 마지막 헹굼물에는 기생충 죽인다는 고띠따용액 (보라색나는 용액인데 멕시코에서는 야채씼을 때 꼭 이 용액을 넣어 소독해요) 을 넣어 잘 씼어내 물기를 뺐습니다.
한편으론 현미와 찹쌀을 넣어 풀을 끓이고, 한편으론 마늘 몇통을 까고 까나리액젖과 왕소금- Sal de Mar이라고 바닷가 염전에서 굵은 소금을 만들어 담아 파는 것이 있어 김치담글 때는 꼭 왕소금을 사용합니다-을 넣고 양파 1/4을 준비합니다.
믹서기에 풀물, 마늘, 액젖, 소금, 양파, 고추가루, 생고추몇개, 생강가루약간, 물을 넣어 곱게 갈아줍니다.
파가 없으니까 대신 양파를 잘게 잘라 그릇에 담고, 믹서기의 양념을 붓고, 물기뺀 열무를 넣어 버물버물 간이 배게 김치를 담습니다.
정말 멕시코식으로 김치를 담갔지만, 보기엔 맛있어 보입니다. ^^ 잘 익으면 밥반찬으로 몇끼니 먹고, 국수말아 삶은 달걀얹어 열무국수로 맛나게 먹을 생각하니 침이 돕니다.
건데기를 빡빡하게 넣고 담았더니 4리터 통으로 2통이 나오네요. 식구들이 거의 밖에서만 밥을 먹는지라 요즘은 음식 만들어야 혼자 먹어야 하니, 이 많은 김치를 어떻게 할까 생각중인데 마침 아는 사람이 다음주에 한번 만나자길래 열무국수먹자고 초대하니 너무 좋다고 환호성입니다.
멕시코는 미국과 또 달라서 한식용 재료를 찾기가 쉽지가 않습니다. 멕시코시티등 대도시이고 한국인이 좀 몰려사는 곳은 한인슈퍼가 있어 좀 편리하지만 가격이 한국 대비하면, 또 멕시코물가 대비하면 한숨나오게 비싸서 잘 이용하게 안됩니다. 특히 저처럼 전원도시 (시골 ^^)에 살다보면 멕시코에서 나오는 재료를 활용하게 되지 멀리 운전해서 한국슈퍼 찾아가서 그 비싼 값을 치루면서 굳이 한식재료 구입하게 안되거든요.
슈퍼에서도 빨간무를 팔긴 하는데 무만 먹는 습성때문에 무청은 대개 짧게 잘라내고 누렇게 떠있어 별로에요.
그런데 농부가 갓 밭에서 뽑아온 빨간무는 무청이 너무나도 실하고 싱싱해서 이렇게 가끔 도발적으로 열무김치를 담그게 된답니다.
제가 원래 열무물김치에 국수말아먹는 것을 너무 좋아해서 처음엔 미치겠더라구요.....그당시엔 한식재료 파는 곳도 거의 없었고.....그런데 농부가 파는 트럭에 보니 비록 무는 동그랗고 새빨갛지만 분명히 무청은 똑같아 보이길래 이대신 잇몸이라고 한번 사다가 김치를 담가봤더니 원래의 열무김치 맛이 나더라구요...
다만 그당시는 무껍질을 안벗기고 씼기만 했더니 김치색이 무슨 염료섞은 듯 야릇한 붉은 색이 돌아 좀 이상했지요. 맛은 변함없지만 색이 이상하니까 좀 그래서....그뒤론 하얀 속살이 나올 때까지 껍질을 벗겼더니 색이나 맛이 딱 한국의 열무김치인거에요. 가끔 무청을 말려 시래기거리로 장만해두기도 하고요.
모든 재료를 멕시코에서 나오는 본토박이로 사용하면 그 음식이 멕시코음식이라고 저는 생각해요~ ^^
손쉽게 하느라고 까나리액젖을 사용했지만.....그거까지 직접 만들어먹기엔 좀 그래서....^^ 그냥 사다먹어요.
배추김치 담글 때는 생새우를 사다 버무려넣곤 하는데 그맛이 그만이랍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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