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구네가 이사가면서...뒷마당에서 키우던 깻잎이 허리까지 올라올만치 키가 껑충하고 꽃을 피워 깨가 맺히고 있는 것을 버리고 가는 것이 아까와서 한봉지 뜯어왔답니다.
그 집은 봄부터 내내 싱싱한 깻잎을 많이 뜯어먹었고 이젠 꽃이 올라와서 잎이 잘고 먹을만 하지 않다고 신경을 안 쓰는거 같은데....
이상하게도 나는 깻잎이 잘 안 되고 좀 뜯어 먹을만하면 꽃이 올라오고 비실대다 죽는지라 욕심을 냈어요.
볶을거니까 작은잎이랑 열매까지 다 다듬어 놓습니다. 한쟁반 가득합니다.
누가 까르빠치오 (Carpaccio 이태리 전체요리로 얇게 썰은 육회)용 고기로 뭐가 좋으냐고 물어보길래 안심이라고 멕시코말로는 Costilla corta = Short rib 에 붙은 살을 달라고 하면 된다고 알려주고는...오늘 정육점에 볶음용 고기사러 갔다가 그게 생각나서 그부분을 사왔어요.
어제 잡은 소고기라 색도 선명하고 냉동도 된 적이 없어서 고기가 참 좋습니다. 1kg에 70페소 줬고 뼈는 따로 발려서 국거리에 쓸려고 잘게 잘라 담아왔지요.
고기를 기름제거하면서 잘게 잘라 그릇에 담고 간장, 설탕, 후추, 마늘다진 것, 참기름등을 넣고 불고기양념을 해서 재워놓습니다. 육회로 먹어도 참 좋을만치 육질이 연하고 부드럽고 즙이 많네요.
고기가 재워지는 동안 흐르는 물에 깻잎을 잘 씼고, 마지막 헹구는 물에 박테리아를 죽인다는 고띠따 Gotita 를 몇방울 떨어뜨린 후에 깻잎을 잠깐 담궈 뒀다가 소쿠리에 건져 냅니다.
씼어 놓은 깻잎의 양이 제법 되네요. 한소쿠리나 되지만, 볶으면 푹 숨이 꺼져 얼마 안될거에요. ^^
후라이팬을 달군 후에 양념한 고기를 넣고 익힙니다.
고기가 어느정도 익으면 깻잎을 넣기 시작하면서 뒤적여 줘서 숨이 죽도록 합니다.
깻잎을 전부 넣었더니 커다란 볶음팬이 꽉 차네요...^^ 뒤적이면서 골고루 고기간이 배도록 익힙니다.
깻잎과 들깨의 냄새가 너무나도 고소합니다. 고기향과 어우러져 볶으면서 입안 가득 침이 고입니다.
다 볶아서 접시에 담은 모습~~ 들깨가 어디 있었는데 못 찾았고....통깨를 뿌릴까 하다가 깻잎의 향을 망칠까봐 그만 둡니다. 마늘을 아두 듬뿍 다져넣었더니 마늘향도 은은히 나고 정말 입안 가득 향이 고이는 음식입니다. 덕분에 점심으로 밥을 아주 많이 먹었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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