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는 이야기

수술전의 멋진 추억만들기와 수술후의 침대생활~~

몬테 왕언니 2009. 12. 10. 13:24

외과수술을 해야 한다는 의사의 진단을 받고는....수술후엔 한동안 못 돌아다닐테니 부지런히 일정 맞춰 돌아다녔답니다.

연말연시의 미국의 도시는 참 화려하게 빛의 단장을 하고 있었어요.

아래 사진은 존슨이라는 마을에 장식된 모습인데, 정말 이쁘지요?

 

 

지지난 주말에는 1박 2일로 맥알렌 McAllen 가서 메이시스백화점과 쇼핑몰을 들러 크리스마스 선물과 애들 옷등을 잔뜩 사 가지고 돌아와서는 하루동안 다 포장하고....먼거리에 보낼 선물들을 들고 우체국과 택배회사에 가서 다 발송했답니다. 아직도 더 많이 남았지만 급한 곳부터 먼저 보냈지요. ^^

 

다시 짐 싸들고 어스틴 Austin 가서 아들이 내년 1월부터 살아갈 작은 아파트를 하나 계약하고는 어스틴의 한인타운을 찾아 이른 저녁식사를 내장탕으로 맛있게 먹고는 Fredrickburg라는 마치 독일의 작은 마을같은 아주 낭만적인 곳에서 하루를 머물자면서 가는 도중에.....세상에....온통 빛의 잔치를 하고 있는 곳이 눈에 띄는 거에요. 차를 돌려 가보니 공원전체가....나무 전체가 크리스마스 장식으로 빛나고 있고...바람이 불 때마다 나무가지의 불빛이 춤을 추는 것이 현실세계가 아닌 듯 아름다웠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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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고 보니 전력회사에서 꾸민 크리스마스 장식인데.....한동안 아름다움에 감탄하고 사진찍고 황홀해하다가 떠나오면서 생각해보니.....저 공원의 하루밤 전기소비량이면 멕시코의 한 산간마을의 1달치 전력인데 싶대요... ^^ 

 

엘파소 El Paso 가서 아들을 만나고,  같은 기숙사의 친구들을 불러 저녁식사하면서 놀다가 다음 날은 뉴멕시코 New Mexico 의 루이도소 Ruidoso 라는 작은 도시에 도착, Ski Apache에 올라가서 스키를 탔답니다.

해발 3천미터가 더 되는 높은 산에 엄청나게 내린 눈덕분에 스키코스가 아주 부드럽고 좋았어요.

다만 해발이 높다보니 고산증세가 느껴지고 심장에 무리가 와서 그렇지, 스키코스가 매우 다양하고 타기 좋게 되어 있어서 정말 좋더라구요.

      

아직 본시즌이 아니라서 스키장 가격도 너무 착해서 종일 리프트가 39불 (청소년은 33불)이고 스키대여가 20불....500ml쯤 되는 커다란 컵에 가득 담긴 코코아..그위에 위핑크림도 듬뿍 얹어주면서 2불, 아파치 워리어 햄버거가 8불인데 엄청난 크기의 독특한 밀전병튀김안에 고기패드, 그위에 듬뿍 얹은 그린칠리, 듬뿍 주는 감자튀김과 양파, 토마토, 상추까지....모든 것이 참 맘에 들었답니다.

스키타고 다시 루이도소 마을로 내려오니 생강과자 퍼레이드를 하고 있는 거에요.

생강과자로 분장한 아이들이 얼마나 귀엽던지...^^

 

마을사람들이 전부 길양편에 의자들고 나와 담뇨덮고 앉아서는 퍼레이드 구경하고, 퍼레이드에서 던져주는 사탕과 과자를 줍기에 신난 아이들과 사진도 찍고 퍼레이드 행렬을 따라 같이 걷기도 하는 행운을 누렸답니다.

작은 마을의 모든 사람들과 학생들이 참여한 퍼레이드였어요. 고적대도 있고, 소방관도 소방차를 색색의 전등으로 장식하고, 경찰차도 산타를 싣고, 호텔이나 슈퍼도 자기들 로고가 달린 차에 눈사람, 산타, 슈가캔디등을 장식하고 퍼레이드행렬을 이뤘답니다. 12월달내내 매주 토요일 저녁 6시마다 1시간가량 진행된대요. ^^

 

 

언덕위에 있는 멕시코풍의 레스토랑인 까사 블랑까 Casablanca 에서 저녁식사도 했는데, 멕시코음식이면서도 뉴멕시코만의 느낌이더라구요...맛도 좋고, 양도 풍성하고, 독특한 향도 좋았고, 가격도 적당했구요.

 

루이도소의 명물인 The Inn of Mountain God에 가서 호텔구경도 하고 호텔앞의 그림같은 호수의 정경도 구경하고 카지노가서 몇불 넣고 슬럿기계도 당겨봤지요.

다음에 루이도소에 가게 되면 이 호텔에서 머물어도 괜찮겠다 싶더라구요. 가격은 하루밤에 170불정도인데 1층 로비에서 보이는 풍경이 아주 이뻐요. 아래 사진이 바로 그 창에서 찍은 모습....눈덮힌 산과 호수와 오리떼와 작은 다리와....아주 낭만적인 겨울 풍경이었어요. 로비의 크리스마스 장식도 이쁘고, 대형 츄리도 멋지고, 곳곳에 놓인 벽난로의 장작타는 소리와 온기도 좋았어요.

 

 

이렇게 주말을 아들과 지내고는 집으로 돌아왔고, 오는 길에 병원에 들러서 피검사 결과도 받았고...그 다음날은 수술이니 하루종일 굶을테니....콩밥에 갓김치, 깍뚜기, 총각김치를 반찬해서 든든하게 먹고 잠자리에 들었는데....오랫만에 하게 되는 수술이라 마음이 불편한지 영 잠이 안와 밤새 뒤척였답니다.

 

수술복을 입고 마취담당의사를 소개받고 팔에 링거를 놓고 마취절차에 들어가는데....

척추 마취라는 점이 마음에 안 들어서 그랬던지 마취하는 동안 좀 고생했어요.

땀도 흐르고 속도 메슥하고 그랬는데....곧 안정되서 정작 수술하는 동안에는 차분했지요.

요즘 수술은 기술도 발달하고 기계도 하이텍이라 절개 과정에서도 출혈이 거의 없고, 절제 후에도 꼬매지도 않고 초음파와 특수 단백질을 이용해서 상처를 다물게 하는 기법이래요. 그래서 기존 수술 대비 통증도 20%밖엔 못 느끼고 치유도 빠르다고 하네요. 단점은 기존수술보다 많이 비싸다는 거...^^

대신 입원도 안하고....경과도 좋고....신기합니다.

 

그렇다고 안 아픈건 아니고....첫날은 혈관으로 진통제를 맞았고, 둘째날은 진통제를 먹었지요.

이렇게 누어 있다보니 특별히 할일도 없고 그렇다고 하루종일 잠이나 자면서 지내는 성격도 못되서 결국 웹서핑하고 TV보고 책보면서 시간을 보내는데....제일 아쉬운 것이 식사에요.

이럴 때, 엄마가 곁에 있었다면 지성으로 흰죽도 만들고 고기국을 깔끔하게 끓여 잘 먹게 해줬을텐데....

마취 후 속이 뒤집어져서 입맛이 없는데...하루종일 굶었으니 배는 고프고....식사를 챙겨주는데 글쎄...햄버거랑 감자튀김이랑 크림소스의 샐러드....다 느끼하고 냄새나고 영 아닌거에요.

약을 먹어야 하니까 억지로 몇입 먹기는 했지만 이건 아니다 싶어서 슈퍼가서 요굴트와 쵸코렛푸딩을 사오라고 해서 그걸로 속을 달랬지요.

 

아침에 일어나서도 약을 먹어야 하니까 뭔가 식사를 달라고 하니 닭고기 빠니니 Panini (이태리식 햄버거같은 샌드위치)를 줘서 억지로 몇입 먹었지요....어제 먹던 요굴트를 퍼먹으면서 속을 달랬고....

문병온 동서가 끓여다 준 멕시코식 소고기국과 멕시코식 흰밥....겨우 그거 먹고 조금 속이 가라앉았답니다. ^^

주말까지 계속 이렇게 길거리 음식으로 끼니를 때울 생각하니 한숨이 나는 거에요...^^ 

그저 엄마가 끓여주던 흰죽만 생각나고....

멕시코의 음식들....따꼬, 고기, 브리또, 뽀솔레, 따말레스...전부 다 맛있는 음식들인데 막상 아파서 누워있고 또 의사가 매운 음식도 못 먹게 하고 커피도 못마시게 하고...또 내 속은 기름진 음식을 거부하고...그러다보니 다 싫고 그저 흰죽만 먹고 싶네요. ^^

아무도 나한테 흰죽을 끓여줄 수 없는 상황이라는 것때문에 더욱 이렇게 흰죽에 목을 매고 있는거 같아요.

서럽지는 않은데.....뭔가 허전한 기분...

이럴 땐 정말 엄마가 그립답니다.

 

다음주초에 다시 병원가서 체크하고 경과좋으면 주말에 비행기타고 바닷가에 가서 기분전환도 하고 먹고픈 것도 맘대로 먹자고 하네요. 식구들이 나름대로 챙겨주고 돌봐주니까 얼른 기운내서 아무거나 잘 먹자고 마음먹고 있습니다. ^^

그런데 누가 흰죽 쒀서 문병와주면 참 좋겠다는 생각이 계속 안 없어지네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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