깐꾼, 메리다, 유까딴반도

멕시코 (1) 태양과 열정, 신비로움을 품은 땅

몬테 왕언니 2010. 1. 7. 15:55

멕시코에 대해 올라온 글이길래 옮겨 왔습니다.

 

할리우드 블록버스터 영화 '2012'는 2012년 지구가 커다란 재앙을 겪는다는 가정에서 출발한다.

   '2012년 멸망'의 중요한 근거는 고대 마야의 달력이 2012년 12월 21일에 끝난다는 것이다. 천문과 역학에서 뛰어난 재능을 발휘했던 마야 사람들이 이날을 종말일로 예언했다는 것이다.

   '2012'에서는 화산이 폭발하고 지각이 뒤틀리면서 인류가 영원히 자취를 감출 위기에 처한다. 영화뿐만 아니라 여러 책에서도 2012년 종말론을 제기하자, 미국항공우주국(NASA)이 이례적으로 과학적인 이론을 곁들여 논박하기도 했다.
  


마야 문명은 멕시코를 비롯해 과테말라 Guatemala, 벨리즈 Belice, 온두라스 Honduras 에 걸쳐 융성했다. 흔히 잉카 Inca 문명, 아쯔떼까 Azteca 문명과 함께 중남미의 3대 문명으로 일컬어진다.

   하지만 마야는 아직도 두꺼운 장막에 가려져 있다. 추론과 상상만 무성할 뿐, 사실(史實)은 여전히 명확하지 않다. 어떻게 흥성했고 멸했는지 밝혀지지 않은 탓에 수많은 소문과 이야기의 진원지가 되기도 한다.

   그래서 마야 문명은 신비로움과 호기심을 불러일으키는 구석이 있다. 마야 유적으로 떠나기 전에는 간략하게라도 역사를 공부해야 하는 이유이다.

   기원전 2000년 무렵부터 중앙 아메리카에서 살아왔던 마야의 사람들은 서기 300년을 전후해 도시 국가를 세웠다.

   상형 문자로 장식된 석주와 다양한 색상의 도자기를 발명하면서 고유의 관습과 문화를 유지하던 마야 사람들은 900년경 갑자기 도시를 버리고 다른 지방으로 떠난다. 학자들은 그들이 불현듯 거처를 옮긴 이유로 전염병, 가뭄, 우두머리끼리의 갈등 등을 거론한다.

   이 사건을 기점으로 마야 문명은 크게 변화한다. 그래서 900년을 기준으로 이전을 '고전기(Classical Period)', 이후를 '후 고전기(Late Classical Period)'로 지칭하기도 한다.

   유네스코 세계유산으로 등재된 치첸 잇싸 Chichen Itza 는 마야의 후 고전기 문명이 꽃핀 지역 중 하나이다. 멕시코의 중앙 고원에서 영화를 누렸던 똘떼까 Tolteca 문화와 마야가 합쳐져 태어난 독특한 산물이다.
  

◇ 잊혀진 문명, 마야의 비밀을 찾아
치첸 잇싸 Chichen Itza : 유까딴 반도에 흩어진 마야의 유적 가운데 규모가 가장 큰 치첸 잇싸는 5세기에 태동했으나, 10세기부터 14세기까지 발전했던 것으로 전해진다. 전성기였던 13세기 초반에는 6만 명 이상이 살았다고 한다.

   하지만 고전기의 도시들처럼 뚜렷한 연유 없이 일순간에 주민들이 사라졌고, 훗날 우연히 발견될 때까지 밀림에 파묻혀 있었다. 민족이 몰살되지 않았음에도, 이미 가꿔놓은 터전을 버렸다는 점이 의아할 뿐이다.
  

마야 문명의 결정체라 할 만한 치첸 잇싸는 2007년 중국의 만리장성, 잉카 문명의 마추 삑추 Machu Picchu 등과 함께 세계의 새로운 7대 불가사의로 뽑혔다.

   치첸 잇싸가 지구의 경이로 뽑히도록 한 일등공신은 피라미드를 닮은 25m 높이의 엘 까스띠요 El Castillo 신전이다.

   엘 까스띠요는 이집트 기자 지구의 피라미드에 비하면 크기는 작지만, 마야의 수학과 천문학의 정수가 모두 담겨 있는 건축물이다. 그래서 전문 가이드의 설명을 듣지 않으면, 고갱이는 놓치고 껍데기만 훑어본 뒤 돌아올 수 밖에 없다.

   작달막하고 까무잡잡한 안내자는 뙤약볕 아래에서 마야에 얽힌 이야기 보따리를 풀어 놓기 시작했다.
우선 그는 엘 까스띠요의 계단 수를 유심히 살펴 보라고 했다. 9 개의 기단 중앙으로 촘촘하게 난 계단은 91개였다. 엘 까스띠요는 사면이므로 계단은 모두 364개이고, 정상부까지 합치면 365개가 된다.

   마야 사람들은 대략 1천 년 전에 지구가 태양을 도는 데 걸리는 시간을 정확히 예측한 것이다.

   자부심 강하고 해박한 안내자는 엘 까스띠요의 두 번째 놀라움이 '위치'라고 강조했다. 낮과 밤의 길이가 똑같은 춘분과 추분이면 신전에는 거대한 뱀이 출현한다.

   오후 4시 30분쯤 북쪽 사면에 햇빛이 드리우면 중앙 계단의 난간에 뱀의 형체가 시나브로 나타나는 것이다. 현대인도 경탄해 마지않는 교묘한 기술을 마야 사람들은 나침반과 계산기 없이 창조한 셈이다.
  

마야 사람들의 태양에 대한 관심은 유카탄 반도 동쪽의 뚤룸 Tulum 에서도 확인된다.

   툴룸은 열대우림을 전전하던 마야 문화가 소멸하기 직전, 햇살이 따갑고 바람이 선선한 바닷가 절벽 위에 건설한 도시이다. 치첸 잇싸보다 늦은 시기에 지어 졌음에도 불구하고, 광대하지도 수려하지도 않다.

   배수진처럼 뚤룸의 앞은 바다, 삼면은 성벽이다. 마야 사람들은 이곳에서 마지막 저항 혹은 반전을 노렸을 듯싶다. 그러나 사그라진 문명의 유물이라는 인식 탓인지, 분위기는 쓸쓸하고 마음은 헛헛하다.
  

사진/김주형 기자(kjhpress@yna.co.kr)ㆍ글/박상현 기자(psh59@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