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는 이야기

오랫만에 나온 햇님

몬테 왕언니 2010. 7. 8. 08:17

지난주는 내내 비가 엄청 내리면서 태풍 알렉스 Huracan Alex 의 영향권에서 살았지요.

집안에서 창문단속하고 스며드는 물을 가끔 닦아내는 정도...유리창을 통해 비오는 정원을 내다보면서 걱정하는 정도가 내 생활이었지만, 실제 피해는 엄청났다고 하네요.

지난 금요일부터 비가 잦아들고 일요일에는 해까지 살짝 나오길래 얼른 빨래를 해서 말렸을 정도인데...

목요일, 금요일은 학교까지 휴교라 애들과 집안에서 지내서 참 조용했거든요.

가끔 전기가 끊어졌고...케이블이 끊어져 TV시청이 안되는 바람에 애들은 인터넷으로 월드컵 축구를 구경했고, 난 DVD로 한국 드라마 아이리스를 봤지요.

휴대폰도 안되고, 라디오 Nextel도 안되었지만 유선전화가 되니까 무심히 보냈고...TV가 안나오는 덕분에 집밖에서 무슨 일이 일어나는지를 전혀 모르고 살다보니 오히려 조용했던 거에요.

 

 

 

그런데 월요일에 학교다녀온 애들이 다리도 끊어지고 도로도 유실되고 정말 피해가 많다고 인터넷을 보라고 해서 보니 정말 엄청난 피해가 있더라구요.

우리동네의 강가에 사는 사람들은 집안 가득 진흙과 흙탕물로 피해가 컸고, 은행등 볼일보러 시내에 잠깐 나가보니 도로 곳곳에 깊은 구멍이 너무 많아 도저히 운전을 할 상황이 아니고...옆집 여자가 이재민을 위해서 샌드위치 500개를 만들고 있다면서 서로 돌아가면서 식사를 조달한다고 하네요. 

                        

 

인터넷 뉴스에 나온 사진들을 보니 참 안타까워요....

몬떼레이는 산으로 둘러쌓인 곳이라 비가 내리면 물이 계곡으로 모이게 되고 강을 이루지요.

젖줄처럼 도심 한가운데를 흐르는 강이 산따 까따리나 강 Rio Santa Catarina 인데, 주요도로인 모로네스 프리에또 Morones Prieto와 꼰스띠뚜시온 Constitucion은 강줄기를 따라 왼쪽과 오른쪽에 평행합니다.

모든 교통량이 이들 두 도로를 타고 다닌다고 보면 맞는데...

이곳이 엄청난 강수량으로 여러곳이 파손되고, 강변에 엄청난 투자를 해서 시설한 각종 설비들이 물에 다 쓸려나갔다고 하네요. 축구장, 자동차경주장, 골프장, 주차장, 대형벼룩시장, 서커스장등등 

 

 

 

도로 사정은 당연히 나빠서....꼰스띠뚜시온은 새벽 4시부터 오후 4시까지는 몬떼레이시내로 들어가는 차량만 소통시키고, 오후 4시부터 새벽 4시까지는 시외로 나가는 차량만 운행시키고 있다고 하네요.

1988년에 롬뻬삐꼬 댐 Presa Rompepico 이 무너져 엄청난 피해를 줬고 그뒤 주정부에선 대규모 공사를 하여 태풍 힐베르또의 2배를 견딜수 있는 용량으로 댐을 증설하여 더이상의 피해는 없을 거라고 했어요.

그후 대형 태풍이 한번 왔고, 롬뻬삐꼬 댐은 그 능력을 발휘하여 줬어요.

그 롬뻬삐꼬 댐에 대한 확신으로 강주변을 개발하여 정말 아름답고 편리하고 좋은 설비를 만들어 시민들에게 제공해 주었는데 이번 태풍은 롬뻬삐꼬 댐으로도 막을 수 없게 커서 싹 쓸어갔다니 정말 가슴아파요.

물론 그 댐 덕분에 그나마 피해가 이정도로 그쳤다고... 그게 없었다면 우리 집도 물에 잠겼을거라네요.

  

저 긴 강을 따라 설치된 수많은 설비들....흔적도 없어졌다고 하니....너무 안타까와요.

이번 주말에 또 다른 태풍이 온다고 하니 걱정이네요.

앞으로 10월말까지 무려 20개의 태풍이 멕시코를 지나간다고 하는데 그중 어떤 것이 얼마나 큰 영향을 줄지..

자연앞에서 한없이 작아지는 인간을 느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