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는 이야기

요즘...

몬테 왕언니 2010. 10. 8. 07:41

멕시코가 느리고 아름답고 조용한 곳이라 매력을 느꼈고 그래서 살기 시작했는데....

요즘은 그렇지가 않아서 안타깝습니다.

매일 뉴스에선 마치 어느 지역이 더 위험한가 경쟁이라도 하듯이 하루 총격으로 사망한 숫자를 각 도시별로 발표하고, 누가 더 잔인한가 알려주고 싶다는 듯이 시신을 걸어놓은 사진을 보여줍니다.

가급적 뉴스를 안보고, 가급적 집안에서 생활하고, 가능하면 해외로 여행하려고 하지만 그게 말처럼 쉽지 않습니다.

정원가꾸는 동안은 모든 것을 잊고 자연과 벗하고, 강아지 브루스와 놀면 평화롭기 그지없이 느껴지고, 내가 가꾼 푸성귀로 웰빙식으로 요리해서 식사하다보면 행복하고 평온하지만 그렇다고 실상이 모른체 해지지는 않습니다.

때와 장소를 안 가리기 때문에 학교앞에서도 총격전이 종종 벌어지고 애매한 학생이나 시민이 다쳐 공포분위기를 만듭니다.

한국분들이 목매이게 자녀를 보내고 싶어하는 국제학교, 즉 어메리칸 스쿨 앞에서도 총격이 일어나서 지금은 어메리칸 스쿨이라는 이름답지 않게 학생이 일부 멕시칸과 일본인과 한국인뿐이라는 이야기를 들었어요.

떽대학에서도 두명의 바하 깔리포르니아 출신의 학생이 교문앞에서 총맞아 죽은 후에 비상이 걸려서 미국대학은 안전상 이유로 교환학생제를 취소해서 떽대학생들이 미국대학에서 공부할 기회를 잃었고 교환생으로 오는 외국학생들도 주로 동양인들뿐이라고 하네요.

가장 심한 곳이 멕시코 북부의 국경지대로, 치와와 Chihuahua 주, 따마울리빠스 Tamaulipas 주, 누에보레온 Nuevo Leon 주가 가장 피해가 크고 위험도가 가장 큽니다.

소노라 Sonora주와 신알로아 Sinaloa 주도 빠지지 않고요.

여행, 이민, 교환학생들에게 가급적 이들 지역은 가급적 피하고, 혹시 피치못하게 가야 한다면 아주 조심하라고 말하고 싶어요.

멕시코 북부지역에 나와있던 외국인들은 특히 올해, 대부분이 가족은 본국으로 소환하고 담당자도 거주지역을 옮기고 행동수칙도 강화되었다는 이야기를 들었고 실제로 떠나는 분들을 배웅하기도 했습니다.

나날이 심해지는 치안부재로 불안해서 일상생활이 힘들어질 정도에요.

생활패턴조차도 바뀌고 있는 실정입니다.

파티의 나라, 목금토일은 밤새워 춤추고 수다떨고 마시면서 보내는 Fiesta의 멕시코가 요새는 파티장도 썰렁합니다. 시간대도 가급적 초저녁에 하거나 집에서 합니다.

수요일은 영화관이 반액이라 수요일밤이면 어김없이 퇴근후 극장가서 가족이 저녁대신 팝콘과 콜라를 마시면서 영화를 보곤 했는데 밤외출이 부담스러워 안 간지 제법 오래됩니다. 전액 다 내더라도 일요일 낮에 잠깐 가서 영화봅니다.

 

한동안 다른 지역에 가서 몇달 살다가도 왔는데, 내집 놔두고 이게 무슨 짓인가 싶어서 죽더라도 내집에서 죽겠다고 고집부리고는 거의 칩거하듯이 집안에서만 생활하고 답답하면 먼곳으로 여행가면서 지낸지도 제법 됩니다.

자동차도 올초 새차로 바꿀 계획이었는데 새차마다 하도 뺏아가는 바람에 상황 나아질 때까지 몇년이고 헌차가 굴러갈 때까지는 사용할 생각입니다. 

내 친구는 차바꿨다고 자랑한 지 몇달 후, 애들 태우고 친정집 다녀오다가 도로 한가운데서 총으로 협박받고 차뺐기고는 겨우 남편에게 연락해 집으로 돌아온 뒤로는 놀라서 한동안 아팠어요.

우리집 애들도 파티가서 늦어지면 그냥 그집에서 자고 오라고 합니다. 밤늦게 차몰고 돌아다니는 것이 불안해서 잘 나가지도 못하게 하고, 나가면 아예 자고 오라고 해야 하니....

 

한국가서 살아볼까, 미국가서 살아볼까...갈등이 많지만 집도 이곳 멕시코에 있고, 사업도 이곳 멕시코에 있는데 쉽게 손털고 다른 곳에 가서 새로 시작한다는 것이 그리 말처럼 쉽지는 않지요.

그저 어서 평화가 와서 멕시코가 다시 예전처럼 되어 주기만을 바란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