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는 이야기

오렌지

몬테 왕언니 2011. 1. 20. 12:28

렌지를 따러 갔답니다.

 

한동안 잊어버리고 있었는데 친구가 오렌지가 너무 많아 땅에 떨어지고 있다고 알려줘서 가보니 정말 어느새 나무마다 선명한 주황색으로 크리스마스 장식처럼 잔뜩 달려있더라구요.

손닿는 곳만 땄는데도 수백개!! 둘이 들어도 무거울 정도라 겨우 차에 싣고 집에 와서는 이웃들에게 한봉지씩 푸짐하게 나눠주고, 하루종일 오렌지를 씼고 잘라 즙을 내서 한봉지씩 담아 냉동실에 가득 넣었습니다.

겨울이라 약간 신기운이 있지만 그래도 시중에 파는 오렌지에 비해 엄청 달콤한지라 한컵씩 우선 마셨지요.

작년엔 비가 덜 내려서 그랬던지, 아님 오렌지나무가 격년으로 열매를 맺는 건지 모르겠지만 오렌지가 안달려 아쉬웠는데 올해는 정말 풍년이 들었더라구요.

한 6개월정도 가볼 생각조차 안하고 잊어버렸는데 신통하게 혼자 꽃피고 열매맺고 했네요.

 

멀리 사는 친구에게 연락해서 남편퇴근길에 들러가라 해서는 오렌지를 200개쯤 듬뿍 싸주고, 멀리서 왔으니 정원의 낑깡 (금귤)도 한봉지 따고 부추도 한봉지 담고 제법 크게 자란 무우도 한개 쑥 뽑아담아 보냈습니다.

금귤이 먹어보니 엄청 달고 부드럽게 입안에서 기분좋을 정도네요.

정원에서 얻는 먹거리들이 너무나도 푸짐하고 감사하네요.

이제부터 몇달간 오렌지를 마음껏, 무한정 따다 먹을 수 있다는 생각에 갑자기 부자가 된 기분이네요.

내 나무는 그동안 2그루가 죽어서 15개쯤밖에 안되지만 거기서 나오는 오렌지가 2천개는 넘을거에요.

그옆에 있는 다른 오렌지나무들도 주인이 안 따가니까 나보고 다 따 먹으라고 진작부터 허락을 받은 터라 맘먹고 다 따다 먹으면 5천개쯤 되는 오렌지를 먹을 수 있답니다. 그러니 엄청 부자지요. ^^

재작년에도 열심히 따다가 아는 사람들에게 엄청 나눠주는 즐거움을 누렸고 쥬스를 하도 많이 만들다보니 내 팔이 아파서 포기하고 다 못 따먹었을 정도에요. 

올해도 초여름까지 오렌지따러 다닐 생각을 하니 미리부터 빙그레 웃음이 나오네요.

누구에게 나눠줄까 머리속도 바쁘고요. ^^

 

주말엔 미국에서 공부하는 아들녀석에게 갈건데, 냉동실에 얼려놓은 오렌지쥬스를 10봉지쯤 가져다 줄 생각입니다. 엄마표 100% 천연쥬스!! 

 

단순하게 살다보니 오렌지가 하나의 큰 이슈가 되네요. ^^

그런데 왜 요즘의 이 단순함이 참 좋고 마음의 평화로 느껴지고 즐거운지 모르겠네요.

한낮에 강아지 두마리를 차례로 빗질해주고 털윤기나는 액을 발라 문질러주고 치약을 거즈에 짜서 치아청소도 해주고 바나나나 삶은 달걀을 간식으로 먹이면서 귀여워 죽겠다고 생각하는 내모습을 봅니다.

정원의 잡초뽑고 낙엽줏어 버리면서 한적하고 한가로운 시간이 참 좋다고 느끼는 내모습도 봅니다.

베따벨 이파리나 당근잎을 다듬어 씼어 후라이팬에 기름둘러 볶아내면서, 베타벨Betabel (Beat) 과 차요떼Chayote 와 브로꼴리 Brocoli와 양배추를 찜통에 쪄내면서, 이렇게 야채를 싼가격에 푸짐하게, 듬뿍 먹을 수 있는 전원생활이 너무나도 좋다고 즐거워하는 내모습도 봅니다.

대도시가 아닌데도 하나도 안 불편하고 하루종일 부엌에서 시간보내는 것이 짜증나지 않으니 신기해요.

겨울이라 그런가?

나이먹어서 그런가?

이유는 모르지만 내가 즐겁고 편안하니 그걸로 만족이라고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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