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는 이야기

발렌타인 데이 Valentine day!!

몬테 왕언니 2011. 2. 16. 08:42

사람은 오래 살고 봐야 할 것 같아요.

생일도, 기념일도 안 챙기는 성격이라 당연히 발렌타인 데이 같은 것은 기대도 안하고 신경조차 안 쓰는 날

인데.... 프랑스식 고기요리를 직접 요리해서 칠레산 와인을 곁들여 로맨틱한 저녁식사를 했다는 겁니다. ^^

 

토요일에 같이 Costco로 시장을 보러 가자고 몇일 전부터 다짐을 해서는 토요일 오후에 같이 갔는데....너무 오랫만에 간지라 구석구석 구경도 하고, 한꺼번에 필요한 물건들을 많이 챙겼지요.

그런데 칠레산 와인을 1개값에 두개를 준대길래 싼맛에 한번 마셔보자면서 집었더니, 갑자기 프랑스식 고기요리를 해줄까? 하네요.

당연히 좋지요. 언제 부엌에서 날 위해 요리를 해준 적이 있으랴...기회를 놓칠 수는 없지요!!

뿔빠 네그라 Pulpa Negra 작은 덩어리로 잘라놓은 소고기를 사고, 소세지를 사고, 양파와 마늘, 당근도 필요하다해서 준비했지요.

쇼핑을 마쳤더니 배가 고파 핫도그, 치킨 시저 샐러드, 피자를 아이스티와 함께 먹고는 바로 옆에 있는 쇼핑센터의 극장에 가서 Black Swan을 봤습니다. 나탤리 폴트만의 연기가 빛나는 좋은 영화더군요.

일요일에 아침을 먹고는 요리준비를 한다면서 소고기를 물에 씼고 (고기를 물에 씼는 건 첨 봤음...ㅋㅋ) 양파와 당근과 마늘을 잘게 썰어 넣고 레드와인을 1병 통채로 쏟아부어 잘 주물러대더니 바질 Basil을 넣고 소금간을 약간 하더니 랩을 씌워 냉장고안에 넣고는 24시간동안 기다려야 한대요.

 

월요일은 2월 14일, 발렌타인 데이입니다.

일요일 자정에 해피 발렌타이 데이라고 입치례를 먼저 하더니, 평상시에 잘 못하는 사람이 미안해서 발렌타인 데이에 날잡아 쵸코렛이니 장미꽃이니 선물하는 거라면서 항상 잘 하고 있는 자기는 그런 것이 필요없다는 어이없는 소리를 해서 나를 웃게 했답니다. (말이나 안하거나 못하면 덜 밉지 하는 옛말 생각났어요. ^^)

오후 3시경부터 요리를 시작하는데.....우선 고기를 꺼내 일일이 내프킨에 닦은 후에 팬에 기름 살짝 둘러 고기를 익히면서 밀가루를 약간 뿌리더라구요. 어느정도 고기가 익으니까 재웠던 레드와인을 붓고는 강한 불로 잠깐 끓이더니 중불로 낮춰 3시간동안 뭉근하게 익히면서 간을 맞추더라구요. 그것도 매 15분마다 휘저어 팬에 고기가 눌어붙지 않도록 세심하게 신경쓰면서 TV를 보면서 부엌에 왔다갔다 하대요. ^^

 

저녁 8시, 테이블에 만뗄 mantel을 깔고 접시에 고기요리를 담고, 칠레산 와인을 곁들여 발렌타인 저녁식사를 하는데 ^^ 제법 기분도 나고 입안에서 녹듯이 부드럽게 씹히는 고기도 맛있고, 세일때문에 산 와인이 의외로 제법 향과 맛이 진하고 좋아서, 레드와인도 즐거움을 더 했어요.

 

이만하면 행복하고 낭만적인 발렌타인 데이를 보냈지 않나요?

"여자는 남자의 미래" 라는 말이 있던데....ㅋㅋ

나이먹으니까 남자들도 여성화되서 요리도 하고, 좀 기분내고 챙길 줄도 알아지나 봅니다.

디저트로 모카 커피믹스로 만든 지극히 한국적인 커피 한잔에, 칼로리가 500kcal쯤 하는 산딸기 치즈케잌 Pay de queso con Zalsamora 의 달콤하고 느끼한 맛까지 즐기고 나니 세상 부럽지 않대요. ^^

큰일이네요...이렇게 자꾸 배터지게 먹어야 행복하니 살찌는 것은 시간문제이지 싶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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