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는 이야기

설명절이네요. ^^

몬테 왕언니 2011. 2. 5. 07:53

요즘 참 바쁘게 지내다보니 블러그에 글 올릴 틈도 못내고 후다닥 시간이 지났습니다.

멕시코에 살다보면 설 명절에 대한 기분을 나혼자 내야 하기 때문에 보통은 잊어 버리고 넘어 가지만 올해는 좀 챙기자 마음먹고 떡을 사다가 떡국도 끓여 먹었고, 만두속을 듬뿍 넣어 만두도 만들어서 물만두, 만두국, 튀김만두로 골고루 맛보았답니다.

이번에 만두속으로는 다른 사람이 하는 것을 보고 배워서는 당면, 배추, 숙주, 호박, 두부, 돼지고기와 소고기를 넣었고 바로 냉동해서 보관도 했고 일부는 쪄서 꼬득꼬득 말려서 냉동보관도 했어요. 요건 고엘님이 가르쳐줘서 해본 거랍니다. ^^ 쪄 말려 보관한 것은 내용물이 익은 상태라 튀김만두를 하니 손쉽고 좋았고, 냉동은 물만두나 만두국으로 사용하기에 딱 좋네요. ^^  항상 뭔가 새로운 것을 배우니까 참 즐거워요. ^^

서울사는 엄마에게도 설빔을 보냈고....덕분에 넉넉하고 즐겁게 설을 보냈다는 엄마의 이메일을 받아보면서 마음이 흐믓하대요.

 

아들녀석의 아파트계약이 마감되서 새로 이사를 시켰는데, 칠도 새로 하고, 이사짐 챙겨 옮기고 새로 가구도 사다 꾸미고, 전기계약도 하고, 인터넷과 케이블등도 새로 가입하는 등 거의 일주일을 아침에 눈뜨면서부터 밤에 잠들 때까지 육체노동을 하면서 지냈더니 밤마다 관절이 다 뻐근하고 아구구~ 소리가 절로 나옵니다. ^^  매일 3끼니 밥해서 챙겨먹고 치우고, 먼저 아파트 청소도 하고, 새로 들어갈 아파트 청소도 하고, 짐옮겨놓고는 다시 또 청소를 하고, 빨래도 하고, 한동안 아들녀석이 먹을 먹거리를 미리 만들어 냉장고에 쟁여놓느라고 애를 썼지요.

우리 엄마도 자식들을 위해 엄청 애쓰면서 챙겨주곤 했는데 그걸 받을 때는 아무 생각없이, 너무도 당연히 받았었는데 내가 엄마노릇 할려고 보니 참 힘들고 당연하게 또는 마치 귀찮은 듯이 받아들이는 내 아들을 보면서 아! 이래서 부모가 되보지 않고서는 모르는 거구나 새삼 깨달아집니다.

사랑은 내리사랑이라고 했으니 나역시도 불평없이 무조건 자식에게 줘야 하는구나 생각하지요.

가끔 자식들이 얄밉지 않은 것은 아니지만 부모마음 알려면 지들도 부모가 되어야 할테니 그저 덮고 끌어안아 도닥거려 줄려고 한답니다.

 

우리집 강아지 브루스는 성격이 참 여리고 얌전하고 겁많은 편이라 혼자 데리고 있을 때는 있는지 없는지도 모를만치 조용했는데 1월초부터 형인 브루노가 같이 와 있으면서 확 분위기가 달라졌어요.

브루노는 덩치도 더 크고 밥도 3배쯤 더 먹고 응아도 많이 하고 성격도 덜덜대고 활동적인 강아지라 온집안에 강아지냄새도 나기 시작하고 가둬놓으면 긁어대고 짖고 어떻게든 문을 열어 나와 돌아다니면서 책도 물어뜯고 사방에 쉬도 하고 여기저기 궁금증이 많아 코를 들이밀고...두번이나 집밖으로 탈출해서 놀래키고..

그랬는데 오늘 브루노를 보냈더니 시원섭섭하네요.

브루스가 그동안 형이 있어서 같이 놀고 잠도 같이 자고 외롭지 않았는데....오늘 목욕시켜 옷 갈아입혀 놓았더니 그대로 침대로 가서 가만히 누워 있네요. 보기에 안쓰럽습니다.

브루스는 집안에 그대로 풀어놓아도 조용히 내 발밑에 앉아 있거나 장난감을 갖고 혼자 노는 편입니다.

다시 집안에 평화가 돌아왔네요. ^^

 

이번주엔 미국쪽에서부터 내려온 한파가 심했어요.

생전 몬떼레이에서 눈을 보지 못했는데 이번엔 치핑께 산에 눈이 내리는 바람에 사람들이 눈구경한다고 다들 두툼한 자켓입고 장갑, 모자, 목도리하고는 산으로 올라갔더라구요.

수도관을 싸뒀는데도 지붕위의 물탱크쪽 관이 터져서 아침내내 보수공사를 했고, 화단의 꽃들이 얼어 축축 쳐졌길래 그걸 잘라주느라고 오전을 보냈네요.

열대성 수목은 두세그루쯤 얼어죽은 거 같고....마당에 심어놓은 무가 지금 어떤 상태인지 모르겠네요.

한꺼플 덮어는 놨는데...

새벽에 영하 5도까지 내려갔다고 하고 유치원과 초등학교는 공식적으로 휴교였고 몬떼레이 국제공항은 난방시설이 전혀 없다보니 승객들이 추위에 떨었다고 뉴스에 나오네요. ㅋㅋ

1년내내 에어컨을 가동하는 동네이다보니 공항설비 지으면서 히터설비를 할 생각은 당연히 안했을거고 이번의 이상한파에 대책없었지요.

 

2주정도의 시간이 정말 후다닥 지나갔고, 온몸이 아파서 비명지를만치 일하면서 정말 바쁘게 보냈는데 돌아보니 크게 한 일이 없는 걸보면 집안 일이라는 것이 이래서 성취감이나 보람을 느끼기 어렵고 그래서 살림하는 여자분들이 스트레스나 우울증에 쉽게 걸리는구나 수긍이 가네요. ^^

내 하루는 항상 24시간이 모자라게 뭔가 할일이 줄을 서서 기다리는 나날이고 리스트를 작성해서 하나씩 지워나가면서 해치웠다는 상큼함으로 채워나가고 있답니다.

집에 도우미가 매일 와서 청소, 빨래, 설겆이, 다림질을 해주고는 있지만 그외에도 할 일이 얼마나 많은지 만약 도우미가 없었다면 차 한잔의 여유, 이렇게 앉아서 블러깅할 시간은 꿈도 못 꿨을거란 생각에 이제 10년째 우리집에서 일해주는 도우미가 얼마나 고맙고 소중한지 모른답니다.

걔가 시집갈까봐 속으로 계속 노처녀로 남아서 우리집에서 일해주면 하는 욕심을 부리다가도 그럼 안되지 하고 스스로 나무란답니다. ㅋㅋ

 

날이 풀리기 시작했으니 이제 다시 정원도 손보고 오랜지농장에 가서 오랜지도 따와야겠네요. ^^

오랫만에 세차도 했고....차고정리도 좀 하고....여기저기 봄맞이 단장을 좀 시작해봐야지 싶네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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