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는 이야기

친구들과 모임을 했답니다.

몬테 왕언니 2011. 3. 25. 12:47

몇년 전에 몬떼레이에 사는 기혼녀들을 모아 모임을 하나 만들었답니다.

몬떼레이 언니들 모임이라고 이름붙였고 내가 왕언니로 모임을 주선하는 입장이지요.

물론 모임에서 내가 제일 나이도 많고 멕시코에서 산지도 가장 오래되었고 또 모임을 하자고 한 것도 나니까 자연스럽게 대장을 먹은 건데....실제 내용은 젊은 언니들에게 내가 많은 것을 배운답니다. ^^

다들 얼마나 살림도 야무지게 잘하고 육아도 똑소리나게 잘 하고 종종 김치도 얻어다 먹는데 참 맛있더라구요. 학교정보도 새롭게 듣고 주변 돌아가는 이야기도 업데이트하는 좋은 기회지요. 

 

전에는 나름 자주 모였는데 2009년엔 신종플루가 멕시코에서 시작되서 번지는 바람에 모임을 할 엄두도 못냈고, 또 다들 한국으로 피해 가는 상황이라 겨우 한두번의 모임을 한 거 같고, 2010년엔 치안이 악화되어 집에 숨어있는 분위기라 모임을 두번밖에 못 했답니다. 2011년인 올해도 시작부터 치안이 엉망이지만 나름 이상황에 적응했는지 조심하지만 그래도 할 건 하자 싶어서 모임을 콜 했답니다. 봄도 성큼 다가왔구요. ^^ 

 

모임을 하는 동안 여러번 "언니 우리 이렇게 만나니 얼마나 좋은지 몰라요~~ 앞으로 자주 자주 봅시다" 소리를 하는 걸 보니 다들 보고 싶어했고 모일 기회를 기다렸다는 것을 알 수 있었어요. 

올해는 적어도 두달에 한번씩은 모임을 주선하도록 노력해 봐야 겠습니다. ^^

 

우리집 아침식사 시간이 10시이후 인지라 몇일 전부터 모임간다고 통보했고, 지천으로 가득한 오렌지를 나눠먹고 싶어서 이틀 전엔 혼자 오렌지를 따러 갔습니다.

살짝 다친 허리때문에 전자침 맞고 자석 붙이는 등 치료를 한지라 조심조심...ㅋㅋ

차 트렁크에 커다란 통을 두개 놔두고 장바구니에 오렌지를 따서 담아 갖다 쏟기를 20 여번을 했더니 차안에 가득 차서 충분히 나눠 먹을만한 양도 됬고 운동도 됬고 허리도 조심했지요. ^^ 햇살에 얼굴은 탓지만....

 

오늘 아침엔 평소보다 일찍 (아침 8시반~ ㅋ) 일어나 샤워하고...보통 샤워는 아침식사후에 해요. 그래야 음식냄새가 새옷에 안 배거든요...그런데 오늘은 일어나자마자 했지요. ^^  간단히 샌드위치로 아침상을 차려놓고 10시에 집을 나섰답니다. 우리집이 시내에서 좀 떨어진 전원주택가라서 몬떼언니들이 주로 모여사는 시내 아파트타운까지는 1시간가량 운전해서 가야 한답니다. 몬떼언니들이 대부분 집동네와 애들 학교외엔 길도 잘 모르는지라 항상 모임장소를 그 반경안에 있는 곳으로 정하는 배려를 해야 한답니다.

날씨도 괜찮고 도로도 안 밀려서 운전하면서 여기저기 확인전화를 넣었더니 역시나...엄마들의 바쁜 스케줄이 손에 잡힙니다. 갑자기 학교에 모임이 생겨 "언니~~ 못나가서 속상하다. 미안해~~" 하는 언니가 두명,  밤새 애가 아파서 병원 간다는 언니가 한명, 미처 연락을 못하고 오늘에서야 연락이 닿은 한 언니는 약속때문에 못온다고 안타까와 합니다. 그럼 많이 모여야 5-6명정도 모이겠구나 생각이 들대요.

 

10시 58분에 쇼핑센터에 주차하고 보니 백화점 입구에 사람들이 줄을 서있고...2분 지나니 문을 여네요.

아...11시가 오픈시간이구나....맨날 늦잠자고 오후에나 외출을 하는 내겐 새로운 느낌입니다. ^^

약속 장소인 산본스 Sanborns에 들어가니 벌써 두언니가 자리잡고 기다립니다. ^^

그동안 장군감으로 자란 15개월된 아기가 한 인물 훤하게 하고 앉아 있는데 3시간이 넘는 모임내내 울지도 않고 보채지도 않고 얼마나 점잖게 혼자 잘 먹고 잘 노는지 효자가 따로 없다는 생각이 들 정도였어요.

둘째 얼른 생겼으면 좋겠다고 하는 애엄마를 보면서 둘째도 첫째같이 순할거 같다는 생각이 듭니다. ^^

20대 새댁이 새얼굴이고 덕분에 막내자리 물려줬다고 애엄마가 신나합니다. ^^

젊은 언니들이 늘어나면 우리 모임의 분위기도 더 젊어져서 좋구요.

6명이 모여서 특별할거 없는 이야기를 부담없이 수다떨면서 커피마시고 음식먹으며 시간을 보냈는데 정말 참 좋다는 느낌이 온몸으로 퍼지더라구요.

 

한 언니가 처음 그 레스토랑에 와 봤다는 말을 듣고는 아...앞으로는 한 장소보다는 근처지만 다양한 장소에서 모여 새로운 장소, 새로운 음식을 알게되는 기회가 되도록 해야겠다는 생각도 합니다.

한 언니가 든 가방이 내 눈에 참 좋아보이길래 만져보고 좋다 하다가 무심히 옆의 언니에게도 "이 가방 참 이쁘지?" 하고 물었더니 얼른 왜 그걸 다른 사람에게 강요하냐는 말을 들었는데 순간 아! 맞다! 내가 이쁘다는 걸로 끝났어야 하는데 무심결에 내 의견을 옆사람에게 강요했다는 사실을 깨달았어요.

일상생활에서 같은 경우가 너무나도 많이, 쉽게 반복되는데 그게 잘못이라는 생각을 깨닫지 못하고 살다가 오늘 너무나도 고맙게도 그걸 알게 되었답니다.

맞아요. 내가 옆언니보고 "이가방 이쁘지?" 하면 그 언니는 가방주인도 옆에 있는데 "아니 미운데..." 하거나  " 맘에 안들어. 거져 줘도 싫어" 할수 없으니 마지못해 "이쁘네요...." 하고 말꼬리를 흐리거나 "들고 다니기 편하긴 하겠네" 둘러치고 넘어가겠지요. 그러므로 그런 질문은 바로 강요를 하는 거지요.

물론 돌아서면 깜막대는 내 쥐정신에 다음에 또 같은 실수를 할지는 모르지만 오늘은 참 큰걸 배웠고 명심해서 앞으로 그러지 말아야겠다고 다짐합니다.

      

필요한 정보교환도 좋고, 다른 사람들 소식도 들어서 좋지만 무엇보다도 얼굴마주하고 시간을 같이 보내는 것이 제일 좋았습니다. 모임의 주류가 30대라 내 사고방식이 젊어지는 계기가 되서 좋았구요....내가 너무 늙어서 같이 놀기 싫다고 하면 난 정말 낙동강의 오리알일테니까요. ㅋㅋ 나랑 놀아줘서 고맙지요. ^^

 

차안에 가득한 오렌지를 보더니 다들 우와~ 정말 대박이다! 하면서 원하는만치 담아가면서 좋아하는 모습을 보니 나도 즐겁고 역시 오렌지를 따서 가져오길 잘했다 싶었어요. 

내가 만든 깨송이부각도 나눠주고 깻잎모종도 나눠주고 무뽑아온 것도 줬지요. 

항상 한꺼번에 많이 만들게 되는데 우리집에선 조금만 필요하다보니 누굴 주면 좋아할까가 중요한 관심거리랍니다. 잘 사용할 사람, 좋아할 사람을 찾는 일도 쉬운 일이 아니거든요. 어떤 사람은 그걸 받아서 용도도 모르고 필요도 없을 수도 있기 때문이지요.

 

1시간가량 운전해서 돌아오는 내내 모임에 다녀오니까 내기분이 이렇게 좋구나 하는 생각을 했어요.

다음엔 언제가 좋을까, 어디서 모이면 한가하고 분위기좋을까? 뭘 만들어뒀다가 나눠줄까 지금부터 다음 모임을 생각하고 있는 내모습도 봤구요. ^^

깻잎이 많이 자라면 깻잎장아치를 담가서 나눠먹을 수 있지 않을까 싶네요. ^^

4월달에 모임을 하게 된다면 오렌지를 한번 더 잔뜩 따서 나눠줄 수도 있겠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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